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 부리 유리병·춤추는 토우…황남대총 남분에서 찾은 '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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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경북 경주 일대는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4월에는 대릉원 일원에 있는 155호 무덤(훗날 천마총) 발굴 조사가 시작됐고 7월에는 황남동 98호 무덤(황남대총)의 북쪽 무덤, 한 달 뒤에는 남쪽 무덤에서 각각 조사가 진행됐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현재까지 발굴된 신라시대 무덤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황남대총의 남쪽 무덤, 즉 남분의 발굴 성과를 재조명한 '황남대총 남분, 발굴조사의 기록' 책자를 펴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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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2만2천700여 점 쏟아져…"신라 마립간 왕과 황금 왕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73년 경북 경주 일대는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4월에는 대릉원 일원에 있는 155호 무덤(훗날 천마총) 발굴 조사가 시작됐고 7월에는 황남동 98호 무덤(황남대총)의 북쪽 무덤, 한 달 뒤에는 남쪽 무덤에서 각각 조사가 진행됐다.
황남동 98호는 2개의 무덤이 표주박 모양으로 이어진 초대형 무덤이었다.
무덤에서는 다양한 유물이 쏟아졌다. 남쪽 무덤에서는 봉황의 부리를 닮아 '봉수(鳳首·봉황의 머리)형 유리병'이라 불린 공예품, '마랑'(馬朗)이라 적힌 나무 그릇 등 확인된 유물만 2만2천700여 점.
여성이 묻힌 것으로 여겨지는 북쪽에서는 신라 금관도 확인됐다. 그러나 그의 남편 무덤으로 추정되는 남쪽에서는 금관 대신 금동관 조각과 금 허리띠, 은으로 만든 관 등이 나왔다.
두 무덤의 곁에 놓인 관이 왜 다른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이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현재까지 발굴된 신라시대 무덤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황남대총의 남쪽 무덤, 즉 남분의 발굴 성과를 재조명한 '황남대총 남분, 발굴조사의 기록' 책자를 펴냈다고 19일 밝혔다.
2019년 발간한 '천마총, 발굴조사의 기록', 2021년에 펴낸 '황남대총 북분, 발굴조사의 기록'에 이어 대릉원 일대 신라 고분의 조사 성과를 정리한 자료다.
책자에는 약 50년 전 이뤄진 발굴 조사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김정기 단장을 중심으로 한 당시 경주고적조사단(현재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이 1973년부터 1975년까지 무덤을 조사하면서 촬영한 사진, 현장 도면 등을 다양하게 실었다.
바둑돌 모양의 잔돌,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마구, 춤추는 모습의 토우 사진도 볼 수 있다.
조사단 일원이었던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가 전하는 당시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최 교수는 특별기고문을 통해 금관이 출토된 것으로 예상했으나 금동관 조각이 나온 상황, 박정희 전 대통령이 큰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데려왔던 모습 등을 설명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발굴 현장에서 벌어진 '불상사'도 고스란히 전한다.
"조사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유리그릇 조각들을 씻던 두 사람 사이에 그것이 진짜 금일까 아닐까 하고 시비가 붙어, 금실 끝을 이빨로 깨물어 부러뜨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339쪽)
황남대총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고분 규모, 출토된 유물 등을 고려하면 신라 왕 부부의 무덤일 것이라는 부분에는 큰 이견이 없다. 피장자로 402년 사망한 내물마립간(왕)이나 458년 세상을 떠난 눌지마립간을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
최 교수는 기고문에서 그간의 학계 의견, 논쟁 등을 정리한 뒤, 황남대총 남북분의 주인공 모습으로 "영롱한 빛깔의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말 안장에 올라탄 신라 마립간 왕과 황금 왕비"를 떠올린다고 밝혔다.
황인호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장은 "당시 자료를 정리해 재구성하고 알기 쉽게 전달함으로써 학계에는 새로운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대중의 이해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는 국공립 도서관, 연구기관, 교육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국가유산 지식이음 누리집(https://portal.nrich.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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