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 '단기 실적주의' 버리고 '고객이익' 우선해야"

박동해 기자 2024. 6. 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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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위협뿐 아니라 은행권 조직문화도 감독할 것
은행영업 경계 허물어져…신사업 적극 발굴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상법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6.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 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국내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이 최근 몇년간 은행권에서 반복된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를 지적하며 병폐의 원인으로 '단기 실적주의'를 꼽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은행 은행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잘못된 실적주의를 버려야 살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19일 오전 10시 이 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은행 20곳의 은행장들과 만나 '은행권 주요 현안사항 및 은행산업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단기 실적주의 조직 문화 버리고 과감히 변화해야"

이날 이 원장은 지난 몇년간 은행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은행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넘어 은행권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나 리스크 관리보다 단기 실적만 좋으면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은행권의 성과보상 체계를 문제 삼으며 "은행이 영업실적 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최근까지 논란이 된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도 "따지고 보면 은행의 단기 실적 위주 문화가 한몫을 했다"라며 '은행권 조직문화의 과감한 변화'를 촉구했다.

더불어 이 원장은 향후 위법·부당행위로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재발한다면 엄정 조치 이외에 감독당국이 직접 은행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해 개선을 유도하는 '새로운 감독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는 감독당국이 재무적 위험뿐 아니라 금융사고, 불완전 판매 등 비재무적 위험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금융사의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관리·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부동산 PF 정상화 가계대출 안정에 협조 당부"

이어 최근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대비하기 위한 은행권의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긴요한 선결과제"라며 "정부와 금융당국도 사업성 평가기준 정비 등을 통해 원활한 구조조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의 모습(자료사진). 2024.3.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 원장은 정부에 노력에 더해 "잠재 부실 사업장에 묶여있는 자금이 선순환되어 시장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은행권에서도 보험권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신디케이트론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덧붙었다.

신디케이트론은 다수의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같은 조건으로 일정한 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로 거액의 대출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용된다.

더불어 이 원장은 최근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장들에게 "가계대출이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 등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전했다.

◇"은행영업의 경계 허물어져"…변화에 대비 혁신해야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은행들이 새로운 산업의 변화에 발 맞춰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빅테크의 금융진출, AI기술 활용 확대 등으로 전통적인 은행영업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라며 "변화와 혁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 또한 은행의 부수·겸영업무 범위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역량제고 등을 위해 감독·규제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금융시장 안정, 사회적 책임 이행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도 "향후에도 은행권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감독·검사업무에 적극 반영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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