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목표… K팝·태권도 즐길 무대 전국에 마련”

김지영 기자 2024. 6.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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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에게 듣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2차전지·가전보다 수출액 많은 문화콘텐츠의 힘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냉동 김밥 붐 일으켜
● 문화산업 시대, 인재 육성과 콘텐츠 개발에 미래 달려
● 예술가도 되고, 행정가도 돼야 하는 부처
● 창작물 저작권 보호 강화해 경쟁력·부가가치 제고
● 체육 분야 복지 향상과 게임산업 활성화 박차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해외 관광객 2000만 명 달성’을 첫손에 꼽았다. [박해윤 기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냉동김밥과 김이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어요. 불닭볶음면 같은 한국의 매운맛이 전 세계를 사로잡은 것도 우리 문화콘텐츠의 영향이 크고요. 우리가 만든 영화, 드라마, 노래 등 각종 문화콘텐츠가 세계 곳곳에서 소비되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죠."

5월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렇게 밝히며 '문화의 힘'을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체부가 1월 5일 발표한 2022년 기준 콘텐츠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액은 132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124억5000만 달러)보다 6.3% 증가한 액수로 같은 기간 2차전지(99억9000만 달러), 전기차(98억3000만 달러), 가전(80억6000만 달러)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월 3일 발간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도 K-콘텐츠의 경쟁력을 증명한다. 이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전년(53억1714만 달러) 동기보다 1.3% 늘어난 53억9000만 달러에 달한다. 산업별 수출액은 게임이 34억46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지식정보(4억3470만 달러), 음악(3억8782만 달러), 방송(2억9397만 달러)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 장관은 "예전에는 문화로 경제효과를 내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어떤 문화든 산업화가 가능하다"며 "내게 주어진 소임도 문화산업 융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51년 전북 완주군 태생으로 중앙대 연극영화과 71학번이다. 1973년 MBC 공채 6기 탤런트로 연기에 입문해 '전원일기' 등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다. 연극과 뮤지컬, 라디오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력을 다졌다. 1995년 극단 '유인촌레파토리(극단 유)'를 창단하고 1999년에는 소극장 '유시어터'를 세워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주목받았다. 현장에서 쌓은 다채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문체부를 이끌었다.

12년 만인 지난해 10월 그가 다시 문체부 장관에 취임했다. 배우 출신 문체부 장관도 흔치 않지만 같은 인물이 이 자리를 두 번 맡은 것도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 장관에게 이처럼 특별한 기회를 준 이유가 뭘까. 유 장관은 한국을 문화대국으로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취임 이후 K-콘텐츠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는 그에게 밀려드는 궁금증을 던졌다.

새로운 변화에 맞춘 저작권법 개정·강화 필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창작자를 보호하는 게 우리 부처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문체부 장관 자리를 맡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나도 궁금하던 바다. 미루어 짐작건대 문화의 산업화에 방점을 둔 게 아닌가 싶다. 배우 겸 제작자로 현장 상황을 잘 알고, 과거 3년간 이 자리에 있었기에 부처 정책과 돌아가는 사정도 잘 알 거라는 기대와 믿음으로 재임의 기회를 준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0월 장관 취임 당시 대통령의 특별한 당부가 있었나.

"조직이 좀 더 안정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우리 부처가 관장하는 영역이 너무 한쪽으로 경도돼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근래에는 이런 면이 상당히 개선됐다. 우리 문화의 국제적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다. '대한민국 위상이 문화로서 이만큼 높아졌으니 확실하게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부처를 이끌면 좋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12년 만에 문체부 장관으로 복귀했다. 그사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 뭔가.

"기술이다. 기술의 진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쫓아가기 힘들 정도다. 그런 변화에 맞춰 AI(인공지능)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을 어떻게 정리할지 해법을 찾고 있는데 간단치 않다. K-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문화산업을 육성하려면 저작권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AI 기술발전과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부처가 담당하는 순수예술 쪽은 기본으로 돌아가 원천에 대한 저작권을 더 강화하려 한다. 창작자의 권익을 지키고 창작성을 키우는 일을 내년에는 확실하게 다지고 싶다. 창작에 대한 대가도 조금 더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말이다."

15년 전 문체부 장관 시절에도 저작권법을 개정한 바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저작권법은 창작자를 위한 안전장치다. 그때 우리나라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저작권 감시 대상국'이라는 빨간 딱지를 붙여놔 '저작권을 도둑질해 가는 나라'로 인식됐다. 선진국 문턱에서 발목을 잡는 일이었다. 그때 마음먹고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해 1년 만에 오명을 벗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등을 위해 저작권 보호 기간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렸다. 그게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우려했지만 얼마 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해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저작권법을 고칠 때 거센 반대가 있었다. 남의 것을 갖다 쓸 생각만 했지 우리 것을 팔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가. 개정한 저작권법이 창작자 보호와 콘텐츠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취임사에서 "이젠 문화산업 시대"라고 강조했다. 문화산업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어떻게 발전시킬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K-콘텐츠는 이제 국가 핵심 수출산업이자,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글로벌 주류문화로 성장했다. 전 세계 한류 팬 수가 지난해 2억25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K-콘텐츠의 문화적 가치 역시 커지고 있다.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국이 전 세계 콘텐츠산업의 선두주자로 도약하도록 하기 위해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고자 한다. 먼저, 콘텐츠산업 내 만성적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1조7400억 원의 역대 최대 정책금융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드라마·영화 등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비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15개 수준인 해외 콘텐츠 비즈니스센터를 올해 25개까지 확대해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연관 산업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지원 확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월 31일 강원 춘천시 모두의 살롱 후평에서 춘천 지역 로컬 크리에이터를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취임 후 게임산업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듯하다.

