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르포] "사장님 여기 진로 한병 추가요" … 베트남 과일소주 열풍

하노이(베트남)=황정원 기자 2024. 6. 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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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 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 하노이 맥주거리에 상륙한 K소주
[편집자주] 하이트진로가 창사 100주년을 맞았다. 주류업계 최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주 '진로'는 이제 소주의 세계화를 넘어 글로벌 대중화를 꿈꾼다. 2001년 이후 2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음 100년은 판매량이 아닌 '주류 문화' 전도사로서 세계 1위를 거머쥘 요량이다.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황정원 기자
"조사를 하면서 우리도 깜짝 놀랐습니다. 응답자의 90%에 달하는 소비자가 초록병에 담긴 음료가 한국 소주이고 '진로'라는 브랜드인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체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황 전무는 "과거에는 해외에 거주하거나 관광을 온 한국인들이 소주를 찾았지만 이제는 현지인이 더 많이 소비하고 있는데 특히 과일소주를 선호한다"라고 덧붙였다.

과일소주는 알코올 13%의 저도주로 주재료 뒤에 '~에 이슬'이라는 제품명이 붙는다. 자몽, 청포도, 자두, 딸기, 복숭아 5종이 있다.



소주 한병에 8000원 … 주 소비층은 2030


공동취재단은 베트남 현지의 소주 인기를 직접 파악하기 위해 13일 밤 '하노이 맥주거리'로 불리는 따히엔 거리를 찾았다. 하노이 구 도심(올드 쿼터)인 호안끼엠 구에 있는 곳으로 한국으로 치면 종로나 홍대 정도 되겠다.

다양한 장르의 바와 음식점이 밀집돼 있는 이곳은 과거 극장이 있던 번화가였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미식거리가 형성됐고 오늘날 하노이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명소로 자리잡았다. 해가 지면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하노이의 밤을 만끽하려는 젊은이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에 야외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고 현지 젊은이와 외국인 관광객이 하나둘 테이블을 차지한다. 가게 문은 모두 활짝 열려있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든다. 맥주와 수다가 필요하다면 누구나 부담없이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는 분위기다.
하노이 맥주거리 한 주점의 메뉴판. 하단에 진로소주가 크게 배치되어 있다. /사진=황정원 기자
밤이라곤 해도 6월의 하노이는 무덥고 습했다. 맥주거리가 왜 생겨났는지 알 것 같았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런 곳에서 소주를 마시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리 들어오세요. 술도 안주도 다양해요."

가게 앞에서 호객에 열을 올리던 직원이 내게도 커다란 메뉴판을 불쑥 내밀었다. 여러 종류의 맥주가 있었지만 아래쪽에 반가운 술이 보였다.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진로 소주 군단이었다.

참이슬은 물론 복숭아에 이슬, 청포도에 이슬, 딸기에 이슬 등 한국에서 보기 힘든 과일소주 라인업까지 모두 갖춰져 있다. 주점 판매가는 베트남화로 15만동(약 8145원)이었다.

인기 맛집 중 하나인 짠가찌엔맘마이린(Chan Ga Chien Mam Mai Linh) 안으로 들어갔다. 메뉴판에만 소주가 있는 다른 가게들과 달리 그곳은 한쪽 벽면에 빈 소주병을 일렬로 세워둔 모습이 특이했다.

가게 사장인 쩐 흐엉 장(Tran Huong Giang)씨에게 소주를 찾는 손님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꽤 많이 찾는 편이다. 평일 기준으로 하루 30~35병 정도가 팔리고 주말에는 일정하진 않지만 그보다 훨씬 많이 팔린다. 앉은 자리에서 한 테이블에 열댓병도 마신다"며 "주로 25~35세 사이 손님들이 많이 주문하는데 남녀 모두 과일소주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안쪽으로 걷고 있노라니 파란색 진로 유니폼을 입은 프로모션 걸이 보였다. 2인 1조로 움직이는 그들은 각각 미니 시음 부스와 앙증맞은 두꺼비 인형을 들고 맥주거리의 손님들에게 진로 소주를 홍보하고 있었다.

프로모션 걸 중 시음을 담당하는 응옥 란(Ngoc Lan)씨는 "소주 두병을 주문하면 인형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며 "여자 손님들에게는 과일소주가 인기가 많고 일부 남자들은 오리지널을 선호한다. 최근에 '복숭아에 이슬'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두꺼비 인형 증정을 맡은 홍 감(Hong Gam)씨는 "진로 캐틱터에 호감을 가진 고객도 많다. 두꺼비 인형이 귀여워서 다들 가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야외 테이블에서 청포도에 이슬을 마시고 있던 손님 응우옌 안 톤 린(Nguyen An Ton Lin)씨는 현지 젊은이들이 소주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공동취재진의 질문에 "젊은 층은 대체로 소주에 대해 알고 있는데 다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라고 답했다.



삼겹살·소주 조합 인기… K드라마 유행에 '소맥족' 등장


맥주거리 인근에는 한식주점 '진로BBQ'도 있다. 하이트진로에서는 이름만 빌려주고 운영은 한국인 김광욱씨가 한다. 간판에 '진로'가 들어간 곳답게 입구부터 실내까지 진로소주를 테마로 잘 꾸며져 있다. 외부 스피커에서는 '에브리바디 진로!'라고 외치는 흥겨운 EDM이 흘러나왔다.
베트남 하노이 진로BBQ 음식점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진로 마스코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정원 기자
가게 앞에는 파란색과 분홍색 두꺼비 마스코트가 진로 프로모션 걸과 함께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거리를 오가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앞다투어 두꺼비 마스코트와 기념촬영을 했다.

평일이라 맥주거리 식당이 대부분 한산한 반면 진로BBQ는 이른 저녁부터 만석이었다. 주요 메뉴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소주와 삼겹살이다. 이제는 베트남인들의 인기 메뉴가 됐다.

"맥주거리이지만 저희 가게에서는 소주와 맥주 비중이 8대 2정도 됩니다. 과일소주와 일반 소주의 판매 비율은 7대 3이고요. 70%가 여성 고객으로 20대 중후반이 많습니다."

업주 김씨는 처음에는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것) 문화가 없었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소맥을 먹는 고객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본인이 직접 소맥 만드는 법을 전파하기도 한다고.

하이트진로는 올해 6월 기준 맥주거리 주점 중 82%에 진로 소주를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납품 비율은 40%였다.
하이트진로는 업소 외에도 대형마트, 편의점 등 현지 유통채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의 전체 마트는 약 9000개 정도이며 그중 90%의 매장에서 진로 소주를 만날 수 있다.

하노이(베트남)=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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