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암 걸리면 보험료 페이백…'암테크'된 단기납 종신 괜찮나

김희정 2024. 6.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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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납 종신보험 시들하자 '환급강화형'으로
납입면제+높은 해지환급률로 당국 규제 우회

5·7년 단기납 종신보험 인기가 시들해지자 생명보험사들이 '환급강화형' 단기납 종신보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반 암 진단을 받거나 50% 이상 후유장애를 입으면 낸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고 10년 계약해지 시 낸 보험료의 약 120%를 지급해주는 변종 단기납 종신보험이다. 금융당국 등쌀에 낮아진 해지환급률을 건강보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메꾼 것이다.

그런데 일부 설계사들이 "암에 걸리면 로또를 맞는다"며 이 상품을 팔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암 진단 또는 후유장애 시 차후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주는 납입면제 기능을 이용하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않고 수 천만원에서 억 원대 해지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유동성 리스크 등 기존 단기납 종신보험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생명은 '더블찬스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5~7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10년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약 120%를 돌려주는 단기납 종신보험이다. 암 진단 또는 상해·질병으로 50% 이상의 후유장애를 입으면 그동안 낸 보험료를 모두 돌려받는다. 또 납입면제 대상이 돼 앞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이 유지된다. 10년간 보험을 묵히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목돈을 챙길 수 있다.

/그래픽=KDB생명 '더블찬스 종신보험' 보험대리점 소식지 캡쳐,

가령 7년납 상품에 가입해 매월 100만4850원을 내던 40세 남성이 계약 후 5년 뒤 암에 걸리면 그동안 낸 보험료 6029만원을 돌려받는다. 또 앞으로 7년 완납까지 내야 할 보험료 2411만원은 납입면제가 된다. 다시 3년이 지나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124.6%인 1억432만원을 해약환급금으로 받는다.

이렇게 되면 가입자가 낸 총납입보험료는 0원, 수익은1억432만원이다. 암이나 후유장애에 걸리지 않더라도 낸 보험료 이상을 10년 해지 시 돌려줘 가입자가 손해볼 것 없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이 이달 초 내놓은 '암플러스 종신보험', 삼성생명이 올해 초 출시한 '생애보장보험'도 따져보면 비슷한 상품이다. 보험료 납입기간 중 암에 걸리면 그간 낸 보험료를 100% 환급해주고, 한화생명의 경우 사망보험금도 2배나 불려준다. 납입면제 기능도 그대로다. 기존 단기납 종신보험에 암 등 건강보험을 결합시켜 건강보장과 높은 해지환급금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게 셀링 포인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생애보장보험으로 지난 1~2월 30억원가량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암에 걸리면 로또에 맞는다'는 식의 암테크(암+재테크)를 부추기고 있어 향후 불완전 판매 등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대비 해지환급률이 낮아졌지만 납입면제 조건을 넣는 방식으로 보험사의 재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납입면제 대상인 고객이 10년 후 대량으로 보험을 해지하면, 받은 보험료는 사실상 없는데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나 보험사 유동성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 종신보험 비과세 혜택 폐지 가능성도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관련기사 : 고 환급률 단기납 종신보험, 사실상 퇴출 수순(3월5일)

많이 판매할수록 손실이 날 가능성이 많은데도 단기납 종신보험에 목을 매는 이유는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새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 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CSM 환산배수는 10배로 알려졌다. 저축성보험(CSM 환산배수 2~7배)보다 크게는 5배 정도 높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생보 주력인 종신보험 수요가 떨어진 상황에서 손해보험업계 텃밭인 건강보험 영역에 진출하려면 환급형태로 고액 자산가들을 잡는 방법밖엔 없다"며 "이미 10년전 손보업계에서 비슷한 상품이 판매됐지만 높은 손해율 등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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