"게임은 국민 63%가 즐기는 대표적인 여가문화로 다른 분야보다도 민생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게임은 전체 콘텐츠 수출액 132억 달러의 약 70%를 차지하는 수출 유망 분야로, 세계적 경쟁력도 지니고 있다. 게임산업은 민생과 경제 두 분야에 걸친 핵심 먹거리로 정부가 더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급성장한 게임산업이 조정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게임산업 제2의 도약을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해 5월 1일 발표했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추진할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이 그것이다. 최근 'P의 거짓'과 같은 국내 콘솔게임이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더 많은 콘솔게임 대작을 만들어내기 위한 구체적 내용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게임시간 선택제 폐지 등 규제 완화 조치와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 등에 관한 다양한 정책이 담겨 있다."

지난 7개월여 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펼친 정책은 무엇인가.

"문화 현장의 급격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의 틀을 만드는 게 시급했다. 지난해 11월 영상정책을 시작으로 관광·스포츠·저작권·문화예술 등 분야별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K-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청년층의 문화 향유와 예술 활동 기회를 강화하는 한편 예술인의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문화예술 지원체계 개편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K-컬처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을 총괄해 조정하고 국제교류 관계기관 간 협조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월 문체부 본부에 국제문화홍보정책실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의 해외 진출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문화예술을 육성하기 위해 발표한 '문화예술 3대 혁신전략'이 눈에 띈다.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지원 방식도 바꾸겠다고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간 예술인 지원은 일회성이거나 소액다건 식으로 직접 지원해 예술계의 정부 의존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역량을 강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예술계의 획기적 성장을 꾀하려면 순수예술 쪽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창작에 대한 소액다건식 지원을 줄이고 축제 등 대규모 프로젝트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국고 사업에서 지원하는 창작 단가 기준도 상향 조정할 것이다. 아울러 예술 분야에서도 정책융자, 정책펀드 등 자금지원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공간,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의 간접지원과 안정적 창작을 위한 다년·사후 지원, '창작-유통-해외진출' 단계별 맞춤 시스템 등 '예술성'을 중심으로 한 지원으로 K-음악·미술·문학의 성장 동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월 22일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장미란 제2차관과 함께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 훈련 중인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뉴스1]
곧 2024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 '구기 종목의 몰락 등으로 48년 만에 최소 규모의 선수단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원인과 대책을 찾았나.

"최근 한국 스포츠가 처한 상황은 엘리트 체육의 저변 약화, 경기력 저하, 체육인 복지 미흡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문체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중장기적 차원에서 한국 스포츠 리빌딩(rebuilding)에 목적을 두고 엘리트 스포츠 저변 확대, 학교체육 활성화, 체육인 복지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먼저 국가대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후보·청소년·꿈나무 선수 육성 종목과 인원을 대폭 늘리고 식비 인상, 훈련 일수 확대 등 훈련 여건도 개선하겠다. 또한, 학교운동부와 체육계 학교 지원 등을 강화함으로써 엘리트 체육의 근간인 학교체육의 토대를 튼튼히 하겠다. 더불어 늘봄학교 프로그램 다양화, 학교스포츠클럽 내실화 등 학생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체육인 복지정책 확대도 시급하다. 저소득층 대상 스포츠꿈나무 특기장려금 지원자를 확대하고, 은퇴선수 대상 직업안정 사업과 긴급생활안정자금 대여 사업 등을 신설하는 등 체육인들이 체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프랑스 현지에서 '2024 코리아시즌'이라는 특별한 축제를 개최했다. 5월 초 개막식 행사 참석차 파리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프랑스에서 더 많은 사람이 한국 문화를 즐기고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24 코리아시즌을 개최하게 됐다. 2024 코리아시즌은 개막 공연인 '어반 펄스 업 라이징'을 시작으로 한국 전통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월드뮤직 'Project tHinG'와 K-클래식, 오페라, 무용, 미디어아트 전시, 한국 도예 전시, K-콘텐츠 박람회, K-북 특별전시 등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2024 코리아시즌을 홍보하고 개막 공연을 보려고 5월 2일 프랑스에 갔는데 파리의 샤틀레 극장 1700석이 모두 매진됐다. 공연을 즐기기 위해 구름 떼처럼 몰려든 프랑스 현지 팬들이 당일 16시부터 줄을 서는 등 반응이 엄청 뜨거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월 23일 배우 황정민 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계 책의 날 행사에서 ‘맥베스’ 낭독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진정성 있게

문체부 수장으로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철칙처럼 지키는 원칙은 무엇인가.

