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VS 김태호, 자존심 건 금요일 밤 맞대결 승자는?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토요일에는 '무한도전'을 보고 일요일에는 '1박 2일'을 보는 것이 '국룰'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두 프로그램은 쉽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이제는 과거가 된 두 프로그램을 꺼내는 이유는 두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PD가 동시간대에서 경쟁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태호 PD가 이끄는 제작사 TEO(테오)는 21일 JTBC 'My name is 가브리엘'(이하 '가브리엘')을 선보인다. '가브리엘'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세계 80억 인구 중 한 명의 이름으로 72시간 동안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관찰 리얼리티 예능이다.
올해 초 웹예능 '살롱드립'에 출연한 김태호는 프로그램의 가제와 함께 프로그램에 대해 귀띔한 바 있다. 당시 김태호 PD는 "많은 스타분들이 토크쇼에 나와서 '제가 아닌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라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예고편 등을 통해 비춰진 모습은 과거 '무한도전'의 '타인의 삶' 특집과 '극한 알바'를 섞은 느낌을 준다.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 방송되는 '가브리엘'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바로 나영석 PD다. 현재 금요일 오후 8시 40분 tvN에서는 나영석 PD와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이 만든 '지락이의 뛰뛰빵빵'이 방송 중이다. 총 5부작으로 편성된 '지락이의 뛰뛰빵빵'은 21일까지 방송된다.
'가브리엘'과 실질적일 대결을 펼칠 프로그램은 후속작 '서진이네2'다. '지락이의 뛰뛰빵빵'과 마찬가지로 나영석 PD가 연출을 맡았다. '서진이네2'는 아이슬란드에 오픈한 서진이네 2호점을 통해 곰탕에 진심인 사장님과 직원들의 복작복작한 한식당 운영기를 보여주는 예능이다. 첫 시즌에서 멕시코로 향했던 이들은 새 시즌에서 아이슬란드를 향했다. 나영석 사단을 도약시킨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편 이후 약 8년 만에 다시 아이슬란드를 찾는 셈이다.
전체적인 그림은 금요일의 '터줏대감' 나영석 PD에게 김태호 PD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현재 방송 중인 '지락이의 뛰뛰빵빵', 첫 방송을 앞둔 '서진이네2'를 비롯해 나영석 PD가 최근에 선보인 '나나투어 with 세븐틴', '콩콩팥팥' 등 프로그램은 금요일 오후를 책임졌다. '서진이네'의 첫 시즌 역시 금요일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됐다.
오랜 기간 금요일 밤을 지켜온 나영석 PD로서는 조금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여러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예전만 못하다는 뼈아픈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나영석 PD 개인적으로는 백상예술대상 남자예능인상을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를 내세운 프로그램은 예전만큼의 화제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부담스러운 건 김태호 PD도 마찬가지다. 최근 부진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영석 PD는 금요일을 굳건하게 지켜왔다. 매번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웬만한 프로그램이 아니고서는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뚫어낼 수 없다는 의미다.
뺏어야 하는 '가브리엘'의 무기는 다양한 출연진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합창단 단장으로 살아갈 배우 박보검의 존재다. 이 밖에도 박명수(태국 치앙마이), 염혜란(중국 충칭), 홍진경(르완다 키갈리), 지창욱(멕시코 과달라하라), 가비(멕시코 멕시코시티), 덱스(조지아 트빌리시) 등 전 세계 곳곳으로 퍼지는 출연자를 통해 다양한 그림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한 가지 숙제는 최근 비슷한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공개됐다는 점이다. 지난 5월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ENA '눈 떠보니 OOO'는 갑자기 OOO의 삶을 살게 된 스타들의 일상을 담은 예능으로 '가브리엘'과 전체적인 포맷이 비슷하다. 시간대 역시 금요일 오후 8시에 방송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시감을 해결해야 한다.
지켜야 하는 나영석 PD는 익숙함 속에 약간의 신선함을 더했다. '서진이네2'는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등 군 입대한 뷔를 제외한 첫 시즌의 주역이 모두 참여했다. 이미 검증된 케미를 보여준 출연진에 더해 새롭게 합류한 고민시가 신선함을 더해준다. 이미 현지에서 대박이 났다는 목격담을 통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나영석 PD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멕시코에서 진행된 '서진이네' 첫 시즌은 노동 강도에 비해 멤버들의 불평불만이 심했다는 지점에서 '귀족 영업' 논란에 휩싸였다. 비슷한 시기 방송됐던 tvN '장사천재 백사장'이나 과거 나영석 PD가 연출했던 '강식당'과의 차이가 도드라지며, 더 큰 비난에 휩싸였다. 이번 시즌에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좁혀내며 공감을 얻는 것이 관건이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나영석 PD 대 김태호 PD의 금요일 밤 예능대첩. 누가 승자가 될지 지켜보는 일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여름 밤에 가장 큰 즐거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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