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단순하게··· 이상하게 머리쓰지 말자” 강승호가 살아났다, 잠실 20홈런 2루수 향해 다시 달린다
물 먹은 듯 무거웠던 두산 강승호(30)의 방망이가 다시 세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즌 74경기 만에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섰고, 이제는 구단 역사상 2번째 2루수 20홈런에 도전한다. 꾸준히 휴식하며 체력을 회복했고, 복잡한 머리를 비워 자기 강점을 살린 결과다.
강승호는 18일 잠실 NC전 2회말, 무사 1·2루에서 상대 선발 임상현의 3구째 높은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타구속도 시속 172.2㎞, 비거리 121.5m의 초대형 홈런. 강승호의 한방으로 두산은 단숨에 3-1로 전세를 뒤집었고, 6-2로 경기를 따냈다. 강승호의 홈런이 그대로 결승타가 됐다.
시즌 초 리그 누구보다 페이스가 좋았지만, 4월부터 강승호의 타격은 꾸준히 내림세를 탔다. 3월 8경기 동안 1.284를 찍었던 OPS가 4월 한 달 0.848로 떨어졌고, 5월 한 달 동안은 0.756까지 떨어졌다. 개막 첫 경기부터 쉼 없이 달려오며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닥친 결과였다. 개막전부터 62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던 강승호는 지난 4일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이후로도 선발에서 제외되는 날이 잦아졌다. 푹 쉬면서 타격감을 찾으라는 벤치의 배려였다.
강승호는 벤치의 기대에 곧장 부응했다. 전날까지 7경기에서 21타수 8안타. 2루타 3개에 3루타까지 1개를 곁들이며 휴식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날 대형 홈런까지 터뜨리며 좋았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걸 확실하게 증명했다.
강승호는 “선발로 안 나가면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확실히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우리 팀 타자들이나 상대 잘 치는 타자들 타이밍 잡는 법도 보고 하면서 타격감도 점점 더 올라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쉬는 동안 타격 밸런스를 찾으려 꾸준히 신경 쓴 것도 효과를 봤다.
이날 11호 홈런으로 강승호는 2022년 10홈런을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아직 시즌 70경기가 더 남아 충분히 더 많은 홈런을 때릴 수 있다. 144경기 환산으로 단순 계산하면 21홈런까지 가능한 페이스다. 2018시즌 26홈런을 때린 최주환(현 키움) 이후 6년 만의 두산 2루수 20홈런에도 도전할 만하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탓에 두산의 20홈런 2루수는 귀한 존재다. OB 시절까지 통틀어도 최주환 딱 1명뿐이다. 그러나 강승호는 “페이스가 좋다고는 하지만 내가 홈런 타자는 아니다”라며 “홈런은 생각하지 않는다. 2루타, 3루타를 많이 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강승호는 체력 회복뿐 아니라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한 것도 슬럼프 탈출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창 부진하던 때를 돌아보며 강승호는 민망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쓰게 웃었다. 그는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야구를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뭔가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였던 것 같다”며 “오늘도 이상하게 머리 쓰다가 괜히 삼진만 먹었다”고 덧붙였다.
‘이상하게 머리를 썼다’는 상황은 3회초 송명기를 상대한 두 번째 타석이었다. 그 전 타석 직구를 받아쳐 홈런을 때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변화구가 들어올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초구, 2구 모두 직구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다. 0B 2S로 출발한 강승호는 끈질기게 버텨냈지만 결국 8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강승호는 “그래서 ‘머리를 쓰면 안 되겠구나’ 마음을 굳혔다”고 웃었다. 말하자면 ‘공보고 공치기’, 단순하지만 투수 입장에선 오히려 더 괴로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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