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위를 걷다 마적산] 말끔하면서도 거친 춘천의 미니 종주코스

김광명 여행작가 2024. 6. 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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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마적산~문수봉~경운산~오봉산~소양호 13km
마적산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일출 풍광.이 코스는 소양호를 끼고 돈다. 마적산을 지나면 길이 꽤 험해지지만 저 풍광이 몸과 마음을 달랜다.

춘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은 마적산馬蹟山(605.5m)이 아닐까. 서울에 아차산이 있다면 춘천에는 마적산이 있다. 산책하듯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고,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춘천 시내에서 가깝다. 세 곳의 들머리가 도심에서 아주 가깝고 그 근처에 닭갈비와 막국수 맛집이 즐비하다. 초보 등산객이나 여행과 등산을 모두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적의 산이다.

조선 후기의 문신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도 1823년 여름 춘천 일대를 유람했는데, 이때 아래와 같은 시를 남겼다.

저물녘에 마적산에 묵으니/술 깨어 목이 또 마르구나/동산 정자에서 서늘바람 맞노라니/여기만 와도 벌써 가슴 탁 트이네

모투마적산暮投馬跡山/주성후갱갈酒醒喉更渴/원정아풍량園亭迓風涼/즉차이피활卽此已披豁

실제로 다산 정약용이 묵은 곳은 마적산이 아니라 마적산 맞은편 소양정으로 추정된다. 유람 중에 비가 내려 발길이 막히자 이곳에서 두 밤을 묵었다. 초저녁부터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선잠이 들었다 깨서 시를 지은 듯하다. 원문의 '동산 정자園亭'는 곧 소양정을 가리킨다. 오늘날에도 소양정에서 맞은편을 바라보면 춘천 시내 뒤로 마적산 봉우리가 가장 먼저 보인다. 그는 소양정에서 마적산을 바라보며 맞는 바람에 마치 이미 산에 오른 듯한 상쾌함을 느꼈다. 바라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이는 산, 마적산이다.

마적산은 말 마馬 자와 자취 적蹟 자가 합쳐져 '말의 자취가 남아 있는 산'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다. 바위마다 말발굽이 남아 있고 말안장 바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산의 모습이 마치 말의 말발굽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기도 하고, 마적산에서 경운산으로 향하는 능선이 말안장 같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포함한 근대 이전의 지도에는 모두 갈 마磨 또는 삼 마麻자와 지을 작作 자를 써서 마작산으로 되어 있다. 청평사 인근에 '굴'이 있었으므로 갈 마자의 '갈'을 '굴'의 음가로 차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유래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산이 지도의 표기를 따르지 않고 '마적'이라 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인근에 역마를 관할했던 부창역富昌驛과 마현馬峴 지명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그 지명이 '말의 자취'에서 유래했다는 데에도 일리가 있다. 산 이름은 중요하다. 산에 가지 않고도 산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마적산에 말발굽 모양이 남아 있을까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마적산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운산과 오봉산 방면의 풍경이다.

산책하듯 즐기는 마적산 감자빵 코스

마적산은 아담하고 친근하다. 춘천 하면 떠오르는 이름난 삼악산과 용화산은 춘천 사람들에게도 정작 너무 멀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마적산은 춘천 사람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자랑하듯이 말끔한 모습이었다.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거의 없으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쉼터와 전망대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마적산 아래에서 강원도산 감자로 만든 감자 모양의 감자빵 두어 개를 샀다. 해맞이 등산로 입구에서 산림욕 데크가 놓인 쉼터까지 고작 1km 남짓, 완만한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산행을 시작한 지 10분 정도 되었을까. 오른쪽으로 가도 마적산, 왼쪽으로 가도 마적산이라는 희한한 안내판이 나왔다. 두 길 모두 마적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왼쪽으로 갈라진 등산로가 더 잘 관리되어 있다. 왼쪽으로 오르면 산림욕 데크 쉼터까지 바로 오를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천진리 삼거리로 올라 능선을 타고 마적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이다.

1872 지방지도 춘천 - 마현 마적 지명표기.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자 엉성한 약수터가 나왔다. 다시 천천히 오르자 어느덧 배후령 삼거리 데크에 도착했다. 벤치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여기서 감자빵과 커피 한 잔을 꺼내 요기했다. 쫄깃한 식감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 지역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별미를 산중에서 먹으니, 제철 음식으로 잘 차린 밥상 못지않았다.

산림욕 데크로 향하는 길, 곳곳에 만개했던 진달래가 지고 있다.

