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해외 첫 공장으로 베트남 선택한 이유
인프라·법인세 감면…노동력·인건비 이점
베트남 지렛대로 동남아 시장 본격 공략
하이트진로가 베트남에 첫 해외공장을 설립한다.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액 5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세운 만큼 수출 물량 확보가 필요해서다. 베트남은 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지리적 특성과 풍부한 노동력, 인건비, 임대료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여기에 베트남 타이빈성(省)의 친기업 정책 혜택을 고려한 결정이다.
축구장 11배 규모 부지 채운다
지난 13일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GiP) 산업 단지. 약 2만4830평(8만2083㎡) 면적의 토지가 펼쳐져 있다. 축구장의 11배 크기다. 하이트진로의 첫 해외공장 부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공장 설립을 준비하며 토지 인프라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설계사와 건축사를 선정하고 설계·설비 검토를 마쳤다.
베트남 공장은 내년 1분기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26년 2분기 내 완공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이 공장이 동남아시아 시장의 생산, 유통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공장의 초기 목표 생산량은 과일소주 생산 라인당 연간 약 100만 상자다. 이는 올해 소주 해외 판매량 목표의 약 17%에 달한다.
그동안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 물류비 등 비용 절감은 물론 효율적인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선 해외수출용 과일소주와 일반소주를 생산할 예정이다. 제조부터 병입, 포장, 용폐수 처리, 유틸리티 공급까지 전 과정의 생산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타이빈성 고른 이유
같은 날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홍보관에서 하이트진로 베트남 공장 건립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 법인장, 응웬 칵 턴 타이빈성 성장, 부 낌 끄 타이빈성 공단관리위원회 위원장, 도 느 람 타이빈성 정보통신국 국장, 응웬 득 청 타이튀현 부성장 등이 참석했다.
하이트진로는 타이빈성에 진출한 5개의 한국 기업 중 하나다. 하이트진로의 공장 설립은 타이빈성에서 '베트남 소주 프로젝트'로 불린다. 하이트진로의 총 투자금은 1억달러(한화 약 1382억원)다.
응웬 칵 턴 타이빈성 성장은 "타이빈은 한국과 베트남 문화교류가 가장 발달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며 "하이트진로의 성공과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장점은 임대료 등 세금 혜택이다. 베트남의 17개 경제특구 중 하나인 타이빈성은 기업 유치를 위해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GiP에서는 토지세를 공장이 지어지는 3년을 포함해 18년간 면제해준다.
여기에 법인세는 15년 동안 10% 세율이 적용된다. 기존 베트남 법인세가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마저도 첫 진출 4년 동안은 100% 면제된다. 이후 9년 간 50% 감면된다. 하이트진로의 토지 임대 기간은 50년이다.
타이빈성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저렴하다. 타이빈성의 인구는 200만명으로 그중 생산 가능한 연령대의 비중은 57%, 약 114만명 정도다. 그중 65만명은 직업교육이 된 근로자다. 더불어 베트남 타이빈성은 수도 하노이와 120㎞, 하이퐁 항구 30㎞ 등 국제공항과 항구, 해안 도로 등 물류 접근성이 좋다.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입지를 갖춘 셈이다.
공단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전력시스템, 폐수처리장, 급수장 등이 마련돼 있다. 우선 산업단지 내 변전소는 4곳으로 베트남 최대 수준이다. 폐수처리장은 일 최대 2만5000㎥ 처리 가능하다.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 법인장은 "하이트진로가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이유는 물류 접근성, 인력 확보 용이성, 공단 인프라, 세금 혜택 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략기지 만든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을 '소주의 세계화'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베트남 공장엔 운영, 품질, 생산, 물류 등 전 과정에 해외 표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추후 해외 공장을 추가적으로 설립 시 베트남 공장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에 고도의 수처리 설비를 도입해 현재 해외에서 판매 중인 소주와 동일하게 생산할 예정이다. 소주 제조에서 '물'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주 세계화 대응에 맞춰 유연한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하이트진로는 가치와 문화를 담은 공간도 만들기로 했다. 100년 전통을 소개할 수 있는 견학로, 전시관 등을 구축해 브랜드 정체성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더불어 건물 외관 디자인에 하이트진로의 캐릭터인 '두꺼비'를 입힐 계획이다.
더불어 탄소 절감을 위한 환경 친화적인 구조 설계를 추진한다. 에너지원별 탄소 배출량과 주요 공정에 사용되는 스팀,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환경 친화 선도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행보다.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 공장은 제조 공정 최적화와 효율적인 설계로 다른 해외공장을 지을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소주 세계화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해외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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