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푸틴 방북…김정은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서명
<출연 : 지성림 연합뉴스TV 정치부 기자>
[앵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늘 새벽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2000년 7월 방북 이후 24년 만인데요.
구소련 시절까지 포함해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최고지도자는 푸틴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북·러 정상회담은 오늘 오후 열리는데,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하고 양국 관계의 격상을 선포할 예정입니다.
푸틴 방북의 의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 등을 놓고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지성림 기자와 자세하게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지 기자, 어서 오세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2019년 4월과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두 차례 만난 적이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 방북은 원래 1박 2일 일정이었는데, 오늘 새벽에 도착하면서 당일치기 일정이 됐네요.
오늘 어떤 일정들이 있는지 먼저 소개해주시죠.
[기자]
푸틴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는 오늘 새벽 2시가 넘어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에 도착해서인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고위 간부들의 수행 없이 통역만 대동하고 공항에 나가 푸틴을 맞이했는데요.
과거 외국 정상들이 방북할 때 공항에서 예포를 발사하고 성대한 환영 의식을 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전용차인 '아우루스' 리무진을 함께 타고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까지 안내했습니다.
러시아 크렘린궁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오늘 일정은 정오에 열리는 공식 환영식부터 시작됩니다.
공식 환영식은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환영식에 이어 양측 대표단 소개, 군 의장대 사열 등의 행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사진 촬영에 이어 정상회담이 열리는데요.
확대 정상회담과 단독 회담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됩니다.
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양국 관계 격상과 높은 수준의 협력을 약속하는 공식 문서에 서명하고, '공동 기자회견' 형식의 행사도 치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크렘린궁 보좌관은 "산책과 다도를 겸한 비공식 회담에 긴 시간이 할당돼 있다"며 푸틴과 김정은이 비공식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연도 관람할 예정인데, 이는 북한 측에서 제안한 일정으로 전해졌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24년 전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평양 중심부에 세워진 '해방탑'에 헌화할 계획인데요.
해방탑은 1945년 북한 지역에서 일본군을 몰아낸 소련군을 기념하는 상징물입니다.
이어 두 정상은 북한 측에서 마련한 연회에 참석해 차례로 연설하고 식사를 마친 뒤 함께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이들은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 정백사원에 들를 예정입니다.
[앵커]
러시아가 이번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할 예정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협정은 양국이 기존에 맺었던 조약을 대체할 거라고 하는데, 북·러 관계 격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짚어주시죠.
[기자]
푸틴 대통령은 어제 공개된 대통령령 문건에서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하자는 러시아 외무부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여러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계획이라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는데, 결국 사실로 확인된 겁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북·러 간 새로운 협정이 기존에 양국이 체결했던 조약 등 공식 문서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의 격상을 명시한 새로운 조약이나 협정을 체결하고, 이 내용이 담긴 공식 문서에 서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는데, 북한과의 관계에는 '포괄적' 협력이라는 의미를 추가해서 한·러 관계보다도 더 격상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북·러 관계에 '포괄적'이란 수식어를 붙인다는 건 경제와 문화 등은 물론이고 군사·안보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들은 베트남, 이집트, 몽골, 남아공 등인데요.
중국과는 이 나라들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신시대 전면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습니다.
러시아의 대외관계 수준은 크게 선린·우호 관계, 협력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전략 동맹 순으로 높아집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2000년에 체결한 조약은 '선린·우호' 관계 수준이었는데, 이번에 상당한 수준으로 격상되는 겁니다.
[앵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 격상이 선포될 거란 사전 징후 같은 것이 있었나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북한이 포탄을 대량으로 제공하면서 두 나라가 부쩍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면서 관계 격상을 선언할 거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이 열렸을 당시에는 공동선언이나 공동 기자회견 같은 공식 발표가 없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방북이란 '빅 이벤트'를 위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을 이번으로 미룬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양국 관계의 격상, 즉 북한과 러시아가 기존 조약을 대체한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거란 징후는 북한의 최근 발언에서 나타났습니다.
