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아름다운 우주를 담은 건축
우리는 집을 "작은 우주"라고 말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왜 집이 작은 우주인가에 대한 답은 명쾌하게 들은 바가 없다. 혹시 지구에는 수많은 인간들이 살고 있고 지구와 같은 많은 행성들이 모여 우주가 되는 것처럼, 가족이 집 안에 살고 있고 여러 집들이 모여 마을과 도시가 되기 때문에 집과 우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닌가 반문하게 된다.
경복궁 경회루는 임금이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외교사절단을 맞이하여 연회를 베풀 때 사용하였던 35칸의 국내 최대 규모의 누정(樓亭)건축물이다. 누정은 자연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고 경치를 감상하는 기능을 가졌으며, 신선사상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회루는 조선 초기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며, 이후 1867년(고종 4년) 재건되었다.
경회루의 재건을 앞두고 재야학자였던 정학순이 1865년과 1866년에 걸쳐 '경회루전도'를 집필하여 경회루가 주역을 기초로 한 동양의 우주론이 담긴 건축임을 설명하였다.
주역은 우주의 질서를 동양의 시각으로 체계화하고 도식화하여 이를 숫자로 표현하였다. 또한 주역은 우주만물의 이치를 설명하고 그 변화를 음양오행으로 설명하였는데, 1의 수는 태극을, 2는 양과 음, 3은 천·지·인의 삼재, 4는 태양·소음·소양·태음의 사상, 5는 오행, 8은 건·태·리·진·손·감·간·곤의 8괘, 그리고 16상, 32상, 64괘로 주역의 수는 끝나게 된다.
경회루전도의 경회루서는 경회루 35칸의 공간을 주역과 절기의 수로 설명하였는데, 왕과 외교사절단, 그리고 주요 대신들이 자리하고 있는 중앙의 3칸을 중궁이라고 하고, 3칸의 공간적 의미를 천·지·인 3재라하여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기본구성인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3요소를 대입하였다. 중궁의 3칸은 8개의 기둥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8괘를 의미하며 주역에서 도가 완성되는 가장 중요한 숫자이다. 그리고 8개의 기둥 사이 32개의 분합문은 32상을 의미한다.
'초가삼간'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작은 집, 혹은 초라한 집을 의미하는데, 초가는 이엉을 지붕재료로 사용한 것을 말하며, 삼간은 3칸의 집을 의미하는데, 이는 부엌과 안방 그리고 건넌방으로 구성된 3칸집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3칸의 공간을 이루는 8개의 기둥은 바로 경회루에서 의미하는 중궁과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이 머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집이 바로 3칸과 8개의 기둥으로 된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경회루로 돌아가서, 중궁의 바깥을 감싸고 있는 공간은 제2중으로 총 12개의 방이 있는데, 이는 12개월을 의미하며, 16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16개의 기둥은 8괘의 다음 수로 16상을 의미하고, 16개의 기둥 사이에는 64개의 분합문을 두었는데, 이는 주역의 마지막 수인 64괘를 뜻한다. 중궁과 더불어 제2중은 경회루를 이용하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 주역의 마지막 숫자로 공간을 한정하였다.
가장 외각 바깥공간인 제3중은 복도로 사람들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총 24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입춘으로 시작되어 대한으로 끝나는 24절기를 의미한다. 이외 주역에서 표현된 수에 관하여서는 3중의 공간 외에 2개의 문, 3개의 다리, 4개의 계단으로 표현하였다.
지금까지 나온 주역의 수는 2, 3, 4, 8, 12, 16, 24, 32, 64이다. 가장 중요한 숫자인 1, 태극이 빠져있다. 1 외의 수는 모두 수평적인 평면의 공간에서의 숫자로 사용되었는데, 마지막 1의 숫자 태극은 지붕으로 사용되었다. 수직공간으로서의 지붕을 1로 사용하여 주역의 모든 수는 수평과 수직, 3차원의 공간을 구성하도록 한 것이다.
유교건축에서 정면을 3칸, 5칸, 7칸 건물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는 주역의 수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주의 삼라만상을 체계화하여 숫자로 정리한 주역, 그 주역의 모든 수가 하나하나 세밀하게 적용된 경회루, 따라서 경회루는 우주의 이치를 담고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우주라 할 수 있다. 한참 우주여행에 들떠있는 요사이, 우리 선조들이 품었던 작은 우주인 경회루를 가족과 함께 체험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본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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