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훈련병’ 사망케 한 중대장 첫 소환까지…밝혀져야 할 진실들 [저격]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4. 6. 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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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31] 육군 제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를 받다 쓰러진 뒤 숨진 훈련병과 관련해 경찰이 당시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에 대한 첫 소환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5월 30일 전남 나주시에서 열린 사망 훈련병 영결식. [연합뉴스]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입건된 A 중대장(대위)과 B 부중대장(중위)에 대한 피의자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고 지난 16일 밝혔습니다.

지난 18일에는 같은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춘천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오세문)는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토해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앞서 경찰은 사건 발생후 약 18일이 지난 이달 10일에서야 이들을 입건했습니다. 고(故) 이선균 배우는 매번 포토라인에 세웠던 경찰이 이번에는 해당 중대장을 언론에 드러나지 않게 ‘배려’한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훈련병에게 의도적인 얼차려를 주고 사망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발생시킨 중대사안에 대해 과연 경찰이 엄정한 수사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주는 대목입니다.

훈련병 사망부터 중대장 조사까지의 과정과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늦은 열사병 조치, 허가 안된 헬기 후송
경찰은 소환조사 당시 군기훈련을 지시한 이유와 숨진 훈련병이 쓰러진 뒤 병원 이송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쯤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습니다.

전날 밤 훈련병들은 떠들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 상태로 뜀걸음,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를 하는 등 고문에 가까운 군기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해당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훈련병들의 잡담 등 경미한 사안에 대하여 왜 굳이 얼차려를 부여했는지를 기초로 왜 군장에 책까지 넣어서 무게를 늘리도록 했는지, 여기에 더해 무거운 군장을 지운 상태에서 구보를 시킨 경위, 이는 육군의 얼차려 규정에 없는 사항인데 이를 자행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단순히 군기훈련을 가혹하게 시키다 과실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인지, 사망할 수 있음을 있음을 알고서도 군기훈련을 계속 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판단해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해당 중대장, 부중대장이 이런 정도의 얼차려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 △임관을 할 때 본인들은 얼마 정도의 군장을 직접 꾸렸는지 △ 자신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군장을 어깨에 매고 단순히 평지를 걷는 행군은 했을텐데 이럴 때 힘든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군장을 매고 걷기만 해도 고통을 느끼는데 구보를 시키면서 다그치면 군대에 입대한지 얼마 안되는 훈련병이 어느정도의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압박을 겪었을지 △이를 지켜보고 있었으면서도 계속해서 얼차려를 시킨 경위 등에 대해 직접 물어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기수에서도 A 중대장이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를 준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경찰은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근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훈련병이 쓰러진 뒤 의무병이 달려와 맥박을 체크했고 이를 본 A 중대장이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얼차려를 받던 다른 훈련병들)이 못 가고 있잖아’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현재 진술이 일부 엇갈리고 있다”며 “서로 기억의 한계가 있을 수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는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사진 제공=연합뉴스]
쓰러진 훈련병은 수십 분을 방치되다 의무실에서 수액을 맞았고, 뒤늦게 속초의료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때까지 의식이 있었던 훈련병은 연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속초의료원에 도착했을 때 훈련병의 체온은 41.9도였습니다.

또 훈련병 상태에 대해 단순히 ‘뛰다가’ 이렇게 됐다고 병원측에 사안을 축소해 설명한 것이 누군지에 대해서도 밝혀져야 합니다. 당초 중대장이 선임 탑승자(선탑자)로 동행해 병원측에 사건 발생 경위에 대해 축소해서 설명했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중대장이 선탑자로서 병원에 동행한 것은 맞지만 의료기관에 환자 상태를 설명한 건 군의관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중대장은 무엇을 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도 조사 과정에서 명확히 밝혀져야 합니다.

속초의료원에서는 열사병에 맞는 응급처치를 했고 신장 투석을 해야 했으나 해당 병원에서는 할 수가 없어 강릉아산병원으로 응급 후송했습니다.

이때 헬기 후송이 허가되지 않아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헬기 후송이 승인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도 조사에서 드러나야 할 사안입니다.

결국 훈련병은 다음날 강릉아산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최초 언론에 나온 훈련병들의 진술과 최근 진술이 달라졌는데, 이에 대한 사실관계나 경위 등도 경찰 수사에서 명백히 밝혀져야할 것입니다.

△희생된 훈련병이 고통을 호소할 때 왜 병원 이송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신교대 의무실 등에서 지체를 하는 상황에서 해당 중대장은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을텐데 왜 처음부터 민간병원 이송은 안했는지 △가해자인 중대장이 차량에 왜 선탑을 했는지 △선탑을 한 것은 자신의 가혹한 얼차려 부여로 인한 사태의 경과가 알려지는 것을 은폐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는지 △헬기 후송 불허 결정이 행정적 문제나 의사소통 착오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건 발생 경위에 대한 축소보고로 인해 경미한 건으로 상부에서 판단했기 때문인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합니다.

중대장의 긴 휴가, 심리관리인가 단순 전우조 동행인가
중대장은 약 2주간의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신상이 노출돼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피의자 신분이 될, 도주우려가 있는 중대장에게 휴가를 승인해준 이유와 주체가 누구인지도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합니다.

군은 중대장에게 멘토 배정 및 심리 상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고, 본지에 관련 규정이 있으며 과거 사례가 있다고까지 했으나 말을 바꿨습니다.

지난달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A 중대장에 대한 멘토 배정 및 심리 상태 관리는 사실이 아니며 A 중대장이 집으로 가는 길에 전우조를 붙였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지원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영득 법무법인 정론 변호사는 “불합리한 일”이라며 “심리상담을 해준다는 건 피해자 입장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지원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최영기 법률사무소 승전 변호사는 “그 자체가 2차 가해로 비쳐질 수 있고 유족들 입장에서는 2차 가해에 대한 별도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며 “그러한 결정을 한 인원들도 징계 조치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전우조 동행에 대해서도 군 간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문제가 있는 간부라도 전우조를 붙여 집에 데려다주는 경우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 지휘관인 중대장에게 전우조를 붙여주는 사례도 처음 본다는 간부들이 많았습니다.

군이 유독 A 중대장에게 이러한 ‘특혜’를 준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합니다.

경찰은 왜 A 중대장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나
경찰이 군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17일 만에 첫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경찰은 A 중대장이 휴가를 받아 집에 다녀올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혹행위를 당한 훈련병이 사망한 지 24일 만에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A 중대장은 증거인멸 또는 증거조작과 도주우려가 있었습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중대장, 부중대장 등 가해자들은 A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로 즉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승환 법률사무소 GB 변호사는 “현재 경찰에서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사건 당사자들이 목격자 등의 관련자들과 진술을 맞추거나 왜곡시키는 등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도주의 우려 역시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구속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며 “한치의 억울함이나 의문이 없도록 철저하게 수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군대에서 중대장과 부중대장의 얼차려로 소중한 인적자원인 훈련병이 희생되는 것은 비전투손실”이라며 “해당 가해자들은 전원구속이 필요하고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 군단장 이상까지 책임지고 전역해야 할 참담한 비전투인명손실”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육군 당국도 한심한 대응을 보이더니 경찰의 수사도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며 “이런 수사가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에서 군입대는 더 이상 신성한 의무의 수행이 아닌 서글픈 희생에 불과할 것”이라고 일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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