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술집서 “진로 주세요”… 하이트진로가 100년 만에 해외공장 짓는 이유
하노이(베트남)=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2024. 6. 19. 09:00
국내 상장된 식음료 기업 중 최초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하이트진로가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건립한다. 늘어나는 수출 물량에 대응하면서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액 5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외형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하이트진로의 해외 생산공장은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이하 GiP) 산업단지 내에서 자리한다. 축구장의 11배 크기인 약 2만5000여 평(8만2083㎡)의 토지 면적으로, 내년 1분기 내에 착공해 2026년 2분기에는 완공 및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물류 접근성 유리… ‘86개국 수출’ 과일소주 5종 생산
하이트진로가 타이빈성의 GiP 산단을 선택한건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타이빈성은 국제공항이 있는 수도 하노이와 인접하고, 선박운송이 발달한 항구도시 하이퐁과도 가까워 물류 접근성 확보에 용이하다.
또한 2018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타이빈성이 친화적인 해외 기업 투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GiP 산단에 입주하면 20%인 법인세에 대한 감세 혜택이 15년간 주어지며, 베트남에 납부해야하는 토지세도 18년간 면세된다. 이밖에도 종합대학교 2곳과 전문대학교 2곳이 있어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이장점이다.
베트남 공장의 주요 콘셉트 목표는 △해외 표준 공장 건설 △스토리가 있는 공간 △지속가능한 제조환경 조성 등 세 가지다. 우선 하이트진로는 100년 기업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결합해 유연한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최초 베트남 공장에선 86개국에 수출하는 과일소주 5종을 생산할 예정인데, 각 나라에서 요구하는 상표 및 표시사항이 모두 달라 유연한 생산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에너지 관리 및 탄소 배출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국내 ‘해썹(HACCP)’ 기준에 준하는 품질 관리 시스템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이트진로가 향후 새로운 공장을 건립할 때 베트남 공장이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생산 설비 이외 현지 소비자 및 방문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회사의 역사와 소주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관과 주요 생산공정 및 시스템을 소개하는 견학로 등이다. 공장의 외형도 하이트진로의 선도적인 미래 가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디자인을 적용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의 과일소주 생산 1개 라인에서 연간 약 100만 상자를 초기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올해 소주 해외 판매량 목표의 약 17%를 차지하는 양이다. 베트남 공장은 추후 생산량을 확장해나가며 동남아 시장의 생산‧유통 거점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과일소주 수출 3년 새 급증… 베트남 곳곳엔 ‘진로’가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 법인장은 해외시장에서 ‘청포도에이슬’ 등 플레이버 소주(과일소주)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해외 생산공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수출 소주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과일소주를 포함한 기타제재주의 매출 성장이 돋보인다. 2020년 350억 원에서 이듬해 6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790억 원을 넘어섰다. 3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에서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22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소주를 니스(NICE) 공식상품명칭으로 등재하면서 소주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도 늘었다. 국내 경쟁 브랜드를 비롯해 스미노프, 타이거맥주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유사 소주 제품을 내놓을 정도다.
다만 하이트진로는 경쟁‧유사 브랜드 대비 높은 인지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의뢰해 12개국 소주인지소비자 4688명을 대상으로 비보조 인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주 브랜드로 하이트진로의 글로벌 브랜드인 ‘진로(JINRO)’를 꼽았다.
다양한 접점에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은 소비자가 접근성하기 좋은 과일소주를 중심으로 진로 브랜드를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엔데믹 이후 유흥(ON) 채널의 뚜렷한 성장세를 고려해 공격적인 대면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판촉사원이 각 업소를 돌며 진로를 권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다채로운 게임을 통해 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상품으로는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하이트진로의 이름을 이용한 ‘진로비비큐(JINRO BBQ)’을 거점 업소로 인지도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MZ핫플’로 꼽히는 진로비비큐는 총 4개 매장 운영 중이다.
이밖에도 베트남 내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게스트로바(Gastrobar)’ 유형의 업장에서도 진로를 주로 취급하고 있다.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면서 술을 마시는 게스트로바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일반 식당보다 주류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것이 특징인데, 한국 브랜드인 진로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으로 인식돼 인기라고 한다.
베트남에서 증가 추세인 체인형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매대를 활용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신규 매장 오픈 시 진로를 주류매대 중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 기존 판매 매장에는 소비자 동선을 고려해 독립매대, 엔드매대 등을 선점하는 전략을 펼친다. 실제로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한 후지(FUJI) 마트에는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가 엔드매대에 단독으로 진열돼 있었다.
향후에도 하이트진로는 거점 업소 및 팝업스토어 운영 등으로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베트남 소비자들도 한국인들이 즐기는 음주 방식으로 한식 및 현지식과 일반소주를 음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하노이(베트남)=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한낮 기온 36도 폭염에…엿가락처럼 휘어 쓰러진 중앙분리대
- “소속사 대표에 폭행당했다” 경찰 신고한 아이돌 멤버
- “훠궈 재료 소변본 하수관서 건졌다”…中비위생 공장 ‘경악’
- 커피,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있는 직장인에 ‘생명수’
- 모델 김진경·골키퍼 김승규 결혼…축구로 맺어진 인연
- “친부,시부 모두 6.25 참전용사”…이영애, 연이틀 군인 위해 1억 기부
- 새벽 1시 이후 잠자는 ‘올빼미족’ 주목!
- 목에 걸었다가 ‘펑’…여름철 휴대용 선풍기 ‘이렇게’ 쓰면 위험하다 (영상)
- ‘마스터키’로 문 땄다…女투숙객 성폭행 호텔 직원 긴급체포
- 홍준표, 의협회장 향해 “메신저가 망나니짓 하니 국민들이 안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