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AI 거품론`…시총 1위 엔비디아는 무풍지대?

김남석 2024. 6. 1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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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결국 세계에서 가상 몸값이 비싼 주식에 등극했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31년만에 기적같은 기록을 세웠다.

최근 엔비디아와 애플 등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뉴욕증시에서는 '거품 경고'가 잦아지고 있다. 과거 '닷컴 버블'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대도약은 놀라운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독주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부품 회사에서 시총 1위로…신화같은 성장 스토리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거래일보다 3.51% 오른 135.58달러에 장을 마쳤다. 사상 최고가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3조335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나란히 주가가 하락한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달러)와 애플(3조2859억달러)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엔비디아는 초기 3D 비디오 게임을 구동하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해 판매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나 알려졌던 부품회사였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GPU 전략을 주효했다. 뛰어난 성능으로 입지를 다진 엔비디아는 2018년 비트코인 열풍의 덕을 톡톡이 봤다. 코인 채굴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들의 컴퓨터에 필요한 GPU를 공급하며 1차 도약했다.

2차 도약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2020~2022년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PC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대폭 늘었다.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히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엔비디아의 폭발적 성장은 2022년 시작됐다. 그해 11월 말 오픈AI가 대화형 AI 챗봇 '챗GPT'를 공개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뛰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2022년 말(액면분할 반영 14.6달러) 이후 이날까지 약 1년 반 동안 9배 넘게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칩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AI 모델을 개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AI 칩 수요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 정부들이 정보·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AI 칩 수요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잦아지는 AI 경고음…엔비디아는 피해간다?

뉴욕증시에서 'AI 거품론' 경고도 잦아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AI붐 둔화'의 증거를 내밀고 있다. AI주의 주가 상승이 1년 반 이상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존 노튼은 투자 거품이 변위부터 붐, 행복감, 이익실현, 패닉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챗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 세상이 술렁였던 것을 변위 시점으로 잡았다. 그는 이를 지난 닷컴버블 이전 1993년 최초의 웹 브라우저 '모자이크' 등장에 빗댔다. 모자이크 개발사 넷스케이프는 1995년 기업공개에 나섰고, 주가가 폭등했다.

두 번째 단계인 붐은 대부분의 기술 회사들이 AI에 집중했던 시기로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투자한 뒤 구글은 준비가 덜 된 바드챗봇을 출시했다. 엔비디아는 이 시기에 대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지금을 '행복감' 단계라고 평가했다. 존 노튼은 기업들이 AI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며 도박을 하고 있다고 봤다. 대형 기업들은 앞다퉈 AI 관련 회사에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고 전 세계가 AI 환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환상이 결국 AI 열풍을 이익실현과 패닉 단계로 이끌 것이라 분석했다. AI 관련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을 제외하면 아직 AI로 돈을 버는 기업이 없어 투자자들이 생성형 AI가 돈을 쓰는 데는 탁월하지만 투자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품이 터지기 전 이탈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탈출 행렬'이 확대되면서 거품에 구멍이 생기고, 급속한 하락 곡선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마켓워치 역시 현재 미국시장이 AI붐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캐피탈 이코노믹 그룹의 네일 시어링 수석 분석가는 "AI 열풍에서 촉발된 거품이 부풀어올라 미국 주식시장에 불균형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앞으로 18개월 동안 미국 주식이 세계 나머지 지역 주식보다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결국 AI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도 엔비디아는 간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테슬라, 메타 등 이른바 '매그니피션트 세븐'(M7)주는 일제히 내렸다. 엔비디아만 나홀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따라잡을 만한 회사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엔비디아 주가가 한동안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 로젠블라트 증권의 애널리스트는 이날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이날 종가보다 47% 높은 200달러로 올렸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대니얼 아이브스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 많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이 길로 빠르게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GPU 칩은 본질적으로 기술 분야의 새로운 금(gold) 또는 석유(oil)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런 캐피털의 마이클 리퍼트 부사장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와 기술 개발 생태계가 독점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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