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를 읊다 보면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새책]
[OSEN=강희수 기자]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정덕현 씨가 책을 냈다. TV 드라마에서 심금을 울린 명대사들을 모았더니 삶의 의미를 밝히는 빛이 되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는 평론가로 불리며 어쩔 수 없이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대중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걸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대중문화가 가진 통속성이 때론 그 어떤 위인들의 철학만큼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는 그는, 그래서 드라마 한 편을 통해 나누는 수다와 주장들이 실제 현실을 바꾸는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MBC 시청자 평가원, JTBC 시청자 위원으로 활동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예술상 심사위원이며 SBS 〈열린TV 시청자 세상〉, KBS 〈연예가중계〉와 〈비인칭 시점〉, MBC 〈무한도전〉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숨은 마흔 찾기』,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 등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는 "대한민국에서 TV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 만큼 대중문화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런 그가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누구나의 삶이 그토록 찬란하기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은 보기 나름이다. TV 속 명대사를 읊조리다 보면 하루하루의 삶이 고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 된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에는 정덕현 평론가의 마음에 걸린 마흔다섯 개의 명대사를 토대로 소소하지만 소중한 삶의 모습을 따뜻하게 풀어낸다.
어쨌든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의 단초는 TV 드라마다.
누군가는 드라마를 허구라고 말한다. 하지만 삶이 없다면 드라마가 존재할 수 있을까? 모든 드라마는 인생의 한 부분을 닮았고 사람들은 드라마에서 자신의 인생을 우연히 만난다. 내 마음 같은 대사 한마디를 만날 때 우리는 울고 웃으며 드라마를 보는 시간만큼은 고달픈 삶을 잊곤 한다. 그만큼 드라마는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사람보다 더 진하게 우리의 마음을 녹이는 위로를 전한다.
그런 드라마를 즐기다 보면 유난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화려한 단어와 치장된 문장이 아니라 내 마음을 한순간 움직이는 그런 대사 말이다. 나를 들여다보고 쓴 듯한 그 대사 한마디를 우리는 ‘명대사’라고 부른다.
“소나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
이럴 때는 어차피 우산을 써도 젖어.
이럴 땐 ‘아이, 모르겠다’ 하고 그냥 확 맞아 버리는 거야.” 「갯마을 차차차」
“어디에 갇힌 건지 모르겠지만 뚫고 나가고 싶어요.
진짜로 행복해서 진짜로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 이게 인생이지 이게 사는 거지 그런 말을 해보고 싶어요.” 「나의 해방일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연의 순간들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나의 과거를 다시 마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선재 업고 튀어」
정덕현 작가의 마음을 때린 명대사들이다.
소나기 같은 시련이 찾아와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갯마을 차차차」 속 대사 한마디가 위로를 전하고, 앞이 보이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해방일지」 속 대사 한마디가 ‘나도 그렇다’는 공감을 전한다. 현실에 없는 판타지 드라마도 인생의 일부분을 닮았다. 소중한 인연들을 잊고 사는 사람에게는 「선재 업고 튀어」 속 대사 한마디가 잠시 멈춰 주변을 바라볼 계기를 제공한다.
이 책의 서두에는 어마어마한 이름이 등장한다. 김은숙, 박지은, 박해영, 이남규, 이우정, 임상춘....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작가들이다. 이들이 모두 이 책을 위해 추천서를 썼다.
그가 내 드라마의 리뷰를 쓸 때마다 심장을 졸였다. 존잼. 노잼. 단 두 단어면 드라마가 평론되는 이때, 그의 글에 빚지지 않은 작가가 없다. 요즘 넷플 뭐 봄? 궁금하다면 냉큼 이 책을 집어들길.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쇼츠처럼 재밌다.
- 김은숙 작가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더 글로리」
이 책의 글을 즐기다 보면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고 빛나는 순간들이 결국 인생의 전부라는 걸 깨닫게 된다.
- 박지은 작가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
눈으로는 글을 읽지만 마음은 고요히 정지해 있습니다. 차창 밖 풍경을 볼 때처럼. 어딘가에 탁 안착한 이 책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 박해영 작가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이 책은 당신의 삶을, 당신의 드라마를 더욱 반짝이게 할 것이다.
- 이남규 작가 「눈이 부시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삶의 희노애락을 담은 드라마는 꽤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뭉근하게 담은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세상을 향한 그만의 섬세한 필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 이우정 작가 「응답하라 1988」 「슬기로운 의사생활」
아껴 보고 싶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다행히 뱃살 대신 뱃심이 붙었다. 마음이 달아졌다.
- 임상춘 작가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
정덕현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가 아닌 삶이 어디 있을까요. 삶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눈부신 드라마들입니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라고 한 「눈이 부시게」의 대사처럼, 한참을 지난 어느 날 돌아보면 누구나의 삶은 눈부신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해피엔딩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친 삶에 위로가 되는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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