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원작자 "내가 善이 아닐 수 있단 성찰 담았죠"

김경윤 2024. 6.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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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은 자연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인간 편의로 만든 개념이라고 보거든요. 그러니 '내 판단이 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자아 성찰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죠."

거액의 상금을 얻기 위해 한없이 잔인하게 변모하는 사람들을 담아낸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의 원작자 배진수 작가를 19일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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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배진수 서면 인터뷰…"이 쇼의 주최 측은 독자라 생각"
웹툰 '머니게임'·'파이게임'·'퍼니게임'의 배진수 작가 [네이버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선악은 자연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인간 편의로 만든 개념이라고 보거든요. 그러니 '내 판단이 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자아 성찰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죠."

거액의 상금을 얻기 위해 한없이 잔인하게 변모하는 사람들을 담아낸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의 원작자 배진수 작가를 19일 서면으로 만났다.

배 작가는 2018년 웹툰 '머니게임'을 시작으로 '파이게임'(2020∼2021년), '퍼니게임'(2022∼2024년)까지 장장 6년간 총 3편의 웹툰을 통해 이른바 '게임 3부작'을 완성했다.

이 가운데서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로 재탄생했다.

금전적으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닫힌 스튜디오에 모여 벌이는 생방송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는 콘셉트를 바탕에 둔 이 이야기는 인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군상극이다.

처음에는 최소한의 인간성과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가 싶지만, 곧이어 각 인물이 이기심만 채우는 아수라장으로 치닫는다.

배 작가는 "처음부터 3부작을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머니게임'의 트리트먼트(초안)를 쓰던 중 한 시리즈만으로는 원하는 완결성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머지 시리즈를 구상했다"고 돌아봤다.

'머니게임'과 '파이게임', '퍼니게임' 속 세계관과 주인공은 같지만, 각각의 게임 룰과 주제는 조금씩 다르다.

배 작가는 세 편의 웹툰을 통해 '사회', '경제', '선악'이라는 제각기 다른 키워드를 제시하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머니게임'에서는 한계가 뚜렷한 인간이 만든 사회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파이게임'에서는 인간이 주어진 역할이나 위치에 따라 적응하고 변할 수밖에 없으며, '어쩌면 이는 대개 운으로 정해질 뿐이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3부작의 대단원에 해당하는 '퍼니게임'에 대해서는 "개개인이 기치로 거는 '선'이란 것은 사실 그저 본인에게 유리한 조건들의 모둠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고찰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웹툰 '머니게임' [네이버시리즈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웹툰 속 주인공은 가장 평범한 인물을 내세웠다. 아예 등장인물들에 이름조차 붙여주지 않았다.

배 작가는 "이름이 없어야 캐릭터와 독자들의 간극이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타자화가 힘들어지는 만큼 독자들이 좀 더 다양한 캐릭터에 몰입하거나 이입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렇게 게임에 참가한 인물들은 처음에는 나름대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서로에게 잔인해져야 상금이 늘어난다는 쇼 주최 측의 의도를 깨달으면서 협력이 깨진다.

작가는 "참가자들은 모두 주최 측을 증오하지만, 결국 원하는 것을 위해 주최 측을 닮아간다"며 "그것이 인간의 슬픈 한계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또 "주최 측은 특정할 수 있는 굴지의 권력자나 재력가가 아니라 이 게임, 이 쇼를 보는 독자라고 생각했다"며 참가자 모두가 불행해지고 마는 이 쇼를 독자들 역시 즐기면서 보고 있을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이상적이며 절대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개념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저는 본질적으로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그것을 앞세워 타인이나 다른 문화를 압박하거나 해하려 하는 시도들 아닐까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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