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ELS피해·횡령 등 은행사고에 강력경고"

부동산 PF 신디케이트론 참여 요청
불완전판매·금융사고 제도개선으로 한계 있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강신숙(앞열부터 뒷열, 왼쪽부터) 수협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황병우 iM뱅크 은행장, 이은미 토스뱅크은행장, 김광옥 카카오뱅크 부대표,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동훈 수출입은행 부행장, 박우혁 제주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예경탁 경남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서동호 산업은행 부행장. [금융감독원 제공]

"은행권의 잇따른 불완전판매와 끊이지 않는 횡령 등 금융사고로 임직원의 도덕 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은행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을 모아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 잇따른 불완전판매와 우리은행의 100억원 규모 횡령 사고 등을 간접적으로 겨냥해 강력히 경고했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책임과 횡령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은행 성과주의와 부실한 내부통제에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은행 자체적인 도덕성 제고를 권고했다. 그는 "불완전판매나 횡령 등 금융 사고에 대해 감독당국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은행 내부통제 강화를 요청했다. 이어 이 원장은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은행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들어 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에서 2년 전 700억원대 횡령이 발생하고 난 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당국차원에서 노력했지만 사고 소식은 계속됐다. 작년에는 경남은행에서 수천억원 횡령이 발생했고 올해는 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이 또 발생했다.

옥석가리기가 한창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시장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은행권의 참여도 당부했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선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해 자금을 투입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금리와 주택시장 등 경제환경 변화에 대비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제도의 차질 없는 준비도 당부했다. 부실차주를 늘리는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경계하면서, 남는 자금은 국가 시스템 위기 지원에 사용하라는 '공공재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이밖에 이 원장은 저출산·고령화, AI활용 확대 등 환경 변화에 대비한 은행의 변화·혁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금융당국도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은행의 부수·겸영업무 범위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역량 제고 등을 위한 감독·규제 환경 조성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은행장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은행장들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변화와 혁신은 물론, 근본적인 조직문화 개선·금융시장 안전·사회적 책임 이행 등에 힘 쓸 것을 약속했다.

이 원장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향후 감독·검사업무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은행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해 개선을 유도하는 감독 프로세스를 마련한다. 종합리스크관리 규정을 통해 조직문화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과 정기평가를 의무화한 호주와, 지배구조와 변화관리, 조직심리와 관련한 전문가 조직을 신설한 네덜란드의 사례를 참고한다. 금감원은 조직문화 변화로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가 줄어들 경우, 자본비율 산정 방식 등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