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과 일정 겹친 한-중 외교전략대화…중-러 ‘조율’ 있었나

박민희 기자 2024. 6. 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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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양측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바오췬 중국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 평양 방문길에 오른 18일, 서울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안보대화’가 열렸다. 한국쪽은 이날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다.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중국의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개최했다.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로, 한국에선 수석 대표인 김 차관과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중국에선 쑨 부부장과 장바오췬 중앙군사위원회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이 참석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천사오춘 외교부 아시아국 부국장, 천페이링 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아시아국 부국장 등도 함께했다.

이날 양쪽은 4시간에 걸친 회의와 2시간여 만찬을 이어가며, 양자 관계 외에도 한반도 문제와 지역·국제 정세 등에 대해 장시간 폭넓은 의제를 논의했다. 한국 측은 회의에서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오물 풍선 살포 및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등 일련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지는 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북-러간 불법적 군사협력의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측은 아울러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한반도 긴장 조성은 중국의 이익에도 반하는 만큼, 중국 측이 한반도 평화·안정과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각별한 협조를 당부했다.

중국 측은 이에 대해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측은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와 중동 정세, 미중관계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쑨 부부장은 회담에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예방했다. 조태열 장관은 양국이 협력 모멘텀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중국 측은 북러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겹친 ‘이례적인’ 시기에 한국과 외교안보대화를 한 것을 두고, 북-러 밀착과는 거리를 두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북-러 밀착으로 ‘북·중·러’ 구도가 부각되면, 이에 대항하는 ‘한·미·일’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관리 모드로 전환하면서, 경제 협력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20일에는 중국의 경제 중심 지역인 장쑤성의 신창싱 당서기가 방한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면담하고 관련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기업인을 만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하오펑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가 한국을 방문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대항해 전략적으로 긴밀히 협력하는 중·러가 사전에 한반도 문제를 협의한 뒤 각각 시차를 두고 한-중 외교안보대화와 푸틴 대통령 방북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연구실장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극동지역 사하(야쿠티야) 공화국의 야쿠츠크를 경유해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끝난 뒤 저녁에 평양에 도착한 것에 관해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피해서 평양에 도착한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의 전략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책적 공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식으로 양국이 사전 조율을 통해 한반도 상황 관리에 전략적 협력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회담에서도 이와 관련한 사전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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