양옆으로 진달래가 핀 산길을 오르자 최근에 새롭게 조성된 마적산 습곡褶曲 용바위 숲길 전망대를 만났다. 숲길 입구와 출구를 별도로 만들어 등산로와 구분 지었다. '땅 주름'이라는 뜻의 습곡은 지층이 수평으로 퇴적한 후에 옆으로 이동하며 물결처럼 꺾이고 굽은 형태의 구조를 말한다. 해발 600m가 넘는 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전망대에 서면 춘천 시내가 한눈에 굽어 보였다. 반대편으로 내려다보이는 소양호 조망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해맞이 등산로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누구나 가벼운 준비로도 춘천의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적산 정상에서 바라본 소양호 풍경.

볼거리 가득한 마적산과 춘천 여행

마적산 산행은 춘천에 사는 임효경씨와 동행했다. 그녀는 최근에 100대 명산을 모두 올랐다고 한다. 누군가 시켜서 하면 엄두도 나지 않을 일인데, 그저 산 타는 것이 재미있어서 즐겁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곡 방방곡곡 명산을 속속 알고 있었다. 그녀 역시 춘천에 살면서 가볍게 산행하고 싶은 날이나 문득 일출을 보고 싶은 날이면 이곳 마적산을 올랐다고 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드문드문 피어 있었다. 춘천에서는 노란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한단다. 옛날에 동백나무에서 동백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사용했었는데, 강원도는 날씨가 추워 동백이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이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다 보니 금세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한편에는 마적산 제1전망대가 아담하게 꾸려져 있었다.

마적산 정상에는 작고 앙증맞은 정상석과 지난 2020년에 신북읍 번영회에서 세운 맥국 해맞이 기원단, 마적산 해맞이 소원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후의 소양호에는 햇살을 받아 퍼지는 물비늘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정상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정상석과 기원단을 빙 둘러쌓은 울타리는 춘천 사람들이 마적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정상 한편에는 마적산 제1전망대도 아담하게 꾸려져 있었다. 이곳은 경운산 너머 오봉산까지 조망이 탁 터지는 장소였다.

마적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는 총 세 곳이다. 해맞이 등산로와 풀내음, 그리고 소양감댐 제3공영 주차장 인근의 들머리가 그것이다.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어 이동과 컨디션을 고려해 동선을 선택하면 되겠다. 해맞이 등산로 코스는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 느낌을 선사한다. 조금만 걸으면 금세 숲속 느낌이 물씬 난다. 두 번째 풀내음 코스는 완만한 경사가 오르락내리락해 금세 이마에 땀이 맺힌다. 왼편으로 커다란 나무 사이로 문득문득 소양호가 드러난다. 시원한 바람은 물론 그 풍경이 매우 이색적이었다. 소양감댐 제3주차장까지 자동차로 올라와 제2전망대를 오르는 코스도 있다. 제2전망대에서 보는 일출은 호수의 운치가 더해져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 능선까지 오르는 길은 시야가 꽉 막혀 있다가 능선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조망이 약간 트인다. 마적산은 작고 아담하지만, 볼거리가 참 많다.

용머리바위 여의주 옆에 나란히 서본다. 용머리에 앉아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해본다.

이른 아침에 부지런히 마적산에 올랐다가 내려와 반나절 동안 청평사 일대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적산도 식후경! 이른 산행을 다녀와서 시원한 막국수와 닭갈비를 맛보아도 좋겠다. 마적산을 오르는 일은 춘천 여행을 알차게 하는 새로운 방법의 하나이다.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문득 떠오르는 사진이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경운산 구간을 지난다.

산 넘고 물 건너…마적산 넘고 소양호 가로지르는 낭만 종주 코스

마적산 산행 코스가 짧아 아쉽다면 산 넘고 물 건너는 마적산 종주 코스가 있다. 이번에도 임효경씨와 동행했다. 우리는 마적산에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마적산에서 산행을 시작해 문수봉과 경운산, 오봉산을 지나 청평사 마지막 배편을 타고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하기로 했다. 어디선가 '낭만이란 배를 따고 떠나갈 거야'라는 노래 가사가 들리는 듯했다.

오전 9시, 마적산 해맞이 등산로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걷자 금세 배후령길 삼거리에 이르렀다. 마적산에 처음 올랐을 때는 곳곳에 진달래와 생강나무꽃이 피어 있더니 어느새 후두둑 떨어졌다. 그 자리에는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보라색, 노란색, 흰색 빛깔도 참 다양했다. 습곡 용바위 숲길 데크를 지나 마적산 정상에 성큼 도착했다. 정상에서 배후령까지는 약 6km, 짧지 않은 구간이다.

지난 마적산 첫 산행 때 이곳 전망대에서 앉아 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수다를 나누고 있었는데, 오봉산에서 경운산을 지나 마적산에 도착한 등산객 일행이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한 차례 전쟁을 치르고 온 듯한 표정이었다.

배후령을 지나 오봉산으로 가는 길목.언뜻언뜻 트였던 조망이 열리기 시작했다.

"경운산 지나서 오신 거예요? 마적산까지 그렇게 힘든가요?"

