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 달에 두 번은 마셔요”… 베트남서 커지는 한국 소주 인기

베트남 하노이=양범수 기자 2024. 6. 19.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맥주 거리 곳곳에서 과일소주 마셔
무더위에도 인형 탈 쓰고 시음·판촉 행사 진행
슈퍼마켓 95% 입점… 유흥시장으로 시장 확대
JINRO 소주로 브랜드 내세우고 가격 현지화

“친구의 생일이라 함께 모여 축하하고 있어요. 모두 과일소주를 좋아해서 마시고 있는데, 이렇게 고기와 함께 곁들여 마시는 것이 제일 좋아요.”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구 따히엔 맥주거리 인근 식당에서 만난 대학생 부 티 땀(21)씨는 이렇게 말했다. 땀씨는 삼겹살 등 한국식 바비큐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청포도에이슬 등 과일소주를 곁들이고 있었다. 불판을 가운데 두고 술잔을 부딪치며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한국 소비자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땀씨는 “몇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소주를 알게 됐는데, 이제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소주를 마신다”면서 “술을 마시면 쉽게 얼굴이 붉어지는 편인데, 일반소주는 도수가 높지만 과일소주는 도수가 낮아 그런 걱정을 덜 하게 돼 좋다”라고도 했다.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구 따히엔 맥주거리 인근 진로BBQ 매장에서 부 티 땀(21)씨가 친구들과 과일소주를 마시고 있다. /하노이 공동취재단

◇ 유흥시장 공략 나선 하이트진로… 거리 곳곳에 소주 즐기는 현지인들

따히엔 맥주거리에서는 땀씨처럼 과일소주를 즐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식이 아닌 샐러드나 감자튀김과 과일소주를 즐기는 이들도 있었고, 베트남 현지식 면이나 밥 요리에 곁들여 마시는 이들도 곳곳에 있었다.

수많은 가게가 밀집한 거리에는 청포도부터 복숭아·딸기·자두·자몽 등 다양한 과일맛 소주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모두 한글로 표기된 소주의 제품명과 곳곳에 한글로 된 간판 등이 이국적인 베트남 길거리 풍경에서도 한국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미국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재미교포 유다영(22)씨는 “미국에서도 소주를 많이 마시는데 베트남에도 있어 신기했다”면서 “포도맛 소주를 좋아하는데, 친구들도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서로 다른 인종의 친구 둘과 함께 베트남을 찾았다.

따히엔 맥주거리는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전략인 ‘진로의 대중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유흥 채널 영업을 하는 곳이다. 현지인은 물론 하노이를 찾는 연간 400만 명의 해외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날 맥주거리 곳곳에는 30도에 가까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의 상징인 두꺼비 인형 탈을 쓴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시음 및 판촉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매장에서 소주를 주문하면 부채·소주잔·인형 등을 증정하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구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하이트진로의 상징인 두꺼비 인형탈을 쓴 사람과 판촉 사원이 판매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양범수 기자

조성균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거리에서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 78곳 가운데 한 곳도 소주를 취급하는 곳이 없었다”면서 “영업과 함께 판촉 행사를 진행하면서 지금은 64곳에서 소주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런 유흥 채널 판매를 통해 베트남 시장 내에서의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제까지는 가정 채널 중심의 영업으로 성과를 내왔으나, 슈퍼마켓을 기준으로 95% 수준의 입점률을 보이고 있어 지속적인 매출 신장을 위해서는 유흥 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황정호 전무도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내걸고 유통사와의 협업을 통한 가정 채널 공략을 시작해 현재는 대부분의 유통사에 입점이 다 된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유흥채널 공략을 통해 가정 채널에 유통된 제품의 회전 주기를 높여야 할 시기”라고 했다. 더 많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유흥채널에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가정 채널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노이에 있는 슈퍼마켓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현지인 비중이 높다는 하노이 동다구의 후지(FUJI)마트에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을 모아둔 상설 매대도 볼 수 있었다.

과일소주 제품은 물론 참이슬과 진로이즈백 등 일반 소주 제품도 판매하고 있었고, 소주로 구성된 선물세트도 눈에 띄었다. 윤현식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 팀장은 “후지마트는 베트남 BRG그룹과 스미토모라는 일본 회사가 합작해 운영하는 슈퍼마켓임에도 11개 매장 전체에 하이트진로 소주가 입점해 있다”고 말했다.

후지마트에는 하이트진로 제품 외에도 다양한 회사의 소주 제품도 함께 입점해 있었다. 한국애플리즈에서 만든 힘 소주나 담소 소주, 보해양조의 아라 소주 등 한국 기업이 만드는 소주들도 있었지만, 태국의 타완당(TAWANDANG)에서 만든 요구르트맛 소주나 알코올 도수 40짜리 술이 초록색 병에 담겨 팔리고 있었다.

해당 소주들은 4만6500~6만1500동(약 2500~3300원)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하이트진로 제품이 6만5000동(약 3530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비해 병당 230~1030원 저렴했다.

윤 팀장은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지만, 브랜드 파워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소주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70% 정도는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하노이 후지(FUJI)마트에 마련된 진로 매대와 우측으로 진열된 다른 소주 제품들의 모습. /양범수 기자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소매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전체 베트남 주류시장에서 소주가 차지하는 부분은 지난해 0.7% 수준을 기록했다. 2019년 0.2%에서 매년 조금씩 늘어난 수치지만 여전히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베트남의 소주 시장은 지난해 전체 주류시장 성장세가 꺾였음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베트남 전체 주류시장 규모는 6조8796억원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한 반면, 소주 시장은 14% 증가한 491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의 소주 시장 규모는 2019년 115억원에서 연평균 44%씩 증가해왔는데,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10%씩 증가해 7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유로모니터는 전망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 전체 주류시장은 약 1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구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베트남 현지인들이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 제품을 마시고 있는 모습. /양범수 기자

◇ JINRO 소주 확대하고 현지 공장 통해 가격도 현지화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베트남 소주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기 위해 ‘진로의 대중화’ 전략을 통해 현지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타이빈 경제특구 내에 현지 생산공장을 짓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진로를 보다 널리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황 전무는 “그동안은 ‘초록색 병 술은 소주’라는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베트남 시중에 다양한 소주 제품들과 별다른 외양적 차이점을 두지 않을 것을 의도했다”면서 “이제는 진로라는 상표를 확실히 내세워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인지하실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10월에는 일본에서 판매 중인 진로 소주를 전 세계로 확대할 방침이다. 진로 소주는 참이슬이나 진로이즈백과는 달리 제품 라벨에 붉은 글씨로 진로(JINRO)라고 적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현지 공장을 통해 시장 공략을 가속할 방침이다. 2026년 2분기부터 베트남 현지 소주 공장에서 연간 100만 상자(2000만 병)의 과일소주를 생산해 이를 현지화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황정호 전무는 “소주 수출 초기 한국에서 일하셨던 외국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했으나 한국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으셨다”면서 “물류비·세금 등의 영향으로 한 병에 2만원에 판매되는 곳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교환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 생산에서 오는 이점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면서 진로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 해외 공장의 기본 콘셉트”라며 “제품 가격 현지화는 시장 확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맞는다”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