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직장 갑질' 과태료에도 제주 공공기관장 징계 유보

유영규 기자 2024. 6. 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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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내 괴롭힘 과태료 부과를 알리는 안내문

노동청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제주도의 한 출자·출연 기관장에 대한 기관 징계가 유보돼 피해자들이 부당함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오늘(19일) 제주도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제주도 공공기관 직원 A 씨·B 씨 등 2명이 지난해 9월 진정한 직장 내 괴롭힘 건과 관련, 노동청은 지난달 1일 근로기준법 제76조2(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으로 판단해 기관장에게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한다고 알렸습니다.

진정 내용을 보면 A 씨는 기관 측이 갑작스럽게 자신이 일하던 사무실을 고객 상담실로 바꿔 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9월 사직했습니다.

B 씨는 지난해 7월 지체장애 3급에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을 위해 1년간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불허됐습니다.

특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관은 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 해야 하는 통보를 3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 씨는 또 해당 기관장이 자신에 대한 인사 평가를 부당하게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공공기관 이사회는 지난달 22일 기관장에 대한 징계 심의를 했지만 기관장이 과태료 처분에 대해 이의제기하기로 했다는 점을 들어 징계 처분을 유보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의 과태료 부과 통지를 받더라도 60일 이내 노동청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의가 제기되면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처분의 효력이 최종 법원 판단 시까지 상실됩니다.

해당 기관 이사인 제주도청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이사장에 대한 징계 유보 결정을 한 것은 절차에 따라 법원 판단이 확정되거나 최소한 항고 결과가 나온 이후에 징계 여부를 논의하도록 한 것"이라며 " 기관장 임기 내에 법원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돼 추후 이사회 논의 시까지 시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제주도 누리집에 글을 올려 "기관장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피해자 의견 청취도 없었으며 (기관장에 대해) 이사회에서 징계를 내리지 않은 행위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먼저 이사회에서 기관장에 대한 징계(대기발령 등)를 주고 이후 이의제기가 접수되면 대기발령을 해제하는 것이 절차에 부합된다고 사료된다"며 이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요구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조치)에 의하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가해자에 대해 징계, 근무 장소 변경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징계 등의 조치 전에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듣는 내용도 있습니다.

A 씨는 또 "해당 기관장은 조만간 대규모 승진 인사를 진행하게 된다. 대기 발령 등을 하지 않아 인사권한을 남용할 수 있게 한 것은 관리·감독 기관인 제주도의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직원 B 씨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기관장인데, 기관장이 어떠한 조치도 받지 않고 업무를 계속 보고 있다"며 "정신적 고통 속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기관장은 "A 씨 사무실에 별도 문을 만들기로 A 씨 등이 참여한 사전 회의에서 얘기가 됐고 A 씨 본인도 문을 새로 만들기 위한 물품 구매에 결재했다"며 "객장 서비스 환경 개선을 위해 A 씨 사무실 일부를 개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기관장은 "B 씨는 특수 업무에 종사하는 고도의 전문 인력이라서 외부 대체 인력을 뽑기 어려워 휴가를 3개월만 가면 안 되냐고 했지만, 이를 B 씨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외부 변호사,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자체 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는 이번 사례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번 일은 적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조직 경영상에 발생한 것이다. 나도 억울한 점이 있어 노동청 판단에 대해 이의제기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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