일행 중 한 명이 가쁜 숨을 씩씩대며 말했다.

"낙엽을 헤치고 오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는 아침 일찍 소양강댐 앞에 주차해 두고 청평사로 가서 오봉산, 경운산 지나온 거예요. 경운산으로 가려거든 준비 단단히 하고 일찍 출발해야 해요."

낙엽이 많아 너무 힘들고 생각보다 치고 오르는 구간이 꽤 많다고 했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마음을 굳게 먹고 발걸음을 뗐다. 길은 헤맬 만큼 어렵거나 위험하지는 않았다. 이른 시간에 이 코스를 걸으면 곳곳에 쳐진 거미줄을 뚫고 가야 한다. 낙엽보다 거미줄이 더 성가셨다. 내리막을 짧게 두 번 내려치자 양옆으로 난 임도가 보였다. 여기서 산악회 리본이 잔뜩 걸려 있는 산길로 곧장 직진했다.

제4봉에서 오봉산으로 가는 마지막 가파른 암릉 구간을 지난다.

문수봉과 경운산 지나 오봉산에서 소양호선착장까지

종주 산행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문수봉과 경운산까지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오른다. 문수봉과 경운산이 성큼 가까워지자 오른쪽 시야에 끝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이 끝봉이라면 시작봉은 어디일까'라는 퍽 우스운 생각을 하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고 올랐다. 이 구간에도 역시 낙엽이 수북했다.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습기를 축축이 머금고 있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바닥에 힘을 잔뜩 주었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조망되던 끝봉이 나란해졌다. 경운산 아래 위치한 문수봉에 다다른 것이다. 지도에는 이곳에 '마적산 784.7m'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운산 아래 위치한 문수봉이었고, 갈림길 안내판에 '문수봉 784.7m'이 세로로 적혀 있었다. 끝봉을 지나 청평사로 내려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으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고 한다. 문수봉 삼거리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청평사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렸다. 경운산에 도착할 때까지 나지막하게 경을 외는 소리가 들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수많은 낙엽이 쌓인 등산로와는 달리 반듯하고 깨끗한 정상목이 우리를 반겼다. '해발 794m, 경운산 정상 Top of Mt.Gyeongun, 춘천시'

경운산을 지나 배후령에 다다르자 임효경씨는 마치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제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해했다. 실제로 그녀가 마적산보다 많이 찾는 곳은 오봉산이라고 한다. 오봉산은 단연 춘천의 명산이었다. 배후령을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봉산 제1봉에 도착하자 언뜻언뜻 트였던 조망이 열리는 듯했다. 제2봉을 지나면 가파른 구간이 짧게 이어진다. 안전 난간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오봉산 산행에는 얇은 장갑을 준비하면 가파른 구간을 더욱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오봉산 제3봉 정상석은 땅 위로 울툭불툭 불거져 튀어나온 나무뿌리 사이에 있다. 그 풍경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소양호 위에 두둥실 떠서 오른편으로 한낮에 지나온 길을 되짚어본다.

오봉산은 아찔한 바위 능선을 타는 맛도 있지만 다섯 개의 봉우리를 연달아 타는 재미가 있다. 마적산에서부터 벌써 여러 봉우리를 넘어왔다. 어느덧 6개의 봉우리를 지나 오봉산 제4봉으로 향한다. 탁 트인 조망에 청평사와 소양호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울퉁불퉁 커다란 바위 위에 '청솔바위' 비석이 작게 놓여 있다. 제4봉에서 오봉산 정상까지 마지막 암릉 구간을 오른다. 아찔하게 느껴졌던 암릉이 이쯤 이르자 앙증맞게 여겨진다. 봉우리가 연달아 있어 고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오봉산 정상에는 배후령과 청평사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모여 있었다. 가벼운 인사와 산 이야기를 몇 마디 주고받고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우리는 한 사람이 몸을 욱여넣어야 지날 수 있는 홈통바위를 지나 배꼽봉으로 내려갔다. 으레 하산길은 쏜살같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배꼽봉에 도착했다. 배꼽봉은 사람의 배꼽 모양과 닮은 나무가 있어 붙은 이름인 듯했다. 여기는 소요대라고도 불린다. 소요대에서는 청평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머물다 떠난다. 소요逍遙는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닌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이리저리 거닐며 소양호 풍경을 마음껏 만끽해 보자.

우리는 청평사를 지나는 완경사 코스가 아닌 급경사 코스를 택했다. 고즈넉한 청평사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이다. 서둘러 내려왔다고 생각했지만 배 떠날 시간이 다 되어갔다. '낭만이란 배'를 타기 위해 우리는 마저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적산 종주 코스의 백미는 단연 소양호 유람선이다. 종주 산행의 끝, 두 발이 아닌 배를 타고 원점으로 돌아가다니! 마지막 배편을 향해 마지막에는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걸었다. 이른 아침에 마적산에서 산행을 시작해 문수봉과 경운산을 지나 오봉산에 올랐다가, 소양호를 가로질러 다시금 마적산 아래로 돌아가는 긴긴 여정이 끝이 났다. 소양강선착장까지 단 15분, 나는 그새 산행의 모든 고단함을 잊었다.

