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호가 잘하는 줄도 몰랐어요" TV·인터넷도 끊었다…하루아침에 트레이드, 오재일의 털어놓은 '마음고생' [MD수원]

수원 = 박승환 기자 2024. 6. 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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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T-두산의 경기. KT 오재일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TV와 휴대폰을 아예 보지 않았다"

KT 위즈 오재일은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6차전 홈 맞대결에 1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 팀의 4연패 탈출의 선봉장에 섰다.

지난 2005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의 지명을 받은 오재일은 넥센 히어로즈를 거쳐 2012시즌부터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와 히어로즈 시절에는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오재일은 2015시즌 66경기에 출전해 52안타 14홈런 36타점 33득점 타율 0.289 OPS 0.981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본격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2015시즌을 기점으로 재능에 꽃을 피운 오재일은 2016시즌 27홈런 92타점 타율 0.316 OPS 1.003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2017시즌 27홈런 OPS 0.939, 2018년 27홈런 OPS 0.912로 활약하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2020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됐고, 삼성 라이온즈와 4년 총액 50억원의 결코 작지 않은 계약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오재일은 이적 첫해 120경기에 출전해 25개의 아치를 그리는 등 97타점 타율 0.285 OPS 0.878의 성적을 거두며 삼성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보탰고, 2022시즌 또한 135경기에서 21홈런 94타점 타율 0.268 OPS 0.836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런데 지난해 갑작스럽게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1군보다는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힘겨운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삼성과 KT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경기 출전에 대한 불만이 컸던 박병호가 KT를 떠나기를 희망했고, 이에 아무런 소득 없이 박병호를 웨이버공시 할 수 없었던 KT가 트레이드 대상을 물색한 끝에 삼성으로부터 오재일을 받기로 결정했다. 올해 박병호도 KT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었기에 두 팀 모두 '동갑내기'를 맞교환 함으로써 트레이드 효과를 기대해 보기로 결정했다.

2024년 6월 4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오재일이 7회말 2사 1.3루서 대타로 나와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6월 5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오재일이 2회말 선두타자 2루타를 치고 있다./마이데일리

그런데 이적 직후 첫 경기부터 홈런포를 가동했던 박병호와 달리 오재일의 방망이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오재일은 이적 후 세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고, 6월 일정이 시작된 이후에도 18일 경기 전까지 5안타 2홈런 4타점 타율 0.156로 허덕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18일 경기 내용은 조금 달랐다. 오재일은 1, 3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부터 가운데 담장으로 향하는 홈런성 타구를 만들어내며 기분 좋게 경기를 출발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4회말 무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 오재일은 롯데 선발 한현희를 상대로 다시 한번 가운데 담장 방면을 향해 큼지막한 타구를 뽑아냈고, 이번에는 KT위즈파크의 센터를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폭발시켰다. 이후 세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을 당했으나,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리면서 2안타 1타점 경기를 펼쳤다. KT로 이적한 이후 첫 멀티히트. 이런 오재일의 활약에 KT는 마침내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오재일은 'KT로 이적한 이후 가장 활약이 좋았던 것 같다'는 말에 "연패 중이었고, 최근 롯데가 잘하고 있어서 선수들이 다 같이 '연패를 끊자'는 생각으로 하나로 뭉친게 좋은 결과로 있었다"며 첫 번째 타석의 희생플라이에 대해 "홈런이 안 돼서 조금 자존심이 상했는데, 다음 타석에서는 안타가 나와서 다행인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오재일은 "사실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쳤을 때도 홈런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오늘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겨서 다 잊어먹었다"며 희생플라이와 2루타를 비교했을 때 어떤 타구가 더 아쉬웠냐는 물음에 "잡혔을 때가 더 아쉬웠다. 수원이 구장이 크긴 하지만, 잘 넘어가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타구가 안 넘어가더라"고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최근 부진한 흐름은 비슷한 편이지만,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직후의 활약은 박병호가 더 뛰어났다. 이에 오재일은 자연스럽게 박병호의 성적과 비교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는 "이제 KT에 대한 적응을 조금 마친 것 같다. 이적 직후에는 생각도 많았는데, 이제는 편안하게 경기에만 집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게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이사를 하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집도 알아보고 하는 과정에서 정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온전히 야구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었던 셈. 이에 오재일은 지금까지도 TV를 보지 않고, 휴대폰도 잘 보지 않았다고. 그는 "TV와 휴대폰을 아예 보지 않았다. 그래서 (박)병호가 잘하는지도 몰랐다. 주변에서 병호가 홈런을 쳤다고 해서 알게 됐다. 아무래도 친구지만, 트레이드 상대가 잘하게 되면…"이라며 "일단 KT에 적응하는데 집중을 했다. KT에서도 병호가 잘 친 것에 대해 내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2024년 5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T-두산의 경기. KT 오재일이 8회초 대타로 나완 두산 최지강에게 큼직한 파울을 때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마이데일리

이런 어려운 시기를 겪는 동안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따뜻한 말을 많이 들었던 오재일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힘내라고 워낙 따뜻한 말을 많이 해주시더라. 그래서 하루에 한 타석을 나가더라도 내 역할에 충실하자는 생각이었다"며 "감독님께서 굉장히 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 워낙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시는 편이다. 너무 좋다. 이렇게 따뜻한 감독님은 처음"이라고 웃으며 "그리고 (유)한준 코치님도 선수 때부터 엄청 친한 사이인데, 타격과 멘탈 쪽에서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KT는 오는 28일부터 삼성과 3연전을 갖는다. 트레이드 이후 첫 맞대결. 오재일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맞대결이 될 수 있다. 이적 과정에서 원태인에게 으름장을 놓았던 오재일은 "기대가 된다"면서도 "가장 걱정인 것은 (강)민호 형이다. 타석에 들어서면 말을 너무 많이 한다. 그것만 아니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적 이후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오재일이 두 개의 홈런성 타구를 만들어내는 등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제 좋아질 일만 남은 셈. 오재일은 '다시 페이스가 올라오면 TV와 휴대폰도 볼 것이냐'는 물음에 오재일은 "다시 잘 치기 시작하면 봐야죠"라고 웃었다. 오재일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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