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유력 후보였는데, 김태형 감독의 결단…"생각이 많아" 롯데 슈퍼루키의 첫 2군행에 담긴 의미 [MD수원]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안정을 찾고 올라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전미르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경북고 시절 투·타 모든 방면에서 남다른 재능을 뽐냈던 만큼 롯데는 큰 고민 없이 전미르의 이름을 외쳤다. 워낙 뛰어난 잠재력을 보유한 만큼 롯데는 당초 전미르를 '이도류'로 키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국 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일단은 마운드에만 전념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 투수로 시즌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전미르를 향한 김태형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령탑은 전미르의 첫 불펜 투구를 보자 "힘 좋네 전미르!"라며 감탄을 자아냈고, "(전)미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다. 지난해 가을에 던지는 것과 지금 던지는 것이 또 다른 느낌이다. 이제 투수에만 전념하니까 좋아진 것 같다. 밸런스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더 좋아졌다. 준비를 많이 하고 온 것 같다. 일단 무엇을 맡겨도 잘할 것 같다. 던지는 스타일도 좋고, 템포도 빠르면서 공격적이다. 마운드에서 모습이 굉장히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령탑의 특급 칭찬을 받은 전미르는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⅓이닝 4실점(4자책)으로 무너졌으나, 세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충분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끝에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4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한 데뷔전을 포함해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고, 롯데는 '믿을맨' 구승민이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특급유망주에게 조금씩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전미르는 4월 한 달 동안 12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63으로 훌륭한 성적을 남겼고, 5월에도 조금의 '업·다운'이 있었지만, 1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5.40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구승민을 비롯해 최준용까지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시간이 흘러도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전미르에 기댈 수밖에 없는 투수 운용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 전미르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더니, 결국 6월부터 전미르의 컨디션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전미르는 6월 첫 등판이었던 NC 다이노스전에서 1이닝 2실점(2자책)을 기록하더니, 세 번째 등판이었던 KIA 타이거즈전부터 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전까지 4경기 연속 실점을 기록하는 등 허덕이기 시작했다. 특히 자주 마운드에 오른 탓에 볼 배합이 제대로 읽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실 김태형 감독도 전미르가 많은 경기에 등판했고, 그동안 여러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구승민과 최준용 등 기대감이 컸던 선수들이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승리는 지켜내야 하는데, '마무리' 김원중까지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맡아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상수라는 든든한 베테랑의 존재가 있지만, 한 명의 선수 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까닭. 자연스럽게 전미르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1군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던 전미르는 일단 한차례 몸과 마음을 고르기 위해 지난 17일 1군에서 말소됐다. 김태형 감독은 특급유망주가 한차례 휴식을 갖고 수 있도록 1군에서 말소하기로 결정했다. 2군으로 내려간 전미르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해줬을까. 사령탑은 "18일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따로 얘기한 것은 없다. 심리적으로 1군에 놔두는 것보다 엔트리에서 한 번 빠져서 2군에서 안정을 찾고 올라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소 배경을 밝혔다.
그렇다면 전미르는 얼마나 2군에서 휴식을 가질 예정일까. 사령탑은 "봐야죠"라며 말을 아끼며, 2군에서 경기 출전 여부를 묻자 "2군에서 판단하지 않겠나. 김용희 감독님과 면담을 한 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사령탑은 구속 등에서 문제가 없는 만큼 전미르의 최근 부진의 원인을 심리적인 문제로 내다봤다. 김태형 감독은 "심리적인 문제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전미르가) 생각이 많다"고 짚었다.
롯데는 미국 괌 스프링캠프를 치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마운드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았다. 선발 로테이션의 경우 찰리 반즈-애런 윌커슨-박세웅-나균안까지 확정이 된 상황에서 5선발 자원만 낙점하면 되는 상황, 필승조 또한 최준용과 구승민, 마무리 김원중까지 안정적으로 구축이 돼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현재 롯데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 모든 부분에서 김태형 감독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
전미르의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슈퍼루키가 1군 엔트리에 존재하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팀 성적과 유망주의 미래를 바꿀 수는 없다. 롯데 입장에서는 전미르가 2군에서 몸과 멘탈을 모두 잘 회복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 시기를 롯데는 잘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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