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불소추권’ 논란… “당선땐 재판 중단” vs “재판까지 면책 안돼”[Who, What, Why]
‘소추’ 해석 놓고 논쟁 불붙어
“현직 대통령 법정 안세우는것”
“진행중인 재판 중지 명분없어”
대장동 등 ‘4개의 이재명 재판’
대선까지 판결 안 나올 가능성
위증교사 사건 등 징역 확정땐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돼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연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의 해석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소추’의 개념을 어디까지로 보느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해당 조항은 현직 대통령이 기소를 당하지 않는다는 규정일 뿐이라는 해석과 재판도 받지 않는다는 해석이 모두 있다.
◇‘소추’ 개념 두고 다양한 해석=‘헌법 84조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검사 출신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연루 혐의 기소가 거론되던 지난 8일 SNS에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 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며 “어떤 학자들은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하고, 어떤 학자들은 중단된다고 한다. 헌법 84조에서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느냐의 해석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헌법 84조는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특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지도자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 헌법은 형사상 불소추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자유민주국가에서 헌법 해석은 국민의 기본권은 되도록 넓게, 통치기관의 특권과 권한은 가능한 한 좁게 해석하는 것”이라며 “이런 원리에 비춰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상 특권 규정은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 관련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 소추라 함은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것을 말하고, 기소보다 넓은 개념”이라며 “헌법 84조는 행정 수반이 아닌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에게 부여한 특권이기 때문에 재직 중에는 기소도 되지 않고 형사재판도 받지 않고, 재판 시효도 정지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246조는 국가소추주의를 규정하며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돼 있다. 수행한다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공소 유지, 즉 재판까지 염두에 둔 규정이라는 해석이다.
헌법 84조 논란은 과거에도 학계에서 논쟁이 된 적이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상고심 판결을 앞뒀을 때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당시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소추는 기소의 의미로 좁게 봐야 한다. (대통령 취임 전) 진행 중인 재판을 정지하거나 중단할 명분은 없다”고 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 조항의 취지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사법권의 방해를 받지 않을 권리로 봐야 한다”며 “임기가 시작되면 재판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주 전 법제처장은 지난 2022년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인권과 정의’ 2월호에서 ‘공론화된 대통령 후보에 관한 범죄혐의와 불소추 특권에 기인하는 대통령 취임 후의 지위’ 논문을 통해 “선거일 이전에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은 재판절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해석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84조가 규정하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대권(국가 원수가 국토·인민을 통치하는 헌법상의 권한을 의미)의 일종”이라며 “부분적 ‘자기 사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027년 대선까지 판결 확정 안 나올 가능성 높은 이재명=이번에 헌법 84조 논란이 더 가중된 것은 이 대표가 현재 기소된 재판이 다음 대선까지 끝날 가능성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기소돼 총 4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기존에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사건 등 3개의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그룹에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와 경기지사 시절 방북 추진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추가 기소를 한 것이다.
현재 재판 진행 속도상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사건은 올해 1심 결과가 나오고 3심까지 가더라도 차기 대선이 예정돼 있는 2027년 3월까지 확정판결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된 대장동 재판 등은 1심에만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여기에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도 이 대표가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고 있어 증인을 많이 불러야 하고, 재판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차기 대선 전까지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완전히 다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단언했다.
2027년 대선 전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사건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위증교사 사건에 징역형(집행유예 포함)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이 대표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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