김정은은 작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 시대 북·러 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자"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러 관계를 한단계 더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또 북한은 올해 1월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결과를 보도하면서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인 발전 방향에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세우기 위한 논의에서 일치 공감과 만족한 합의를 이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북한이 강조했던 양국 관계의 '새로운 법률적 기초'는 러시아와 맺었던 기존 조약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조약 체결을 의미했던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을 체결해온 역사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현재 조약은 2000년에 체결된 것이라고 하는데, 당시 조약의 주요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두 나라 사이의 조약 체결은 구소련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1961년 김일성 주석의 소련 방문을 계기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 우호조약이 체결됐습니다.
이 우호조약에는 한 나라가 외부 세력의 침공을 받을 경우 조약 상대국은 자동으로 군사력을 동원해 개입한다는, 즉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구소련이 1990년 우리나라와 수교하고, 또 1991년 사회주의 체제가 해체된 것을 계기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이 조약은 1996년 폐기됐습니다.
이후 러시아와 북한은 2000년 2월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고, 그해 7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새 조약을 공식화했습니다.
'친선·선린 및 협조 조약'이란 이름의 현재 조약에는 경제, 과학, 기술, 문화 등 분야 협력만 주로 명시됐고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빠졌습니다.
대신 이 조약은 쌍방 중 한 나라에 대해 침략 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협력이 필요할 경우, 즉각 서로 접촉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즉 북·러 간 현재 조약에서 명시한 안보 협력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란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양국이 한·러 관계보다도 더 밀접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는다면 양국의 군사·안보 협력 수준은 상당히 높아질 전망입니다.
[앵커]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강화되는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북·러가 이번에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에 가까운 수준의 조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이 새로운 조약이나 협정을 체결하면서 1961년 조약에 포함됐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기자]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24년 전보다 많이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북한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이를 전 세계에 선포하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또 대량의 포탄을 제공하고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을 덮어놓고 지지해주는 북한에 대한 고마움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동 군사개입 조항 부활을 지속해서 요청해왔는데요.
러시아가 이 요청을 수락할 가능성이 "절대로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북·러 간 조약이 업그레이드되더라도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그대로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합니다.
러시아는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과 다양한 수준의 군사·안보 협력을 약속했지만, 상호 방위 조약을 체결한 나라는 사실상 아르메니아가 유일합니다.
특히 한·러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심각한 파장을 고려한다면 북한과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무리수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개막을 앞두고 세계 주요 뉴스 통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에 어떠한 무기도 공급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방북을 앞두고 한·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러시아가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레드 라인'을 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 정부는 푸틴 대통령 방북을 앞두고 러시아에 우리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오늘 북·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도 관심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북·러 간 군사협력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정상회담에서 군사협력 강화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는 북한이 포탄과 미사일을 계속 공급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을 넘겨받기를 원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수준의 군사기술 이전이 이뤄질지는 러시아의 결심에 달렸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 등 서방의 비난과 압박을 받는 러시아와 한미일 안보 협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은 '반미' 정서를 공통 분모로 군사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푸틴과 김정은은 군사협력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무기 거래 등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인 만큼 양측은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군사협력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김정은과 푸틴이 군사협력 강화를 약속하더라도 북한이 무기를 제공해준 대가로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잠수함 등과 같은 핵심 군사기술을 넘겨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미사일을 공급받는 대신 정찰위성과 운반 로켓 등 우주기술 정도만 이전할 걸로 전망합니다.
이와 함께 북한 근로자의 러시아 파견, 러시아의 대북 에너지 지원 등의 문제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지만, 이 또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사항이어서 논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경제, 에너지, 교통, 국제 협력 등 다양한 분야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얘기를 듣고 보니 오늘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네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가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됩니다.
지금까지 지성림 기자와 함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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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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