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고 저돌적인 매력…요즘 안방극장은 '연하남'이 대세
파격적인 나이 차이…"10대∼20대 여자배우 중에 주목받는 배우가 드문 것도 요인"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서혜진, 자니?"
문자만 놓고 보면 뻔한 연락이지만, 이를 확인한 서혜진(정려원 분)은 입을 틀어막고 아이처럼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마음의 문을 닫고 빈틈없이 살려고 애쓰던 서혜진인데, 한참 어린 제자 이준호(위하준)의 장난스러운 반말이 훅 치고 들어와 잔잔하던 마음속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19일 방송가에 따르면 요즘 안방극장에서는 성숙한 매력을 갖춘 남자 주인공보다 아직 서툴지만 귀여운 '연하남'이 대세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졸업'은 10살 차이인 정려원(43)과 위하준(33)이 '연상녀·연하남' 커플로 호흡을 맞추는 멜로 드라마다.
정려원은 '대치동 기적'을 이뤄낸 14년 차 베테랑 국어 강사 서혜진 역을 맡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명문대에 보냈던 제자 이준호가 10년 만에 나타나자 팍팍한 현실에 잊고 지냈던 설렘을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서혜진이 가르치는 학원에 신입 강사로 들어온 이준호는 솔직하고, 당돌하다. 사소한 일을 빌미 삼아 퇴근 후에도 연락을 이어가는 것은 기본.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괜찮냐'고 묻는 서혜진에게 '쓰러질 정도'라는 능글맞은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결국은 "눈치 못 챘을리가 없어요. 이준호 첫사랑이 서혜진인 거"라며 마음을 고백한다.
거침없이 직진하는 이준호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속절없이 흔들리는 서혜진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긴다는 호평을 받는다.
KBS에서 방송 중인 '함부로 대해줘'도 사제 간 로맨스를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다.
웹툰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김홍도(이유영)와 7년 전 고등학생 신분으로 그에게 그림을 배웠던 신윤복(김명수)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김홍도는 누구에게나 함부로 대해지는 삶에 익숙한데, 신윤복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을 '스승님'이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모신다. 조선시대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생활하는 시골의 성산마을에서 나고 자란 탓에 연애 경험이 없는 신윤복의 순수하고 풋풋한 매력에 설레기 시작한다.
이 밖에도 배우들 간 나이 차이가 눈에 띄는 다양한 '연상연하' 로맨스 드라마들이 올해 중 베일을 벗는다.
쿠팡플레이 '새벽 2시의 신데렐라'에서는 14살 차이 나는 신현빈(38), 문상민(24)이 주연한다.
이 드라마는 현실에 신데렐라가 없다고 믿는 현실주의자와 사랑 앞에선 조건이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로맨티스트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현빈은 현실 감각으로 무장한 하윤서를, 문상민은 사랑한다면 조건이나 나이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믿는 서주원을 연기한다. 쿠팡플레이는 서주원을 "'댕댕미'(대형견 같은 매력) 넘치는 순정파 연하남"이라고 소개했다.
8살 차이 나는 신민아(40)와 김영대(32)는 오는 8월 중 티빙과 tvN에서 공개되는 '손해 보기 싫어서'에서 호흡을 맞춘다. 손해 보기 싫다는 이유로 가짜 결혼식을 올린 여자 손해영(신민아)과 피해주기 싫어서 가짜 신랑이 된 남자 김지욱(김영대)의 로맨스를 그린다.
연상녀·연하남 드라마는 종종 있어왔다. MBC '로망스'(2002), KBS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SBS '사랑의 온도'(2017),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등이 있었다.
드라마 속 '연하남'들은 소년과 남자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기와 순수하고 저돌적인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평론가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상녀·연하남' 드라마가 과거에는 드물었는데, 이렇게 잇따라 제작되는 트렌드는 활발한 여성의 사회 진출로 자연스럽게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뉴페이스' 남배우는 꾸준히 발굴됐지만, 여배우는 아직 30~40대 대표 배우들을 따라잡을 만한 매력적인 얼굴들이 아직 나오지 못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윤 평론가는 "요즘 10대∼20대 여자 배우 중에 주목받는 배우가 드문 반면 남자 배우들은 꾸준히 새로 수급되고 있다"며 "주연급으로 극을 이끌 만한 젊은 여자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어렵다는 점도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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