[푸틴 방북] 수행단 없이 공항 나간 김정은…조촐한 심야 영접(종합2보)
노동신문 "가장 친근한 벗, 최대 국빈으로 열렬히 환영"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현혜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오전 2시가 넘어 평양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항에서 '홀로' 영접한 것으로 보인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텔레그램에 올린 크렘린궁 제공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활주로에 깔린 레드카펫 위에서 통역만 대동한 채 푸틴 대통령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최선희 외무상, 강순남 국방상 등 북한 측 당·군·정 주요 간부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의전을 담당하는 현송월 당 부부장의 모습만 조선중앙TV 카메라에 포착됐을 뿐이다.
조선중앙통신도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했다는 소식을 전할 때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대사를 비롯한 주북 러시아 대사관 성원들이 나와 있었다고만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수행원으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데니스 만투로프 제1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부문 부총리,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부 장관 등이 왔다고 통신은 언급했다.
통신은 "조로(북러)친선의 전면적 개화기에 특기할 역사적인 상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로 친선단결의 불패성과 공고성을 다시금 뚜렷이 증시하며 두 나라 최고수뇌(정상)분들의 또 한차례의 역사적인 상봉이 평양에서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대의 국빈" 푸틴 대통령을 위해 평양 국제비행장(순안공항)이 "열렬한 환영 일색으로 단장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도착 시간이 워낙 늦었던 탓에 예상됐던 성대한 공항 영접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장 최근 방북한 외빈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례로 볼 때, 푸틴 대통령이 공항에 도착하면 군중의 환호 속에 예포를 발사하고, 양국 국가를 연주하는 등 대대적인 환영식이 예상됐으나, 영상 속에는 비행기 엔진 소리만 가득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푸틴 동지와 270여일만에 평양에서 또다시 만나게 된 기쁨과 반가움을 금치 못하면서 굳은 악수를 나누고 뜨겁게 포옹"했고,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공항까지 나와 "따뜻이 맞이"해준 데 대하여 "깊은 사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전용차" 아우루스 리무진을 함께 타고 숙소 금수산영빈관으로 이동했으며,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숙소를 직접 안내하고 "따뜻한 담소"도 나눴다.
북러 정상은 이동길에 "황홀한 야경으로 아름다운 평양의 거리들을 누비면서 그동안 쌓인 깊은 회포를 풀며 이번 상봉을 기화로 조로관계를 두 나라 인민의 공통된 지향과 의지대로 보다 확실하게 승화시키실 의중을 나누었다"고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친선관계가 국제적 정의와 평화,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새 세계 건설을 추동하는 강력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부상되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대와 세기를 이어오며 역사의 검증 속에서 다져진 조로관계의 전략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믿음직하게 추동하고 두 나라 인민들의 염원인 강국건설위업을 힘있게 견인하는 중요한 행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19일 새벽에 당도했음에도 당일 오전 1∼2면에 걸쳐 푸틴 대통령의 평양 도착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했다.
신문은 1면 상단과 좌측을 '승리와 영광으로 빛나는 불패의 조로친선', '조선인민의 가장 친근한 벗인 뿌찐(푸틴)동지를 최대의 국빈으로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로 장식해 특집과 같은 느낌을 냈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현 쿠바 대통령인 미겔 디아스카넬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 그리고 2019년 시 주석이 방북했을 때 신문의 1면 보도가 사진과 글로만 채워졌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갖가지 색깔을 동원해 러시아 국기와 꽃을 그려 넣는 등 지면을 화려하게 꾸몄다.
푸틴 대통령을 "가장 친근한 벗", "최대의 국빈"으로 부르며 최상급 표현을 두 번이나 사용한 대목에서는 현재 북한이 가장 중시하고 있는 나라가 러시아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시 주석이 방북했을 때는 머리기사 표제에 김 위원장이 "영접했다"고 썼는데, 이번에는 "뜨겁게"라는 표현이 추가돼 푸틴 대통령을 시 주석보다 더 환대한다는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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