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대결·개그콤비·브로맨스… 올여름 극장가 ‘남남 케미’ 폭발
하정우·여진구 ‘하이재킹’
1971년 여객기 납북 미수 바탕
이성민·이희준 ‘핸섬가이즈’
슬랩스틱·오컬트 섞어 재미보장
이제훈·구교환 ‘탈주’
北탈출 인민군·추격자 고뇌 그려
‘하이재킹’ ‘핸섬가이즈’ ‘탈주’. 세 영화의 공통점은? 올여름 관객과 만나는 한국 영화라는 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남자 배우 두 명의 호흡이 돋보이는 ‘남남(男男) 케미’ 영화란 점이다. 멜로·로맨스 장르가 영 힘을 못 쓰며 전통적인 남녀 구도가 자취를 감춘 한국 영화판을 남남 케미가 채우고 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은 배우 하정우와 여진구의 ‘대결’ 구도를 앞세운다.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적으로 납치해 북한으로 가려는 용대(여진구)와 승객을 지키려고 분투하는 부기장 태인(하정우)은 좁은 비행기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한다. 1971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으로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하정우와 여진구의 나이 차는 19살. 그렇지만 하정우는 영화를 찍으며 까마득한 동생 여진구에게 맞았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여진구에 대해 “아기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불덩이 같은 느낌”이라며 “평소 돌아이 같은 면도 있어서, 영화 속에서 용대가 눈 돌아가는 것만 잘 뽑아내면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위협적으로 연기하다 보니 실제로 몇 번 정우 형을 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항공기 납치물에 기대하는 서스펜스보다 묵직한 실화의 감동에 기댄다.
26일 개봉하는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는 험하게 생겼지만, 실은 마음씨 따뜻한 의형제로 분한 이성민, 이희준의 ‘우애’가 돋보인다. 전원생활을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로 이주한 자칭 터프가이 재필(이성민)과 섹시가이 상구(이희준)가 본의와 상관없이 사람이 죽어 나가는 소동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오컬트, 슬래시 무비 등 각종 장르가 뒤섞였다. B급을 표방해 취향 차가 있을 수 있지만, 신선한 방식으로 재미는 보장된 영화다.
영화에서 기막힌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 이성민·이희준은 실제론 ‘선을 지키는’ 사이다. 이성민은 13일 인터뷰에서 “축구선수가 각자 포지션이 있듯 서로의 연기에 선을 넘지 않는 훈련을 연극 때부터 함께 해왔다”며 “앙상블이 잘 맞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희준은 “성민이 형의 우스꽝스러운 분장에 위기감을 느꼈다”며 “즐거운 경쟁이었다”고 회상했다.
7월 3일 개봉하는 ‘탈주’(감독 이종필)는 남한으로 도망치려는 북한 인민군 중사 규남(이제훈)과 그를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추격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표면적으로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너를 죽여야 내가 사는 극한의 대결이지만 어릴 적 친한 형, 동생 사이였던 이들의 과거사가 결합해 독특한 청춘 ‘브로맨스’ 느낌을 띤다. 자유와 행복을 찾아 달리는 규남의 외형적 탈주와 피아니스트란 꿈을 속으로 삭인 채 엘리트 장성이란 집안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현상의 내면적 탈주가 조응하며 94분이란 러닝타임을 지루할 틈 없이 달려나간다.
앞서 이제훈이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구교환에게 ‘손하트’로 러브콜을 보냈고, 구교환이 이에 화답한 사실은 유명하다. 이제훈은 17일 시사회에서 “‘왜 이제야 만났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촬영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구교환 역시 “좋아하는 마음이 통한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며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이제훈이라는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남 케미 영화가 이처럼 주를 이루는 이유는 멜로 영화의 성적이 신통치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흥행 1위는 ‘서울의 봄’, 2위는 ‘범죄도시 3’ 그리고 3·4위는 애니메이션 ‘엘리멘탈’과 ‘스즈메의 문단속’이었다. 10위권으로 넓혀도 멜로 장르는커녕 남녀 주인공이 호흡을 맞춘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 202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구교환과 꿈에 그리던 남남 케미를 선보인 이제훈의 12년 전 영화 ‘건축학 개론’ 정도가 최근 흥행했던 정통 로맨스 영화란 사실은 멜로가 실종된 충무로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스릴러 등 장르 영화가 많아졌다는 점도 남녀 조합이 줄어든 요인이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평균 연령층이 높아진 것도 이유다. 멜로 장르 주 연령대인 20·30대 배우들 중엔 티켓 파워를 가진 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해묵은 고민과 겹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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