"제1원칙은 경청이다. 소통을 잘하려면 먼저 잘 듣는 게 우선돼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잘 들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생각하는 게 100%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 방향이 옳다고 판단되면 지속적으로 그 일을 추진해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처 직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좀 미안한 말이긴 한데 우리는 항상 서비스하는 부처라고 얘기한다. 대부분의 정책이 지원에 편중돼 있고 현장에 있는 사람을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처다. 그러니까 우리를 상대로 하는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정말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부처는 예술가와 행정가의 중간에 있다. 어떤 때는 예술가도 돼야 하고 어떤 때는 행정가도 돼야 한다. 그 두 가지를 다 잘해야 한다. 참 어려운 부처다. 우리는 창작자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항상 얘기한다."

유 장관은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사고를 치라는 얘기도 직원들에게 자주 한다"고 했다. 그 말은 그가 지난해 10월 16일 취임하던 날에도 강조한 바다. 그날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으로 재직할 때 일에 대해 직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해명했다.

"장관을 처음 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무조건 정면으로 돌파하려 했고 모든 일을 잘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인 시위를 하는 사람에게 '이리 와서 나와 얘기 좀 해' 하고 말을 걸었는데 그게 (반말) 논란이 됐다. 또 다른 (블랙리스트) 논란도 마음이 아팠다. 왜 저렇게 반대만 할까 생가하며 미운 마음도 들었지만 양심상 그런 짓은 안 했다. '이명박 정부 반대'에 앞장섰던 친구들이 문체부 지원을 받은 사실이 기록을 찾아보면 다 나올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과거의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트라우마가 생겼을까, 조심스러워 아무 일도 못 할까 봐 걱정된다. 책임은 모두 내가 지겠다. 걱정하지 말고 내 서명만 받아가라. 사고를 안 치면 아무 일도 못 한다. 실수를 안 할 수는 없다. 한 번 실수는 백 가지 약이 되지만 실수를 안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장관이라는 공직을 수행하다 보면 오해를 사거나 억울한 일도 생길 것 같다.

"예전에는 오해를 사는 일이 굉장히 많았다. 그때는 공직이 처음이다 보니 실수도 많이 하고, 또 어떤 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했어도 오해를 받았다. 이상하게 왜곡되는 일이 되게 많았다. 그때는 억울한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별로 없다. 이제는 나이를 많이 먹었고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서인 것 같다.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진 측면도 있다. 스스로도 '더 침착하자, 흥분하지 말자, 큰소리 내지 말자'고 다독이며 평정심을 유지한다."

공직 생활을 잘하기 위해 마음의 지침으로 삼은 좌우명이 있나.

"공직에 몸담으면서 팩트를 정확하게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나 국회에 가서나 어디서나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진정성 있게 얘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사람들과 소통하자. 소통을 잘하자'는 말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산다."

예술가들의 국제 교류 적극 돕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월 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아르젠티나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 개막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문화의 힘이 대한민국의 1등 경쟁력으로 꼽히는 시대다. 그만큼 문체부에 거는 기대가 커졌다. 문체부 수장으로서 임기 중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있나.

"분야마다 있다. 우리 부처가 담당하는 영역이 문화예술, 체육, 관광이다. 관광은 올해 목표가 2000만 관광객 유입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에 관광객이 1750만 명까지 국내에 들어온 적이 있다. 그게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다. 300만 명 정도만 더 오면 2000만 명을 돌파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가 다시 회복되고 있다. 현재까지 약 600만 명의 관광객이 유입돼 2000만 명을 연내 돌파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 노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그게 가장 큰 목표다."

노래, 공연, 영화, 드라마 등을 매개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언제든 음악과 춤을 즐길 수 있는 상설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공감한다. 안 그래도 상설 공연장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해외 관광객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상설로 운영되는 무대를 내년부터 만들려고 한다. K-팝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음악인 국악과 태권도도 언제든 볼 수 있는 무대를 만들 계획이다. 국악, 태권도도 외국인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관광 콘텐츠다. 전국의 도시에 매일 저녁 태권도 시범을 하는 무대가 있으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태권도를 배우는 인구가 전 세계에 어마어마하게 퍼져 있기에 관광객 유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체육,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는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못 따 15위권 아래로 내려갈 거라는 전망이 대한체육회에서 나올 정도로 엘리트 체육의 위상이 낮아졌다. 엘리트 체육이 다시금 일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부터 선수급이 될 수 있도록 차곡차곡 역량을 다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당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더라도 학교체육을 개선해 엘리트 체육의 위상을 높일 발판을 튼실하게 다지고 싶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만큼 어르신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예술가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창의적인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창의적 발상이 몸에 배어야 한다. 그래서 방과 후 운영되는 아이돌봄교실에 많은 예술 강사와 관련 프로그램을 배치한다. 프로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작물로 세계시장에서 대우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국제 교류를 돕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 또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다."

신동아 7월호 표지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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