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 내음 따라 쉼과 치유가 손짓한다… 어서 오라고
지난해 농식품부 ‘으뜸촌’에 다시 선정
직접 재배 제철 식재료로 만든 시골밥상에
목공 공방 등 40여 체험 프로그램이 즐비
이럴 때일 수록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도시 인근 농촌 지역을 찾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원한 숲을 찾아 산림욕을 즐기고, 여유롭게 농촌 생활을 경험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풀린다.
● 살구나무 우거진 숲길에 위치한 잣향기푸른마을
이곳은 ‘치유의 숲’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잣향기푸른숲’의 관문에 해당한다. 가평군에서 잣향기푸른숲을 가려면 마을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 잣향기푸른숲은 가평군과 남양주시의 경계를 만드는 축령산(해발·876m)과 서리산(834m) 사이에 위치한 휴양림이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경기도 내 15개 산림 휴양지 가운데 피톤치드(Phytoncide)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특히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10월 사이에 피톤치드 생산이 왕성하다.
출근 시간대를 피해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 동아일보사에서 승용차를 타고 잣향기푸른마을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전철을 이용한다면 경춘선 상봉역에서 청평역까지 간 뒤 택시를 타야 한다. 버스라면 청량리 구리 마석 대성리 청평을 경유하는 1330번을 타고 청평터미널에서 내린 뒤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네이버 길찾기에 입력하면 2시 30분 이내 거리로 소개된다.
승용차를 타고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 신경춘로, 경춘로를 거쳐 축령로를 타고 들어가자 ‘天地門’(천지문)이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나타난다. 잣향기푸른마을의 입구이다. 이 문은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7년 전에 세웠다. 동양철학의 뼈대이자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천지인’ 사상을 실천하며 살자는 뜻을 담았다.
● 숙박-음식-체험시설, 전국 으뜸 마을
잣향기푸른마을은 2020년에 처음으로 으뜸촌이 된 이후 3년간 자격을 유지했고, 지난해 재심사에서 또다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에서 329곳이 신청해 32곳만이 으뜸촌이 됐다. 현재 전국 1178개(2022년 말 기준) 농촌체험휴양마을 가운데 으뜸촌은 60곳에 불과하다.
복층형 숙박시설은 성인 5~6명은 너끈하게 묵을 수 있는 크기의 목구조주택(6동)이다. 조리시설과 목욕시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숙박시설은 농촌관광 체험객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하다. 요금은 객실에 따라 10만 원(4인 기준. 주중)부터 15만 원(주말) 정도이나 계절에 따라 다르다.
숙박시설 뒤편에는 야외수영장이 있어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해 이곳을 찾은 가족 단위 이용객들에게 여름 휴양시설로 손색이 없다.
넓고 쾌적한 식당에서는 뷔페식으로 직접 재배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각종 신선한 반찬 등이 제공된다. 기자가 찾은 12일에는 시원하면서 칼칼한 맛이 일품인 오이냉국에 슴슴하게 양념된 10가지가 넘는 제철 나물들로 채워진 시골밥상이 준비돼 있었다.
● 목공 치유부터 잣향기 주머니 만들기까지
이곳에서 1시간 정도로 빵도마, 볼펜, 무드등 등과 같은 것을 만드는 체험이 가능하다. 나무의 성질 이해하기-샌드페이퍼를 이용한 나무 도마 다듬기-우드 버닝을 이용해 이름을 새기거나 자신만의 디자인을 새기기-기름칠로 마무리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특히 4월부터 겨울이 시작되는 11월까지 운영되는 프로그램 중에선 잣나무푸른숲을 마을 주민들이 숲 해설사로서 동반하며 트래킹 하는 ‘축령산 숲 치유’가 포함돼 있다. 피톤치드 생성이 가장 왕성한 때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숲 치유와 식사, 도마만들기 체험을 패키지로 만든 ‘숲과 나무가 함께 하는 치유체험’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20명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주중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에 끝나는 일정으로 진행되며, 주말에는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 마을 주변에 관광지도 밀집
아침고요수목원은 축령산 자락 33만㎡ 터에 5000여 종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게 만든 대형 정원이다. TV드라마나 영화 등의 촬영 장소로도 많이 알려진 곳이다. 잣향기푸른마을에서 승용차로 10분이 채 안 걸린다. 가평군이 지난해 말 발행한 ‘2023 가평군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평군민이 외부인에게 추천한 군내 관광지에서 자라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쁘티프랑스는 ‘작은(Petite) 프랑스’라는 뜻을 지닌 일종의 테마파크로 2008년 개장했다. 청평호수 북쪽에 11만여㎡ 부지에 조성됐는데,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의 다양한 문화체험과 공연, 먹을거리 등을 즐길 수 있다.
잣나무푸른마을의 이러한 특장점들이 알려지면서 찾는 발걸음도 늘고 있다. 으뜸촌으로 선정됐던 첫해인 2020년 4127명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1년과 2022년에 2292명, 2390명으로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3764명으로 다시 크게 증가했다.
이준기 잣향기푸른마을 운영위원장(행현1리 이장)은 “살구재라고도 불리는 우리 마을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민속문화 보존을 중시하는 주민들이 모여사는 곳이다”라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쾌적한 시설이 준비돼 있어 가족단위나 단체로 즐기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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