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없어 아시아쿼터제 도입한다고요?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김양희 기자 2024. 6. 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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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프로배구·프로농구 등과 사정 달라
한겨레DB.

2024 KBO리그가 5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전체 시즌의 50%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물이다. ‘프로야구’는 이제 연간 1000만 관중을 바라보는 콘텐츠가 됐다. 100차례 이상의 관중석 매진과 더불어 굿즈 판매 등 마케팅 수입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프로야구 인기가 올라가면서 KBO 사무국을 비롯해 각 구단은 리그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고심 중이다. 최근 단장단 실무회의에서 나온 아시아쿼터제 도입도 그 방안 중 하나다. 저출산 여파로 유소년 야구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기존 외국인 선수 제도 외에 아시아쿼터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팀의 한 단장은 “프로야구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아시아쿼터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는 이미 아시아쿼터제를 시행 중이다. 프로축구(K리그)는 2009년, 남자프로농구는 2020년, 프로배구는 2023년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다. 여자배구의 경우 인도네시아 메가(정관장)나 태국 위파위(현대건설)가 상당 부분 팀 성적과 배구 인기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자프로농구 또한 2024~2025시즌부터 아시아쿼터를 시행한다.

프로야구 아시아쿼터제는 논의가 더 필요하겠으나 그 대상에 일본, 대만을 넘어 호주까지도 포함될 전망이다. 구단들은 애초 일본 NPB리그처럼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2군 숙소 마련 및 통역 문제 등을 고려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는 ‘육성’에 초점을 맞춘 터라 1군 투입에 시간이 걸리는 반면 아시아쿼터제로 선발된 선수는 곧바로 1군 투입이 가능하다. 구단의 노림수는 결국 1군 맞춤형 아시아(호주 포함) 선수로 외국인 선수 쿼터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리겠다는 뜻이다.

아시아쿼터제는 ‘미래 인구 절벽에 따른 대책’이라거나 ‘리그 경쟁력 강화’ 등의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팀 성적을 단시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야구단의 시각이 투영된 방안이다. 당장 눈앞의 성적이 중요한 구단 입장에서 짧은 시간 내 팀 전력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은 자유계약선수(FA)나 외국인 선수 영입밖에 없기 때문이다. 높아진 선수 몸값과 샐러리캡의 제한으로 에프에이 영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꺼내 든 카드가 외국인 선수 영입 확대다. 한정된 포지션(10개 혹은 올스타 구성처럼 12개 포지션)을 외국인 선수로 메웠을 때의 장기적 파장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눈앞의 이득만을 쫓는 꼴이다.

일례로, 아시아쿼터 선수로 선발 투수를 뽑았을 때를 생각해보자. (호주를 제외하면 일본, 대만에서 구미가 당길 선수는 대체적으로 투수다.) 현재 10개 구단은 모두 외국인 투수로 선발 로테이션 다섯 자리 중 두 자리를 채운다. 나머지 세 자리를 국내 투수가 맡는데 기존 선수들에게 우선권이 가면서 볼 빠른 파이어볼러 신인들은 중간 계투진에서 던지게 된다. 김택연(두산 베어스), 전미르(롯데 자이언츠) 등이 올 시즌 불펜에서 많은 공을 던지고 있는 이유다. 류현진(한화), 김광현(SSG), 양현종(KIA) 이후에 한동안 S급 국내 선발진이 사라졌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는 곧 국제 대회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 투수 한 자리, 혹은 마무리 투수 한 자리를 외국인 선수가 차지한다면 미래 결과는 뻔하다.

아마추어 상황도 고려되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 1명 늘리는 데 따른 충격파는 아마추어 쪽에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야구 선수를 둔 한 학부모는 이에 “현재 학생 야구는 오로지 부모의 피땀으로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정책이 야구를 못하게 하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외국인 쿼터까지 늘리는 게 과연 향후 KBO리그를 위한 길인지 잘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 모습. 연합뉴스

프로농구, 프로배구에서도 아시아쿼터제는 하고 있지 않으냐고? 남자프로농구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 때 30명(일반인 3명 포함)이 지원해 20명(66.67%)이 구단 지명을 받았다. 남자프로배구는 42명 중 20명(47.62%)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야구에서는 지난해 1083명이 드래프트에 지원해 110명(10.16%)이 프로 지명을 받았다. 나머지 973명은 고개를 떨궜다. 참고로 2010년에는 749명이 신인드래프트에 지원해 76명(10.1%)이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14년이나 흘렀지만 프로 지명 확률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 선수가 없다고? 신인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생각 없이 당장의 성적 내기에 급급한 프로 구단들만 있는 것은 아닐까.

제도의 도입이 시대 흐름이라면 하면 된다. 하지만 그 파장을 고려해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1000만 관중을 바라보는 스포츠라면 더욱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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