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북아현동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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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보낸 지 6년 만에, 마흔이 넘은 딸에게서 기적 같은 임신 소식이 전해졌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아파트 생활을 해서인지 딸 부부는 이상하리만치 주택을 좋아한다.
처음엔 제대로 짐을 풀지도 못한다고 징징대던 딸도 부창부수라고, 최근엔 적극 호응하고 즐기는 듯하다.
딸은 이튿날 새벽에 이상 기미를 보이더니, 우리가 내려온 다음 날에 그만 조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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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보낸 지 6년 만에, 마흔이 넘은 딸에게서 기적 같은 임신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마음을 접고 있던 우리 부부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혼 전부터 이태원동에 살던 딸은 핼러윈 참사를 겪은 후 돌연 이사를 결정했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아파트 생활을 해서인지 딸 부부는 이상하리만치 주택을 좋아한다. 이번에는 북아현동이다. 언젠가 전원주택을 지을 계획이 있는 사위는, 일하는 틈틈이 짬을 내서 아직껏 이사한 집을 보수하고 있다. 처음엔 제대로 짐을 풀지도 못한다고 징징대던 딸도 부창부수라고, 최근엔 적극 호응하고 즐기는 듯하다.
산달이 다 된 어느 날, 딸에게서 집들이한다고 연락이 왔다. 남편이 나서서 막 달에 무슨 일이냐, 이왕 늦은 김에 맘 편히 아이부터 낳아라 해도 막무가내였다.
새집을 방문하여 둘러보았다. 천정이 유난히 높은 2층집은 벽까지 하얗게 페인트질을 해서 마치 갤러리 같았다. 사위는 제 눈높이에 딱 맞는 최선의 실습지를 선택한 셈이었다. 유일한 단점은 연식 탓인지 문이 잘 여닫히지 않는 것.
매끼 식사는 밖에서 해결했지만, 나름으로 무리가 되었던 듯. 딸은 이튿날 새벽에 이상 기미를 보이더니, 우리가 내려온 다음 날에 그만 조산을 했다. 다행히도 걱정과 달리 자그마한 사내애는 엄마 품에서 쑥쑥 자라서 이제 정상 체중이 되었다.
요즘 우리 내외의 눈과 귀는 온통 북아현동 쪽으로 쏠려 있다. 하루하루 성장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손자의 모습이 그저 우리의 중요 관심사이다. 사진과 동영상을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는 이미 녀석의 포로.
나의 모닝콜도 청이 맑은 손자의 우렁찬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이제라도 사는 맛을 이렇게나마 알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다. 앞으로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될까. 모임에 나와서 조차 손자 자랑이 끝이 없던 친구들을 향해 눈 흘기던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웃음이 절로 난다. 김해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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