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앞 이동녕 생가, 신여성 코스프레, 왜가리 구경도[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우리가 폭파한 조선총독부 건물 뚜껑(첨탑)과 잔해(부재)도 보고, 광복군과 미군의 연합 공격을 통한 자력 독립도 도모했던 임시정부 인문학을 배우는 천안 독립기념관 주차장서 차로 5분만 가면, 광복을 5년 앞두고 생을 마감한 이동녕 임시정부 주석의 생가지를 만난다.
이동녕 선생은 민족교육기관인 서전서숙, 무장 투쟁의 산실인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1919년 임시정부 의정원(국회) 의장을 지냈으며, 임시정부 주석 직을 맡으면서 통합, 단결, 군비확보 등에 애쓰다가 1940년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이동녕 선생 생가지 입구엔 ‘산의 물이 세차게 흐르면 돌을 뚫는다(山溜穿石:산유천석)’며 단결과 독립쟁취를 강조한 그의 다짐이 돌에 새겨져 있다.
천안 목천의 청정생태와 인심을 말해주듯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왜가리 수십 마리가 마을 숲에서 노닐다가 박차고 날아올라 비행 경연을 벌이는 장관도 이곳에서 구경한다.
상해와 항주 사이 기강의 낡은 건물에 머물려 임시정부의 대소사를 모두 관장하던 그가 1940년 서거하자 김구 선생은 ‘우리의 잔존을 함께 소탕하였더니, 우리의 대업을 함께 완성하렸더니 창해파도 중에 돛대가 부러지도다..뜻을 이어가려하니, 선생은 이리 살피소서’라며 슬퍼했다.
어린이 청소년 체험학습단 일행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 근엄한 곳엔 독립군, 신여성 코스프레 체험 의상실도 있다. 인문학 여행지에도 재미를 주려는 천안의 마음이다.
이동녕선생은 을사조약 체결에 대한 연좌데모 투쟁을 벌이다 옥고를 치른 후 북간도 용정촌으로 갔다. 우리나라 최초의 항일민족교육기관인 서전서숙을 설립하여 독립운동 인재를 양성했고, 귀국 후 신민회 조직에 참여했다.
1910년 다시 서간도 유하현 삼원보에 가서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다. 해외 동포들의 힘을 모으고, 독립군 양성에 전력하였으며 무오독립선언에도 참여했다.
3.1운동 후 임시정부 수립의 주역으로서 임시의정원 초대의장으로 국호, 임시헌법, 관제제정, 민주공화정부수립을 선포하였다.
국호는 신석우 선생이 “대한제국이었다가 빼앗겼으니 되찾자”라며 민주국가 라는 뜻을 추가해 대한민국을 제안했고, 여운형 선생 등이 다른 이유를 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되찾자(광복)’라는 뜻에 동의해 의정원에 상정, 통과됐다.
이동녕 선생은 국무총리, 국무위원, 주석 등의 중책을 맡아 어려운 시기 임시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한국독립당, 한국국민당 당수로 정당통합 운동에도 노력했다.
1940년 72세를 일기로 중국 기강에서 서거하였으며, 광복 후 김구의 주선으로 유해를 봉환, 사회장으로 효창공원에 안장하여 오늘에 이른다. 1962년 건국공로훈장 대통령장에 추서되었다.
현재 이동녕생가지는 태어난 곳이고, 1885년(17세) 한성부 종로 봉익동 2-4번지로 이주하였다. 지금도 종묘 서순라길 입구엔 이동녕 선생이 살던 곳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생가에는 안방, 사랑채 등에 옛 가구 및 인물모형이 전시 되었다. 건물의 배치 구조는 ㅁ자형의 안채와 조금 떨어져 있는 일자형의 대문간채가 어울려 ㄷ자형을 이룬다. 생가 옆엔 왜가리 관찰대도 있다.
그 앞에 있는 이동녕선생 기념관에선 독립운동사의 거장인 이동녕선생의 삶과 사상, 연보, 교육자, 언론인, 개화인권가로서의 면모를 본다. 친필휘호, 친필서신, 임시정부 문서, 초상화, 사진 등의 귀중한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동녕 선생을 비롯해 임시정부-임시의정원 요원들의 활약을 집대성한 독립기념관의 특별전시 ‘새로운 나라’에서는 독립군 양성, 외교활동 등 광복을 위한 노력들이 생생한 사진과 해설로 정리돼 있다.
뿐 만 아니라, 자녀들의 충칭 우리촌 유치원 개원 사진, 한미연합군 조선 진군 회담 사진, 해외교포 및 외국인 임시정부 후원회 활동, 좌우익 통합을 위한 노력, 조국 광복후 귀환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찍은 임정 요원들의 사진, 1948년 정부 수립 때 ‘대한민국 30년’으로 연도 표기(정부 법통이 1919년 임시정부에 있음을 명시한 것)한 관보1호 등을 볼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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