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핵무기 실전 배치 논의' 의미는…고조되는 핵위협
러시아 핵위협-中 핵탄두 증강에 나토 대응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매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핵탄두 보유량을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은 전년 대비 109기 감소한 4천380기, 미국은 전년과 같은 3천708기라고 SIPRI는 지난 16일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지난해 410기에서 올해 500기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중국은 핵무기 증강과 함께 현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SIPRI는 설명했다.
SIPRI는 중국의 핵탄두가 미국이나 러시아보다는 적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이 향후 군사력을 어떻게 편성하느냐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수준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소량의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SIPRI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무기 확산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 지적했다. 핵 무장국들이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개발·배치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세계 최대 핵탄두 보유국인 러시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12월 러시아 서남부 국경 근처 쿠르스크주 공항 등에 드론 공격이 있은 직후 이 공격을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보고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핵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그걸 왜 부인하느냐"며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 당국자들이 언급하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보면 '국가존립 위협'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가 해당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 직접 개입이나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러시아 본토 반격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많은 핵탄두가 실전배치돼야 하고 어떤 것이 보관고에 들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작전상 세부사항을 거론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이런 문제를 상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더 많은 핵무기를 보관고에서 꺼내 실전 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의미여서 주목됐다.
현재 나토 회원국 중에는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된 미국과 프랑스, 영국이 있으며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5개국에도 미국의 전술 핵무기 등이 배치돼있다.
미국은 이들 국가와 '핵공유 협정'(nuclear-sharing arrangements)을 맺고 있다. 이를 흔히 '나토식 핵공유'라고 한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발언은 나토가 러시아의 핵 위협에 맞서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즉각 사용 가능한 핵전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그는 나토의 목표가 '핵무기 없는 세계'라고 하지만 러시아나 중국,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나토가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은 "더 위험한 세계이기 때문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핵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기존의 5개국 외에 다른 나라에도 추가로 핵무기를 배치할 가능성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스웨덴 공영 라디오방송 P1 모론(P1 Morgon)과 최근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리 영토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미국 전술핵무기의 배치를 허용하는 방안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관련국들의 핵위협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중국 등의 핵탄두 증강 움직임 등이 향후 비확산체제의 신뢰를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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