마적산 지킴이 신북읍 번영회 사람들 유규현씨와 김경환씨

마적산에 큰 비닐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마적산 쓰레기를 왜 줍느냐고 물었다. 그들 중 유규현씨가 답했다.

"여기 산이 좋아서요. 깨끗하게 하려고 줍지요. 여기가 시민들이 많이 오는 산이에요. 주말에도 오고, 평일에도 아침에 또 오고. 이 산 좋지요? 이 좋은 산에 사람들이 깨끗하게 좋은 것만 다들 보고 가셨으면 해서요. 여기가 옛날에……"

유규현, 김경환씨는 마적산 지킴이 신북읍 번영회 소속이다. 번영회에선 당번을 정한 건 아니지만 틈틈이 쓰레기를 줍고 산을 가꾸는 일을 한다고 한다. 매년 1월 1일에는 마적산 정상에서 해맞이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마적산을 찾는 사람들이 정상에서 더 오랜 시간을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에 정상석과 기원단 주변을 정리하고 울타리까지 쌓았다고 했다. 유규현씨가 덧붙였다.

"이 산이 정말 좋아요. 춘천 사람들은 다른 산보다 마적산을 더 자주 올라요. 가깝고 야트막하고 동네 뒷산처럼 늘 여기 있으니까요."

산행길잡이

마적산 해맞이 등산로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에는 13~15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입구에서 숲길로 들어서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이때 왼쪽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오르면 배후령길 삼거리, 산림욕 데크가 있는 쉼터에 금세 도착한다. 여기서 마적산 정상까지의 등산로는 아주 잘 갖추어져 있다. 특히, 최근에 새로 조성된 습곡 용바위 숲길 구간이 가장 잘 정비되어 있다.

마적산을 지나 경운산으로 향하는 길은 켜켜이 쌓인 낙엽이 쌓여 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고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문수봉과 경운산을 성큼 지나 오봉산 제1봉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오봉을 지나 청평사 캠핑장까지 구간마다 가파른 바위 능선이 있으므로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름철에도 얇은 장갑을 챙기는 것이 좋다. 굵은 밧줄이나 바위 표면을 맨손으로 잡다가 상처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청평사 선착장에서 소양호선착장으로 가는 마지막 배편은 평일 기준 오후 4시 30분이다(청평사에서 소양호선착장까지 10:30, 11:30, 12:30, 1:30, 2:30, 3:30, 4:30, 요금은 편도 대인 6,000원 소인 3,000원). 이 배를 타기 위해서는 최소 7시간 이전에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고, 주말에는 청평사 관광객이 많으므로 등산코스를 거꾸로 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소양호선착장에서 하선 후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로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약 6km, 10분 소요. 비용은 약 8,000원).

교통

청량리역에서 경의중앙선 열차를 타거나 상봉역에서 경춘선 열차를 타면 서울에서 춘천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춘천역에서 해맞이등산로 입구까지 가는 12번 버스는 평일 18회, 13번 버스는 평일 24회 운행한다. 40분 정도 걸리는데, 배차 간격이 짧지 않으므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택시는 약 10~15분 소요, 비용은 1만5,000원 정도 예상된다.

풀내음을 들머리로 잡으면 11번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평일 30회 운행한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인근에 소양감댐 공영주차장이 세 곳 운영되고 있다. 제1공영주차장은 버스 전용 주차장이며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제2공용주차장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제3공영주차장에는 화장실이 없는 대신 등산로 들머리와 소양감댐 정상과 가장 가깝다.

맛집

춘천에는 맛집이 정말 많다. 특히 마적산 아래에는 춘천 맛집이 즐비하다.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 춘천점(춘천시 동면 춘천순환로 822, 033-242-9988). 막국수와 편육, 메밀전을 모두 맛보았다. 막국수는 기호에 따라 동치미 막국수와 비빔막국수로 먹을 수 있다. 이 집의 백미는 메밀전이었다. 꼭 얇게 펴진 메밀전 두 겹을 한입에 넣고 맛보아야 한다.

통나무집 닭갈비 1호점 철판닭갈비(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763, 033-241-5999)도 빼놓을 수 없다. 1호점과 별관의 닭갈비 조리법이 다르니 주의해야 한다. 현지인도 가장 많이 찾는 집이라고 한다. 그만큼 맛과 서비스 모두 만족할 만했다. 닭갈비를 먹고 난 후에 볶음밥은 필수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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