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성지순례서 550명 넘게 사망…한낮 52도 폭염 탓

이집트인 최소 323명, 요르단인 최소 60명
사인은 대부분 온열 질환

무슬림들이 18일(현지시간) 이슬람 성지순례(하지)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 성지순례(하지) 기간을 맞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찾은 이들 중 최소 55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낮에 52도까지 오르는 극심한 더위가 주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하지가 시작된 이후 사우디에선 이집트인 최소 323명, 요르단인 최소 60명을 포함해 최소 550명이 숨졌다. 이는 메카 인근 알무아셈에 있는 병원의 영안실 현황을 집계한 결과다. AFP는 아랍 외교관 여럿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숨진 이들의 사인은 대부분 온열 질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관은 이집트인 사망자의 경우 군중 밀집으로 압사한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더위 때문에 숨졌다”고 AFP에 전했다. 인도네시아, 이란, 세네갈 등도 하지 기간 자국민 사망을 발표했다. AFP 자체 집계에 따르면 각국에서 보고된 하지 기간 사망자는 577명이다.

사우디 당국은 온열 질환을 앓는 순례자 2000명 이상을 치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6일 이후 수치를 갱신하지 않았으며 사망자 현황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다. 매년 이슬람력 12월7∼12일 치러진다. 올해 하지는 19일까지 이어진다. 사우디 당국은 지금까지 약 180만명의 순례자가 성지를 찾았고, 그중 160만명이 해외 입국자라고 밝혔다.

이슬람 성지순례(하지)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무슬림들이 18일(현지시간) 메카 인근 미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하지는 여름과 겹친 데다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더해지면서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사우디의 한 연구는 성지순례 지역의 온도가 10년마다 섭씨 0.4도씩 상승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의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은 섭씨 51.8도를 기록했다.

메카에서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순례자들이 물을 머리에 들이붓거나 자원봉사자들이 시원한 음료와 초콜릿을 나눠주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AFP는 전했다. 일부 순례자는 길가에서 움직임이 없는 사람 신체를 목격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구급대원들의 모습도 봤다고 전했다.

비공식적 인명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 기간 돈을 아끼기 위해 비자를 받지 않고 사우디에 입국하는 이들이 수십만 명이라고 AFP는 전했다. 이들은 정식으로 등록된 순례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우디가 하지 루트를 따라 마련한 에어컨 냉방 시설에 접근할 수 없다. 한 외교관은 이집트인 사망자 규모는 미등록 이집트인이 많은 것에 절대적으로 기인한다고 AFP에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