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또는 모던 '일본 나라'의 럭셔리 호텔 2

이성균 기자 2024. 6. 1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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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근교 여행지인 '나라(Nara)'는 사슴이 있다. 때론 그게 전부라고 놀림도 받는다. 그렇지만 나라에는 교토에 버금갈 정도로 멋진 사찰과 신사가 즐비하다. 또 지역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호사스러운 호텔들도 있다. 첫 번째 공간은 1300년 전 나라의 귀족 가문의 정원의 숨결을 되살렸다. 다른 곳은 호캉스의 정석을 경험할 수 있는 모던 호텔이다.

나라 국립 박물관

●지역 유산을 활용하는 법
시스이 럭셔리 컬렉션 나라

불교는 나라 여행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일본 불교 역사는 전래, 수용을 둘러싼 분쟁, 국가에 의한 도입, 민간 확산 등 다양한 변천 과정을 겪었는데, 이러한 중대한 사건들의 무대가 나라였다고 한다. 특히, 나라에는 난토(남쪽 수도 나라) 7대 사찰인 도다이지, 사이다이지, 호류지, 야쿠시지 등이 있다. 오사카 근교, 사슴 구경만으로 나라를 여행하면 한나절로 충분하지만, 사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자연을 감상하려면 일주일도 부족하다.

역사를 품고 있는 사찰 도다이지와 맞닿은 곳에 '시스이 럭셔리 컬렉션 나라(Shisui, a Luxury Collection Hotel, Nara)'가 있다. 이 호텔은 부지도 남다르다.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데, 710년 나라에 터를 잡은 후지와라 귀족 가문은 고후쿠지 사원과 관련 있다. 사원에는 고전 일본식 정원이 있었고, 시스이는 그 유산 위에 자리를 잡았다. 호텔은 매혹적인 정원을 되살려내 객실에서도 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호텔은 전통적인 일본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미를 함축하고 있다. 건축물과 각각의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 호텔 리셉션과 레스토랑, 라운지 겸 카페(오후 5시에 샴페인 아워 진행)가 있는 건물은 1922년 나라 총독의 거주지로 건축된 목조 건물에 있다. 과거의 향수가 남아 있어 고풍스러운데 곳곳에 모던한 작품과 화려한 장식품을 배치해 균형을 맞췄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특별한 경험이 시작되는 이유다. 역사적인 공간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San Francisco Peace Treaty, 1952년 4월 발효됨) 체결을 위한 비준서에 천황이 서명을 했는데, 그 장소가 호텔에 그대로 남아있다.

럭셔리 호텔의 본질도 놓치지 않았다. 독립적인 공간, 세심한 서비스, 차별화된 경험이 특징이다. 객실이 43개뿐이라 투숙 인원이 많지 않아 조용한 환경에서 쉴 수 있다. 게다가 디럭스와 스위트에는 객실 내에 온천탕 또는 노천탕이 마련돼 있다. 별도의 공간이 아니라 객실에서 온천을 하며 여행과 일상의 피로를 풀 수 있고, 스위트에서는 정원의 숨결을 느끼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관광지 접근성도 최상이다. 나라공원, 나라국립박물관, 도다이지, 가스가타이샤, 고후쿠지, 산조도리 상점가(중심가) 등 주요 명소를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다. 특히, 오전 6~7시 이른 아침에 도다이지와 가스가타이샤를 산책하는 건 절대로 빠트리지 말자.

●호캉스의 정석
JW 메리어트 나라

완벽한 호캉스를 위해 필요한 건 욕조와 테이블을 갖춘 편안한 객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2~3곳의 F&B 시설, 주변 환경, 관광지 접근성 등이다. 이 체크 리스트의 대부분을 충족하는 곳이 JW 메리어트 나라(JW Marriott Hotel Nara)다. 나라 최초의 럭셔리 호텔로, 객실 158개(스위트 16개), 라운지, 스파, 실내 수영장, 24시간 짐,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실크로드 다이닝(Silk Road Dining), 일식 전문 레스토랑 아제쿠라(Azekura), 라운지 바 플라잉 스택(Flying Stag) 등의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외적으로 눈길을 끄는 건 로비 라운지 & 바인 플라잉 스택이다. 나라의 상징인 사슴이 벽에 새겨져 있다. 수채화 스타일의 작품이라 저녁에 보면 몽환적인 느낌도 든다. 오후에는 애프터눈티, 저녁에는 칵테일이 유명하다. 딸기를 콘셉트로 한 애프터눈티가 출시될 땐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슴은 객실까지 따라온다. 사슴뿔 모양의 장식품이 객실을 꾸미고 있어 나라에 왔음을 또 실감한다. 객실은 편안한 침대와 워케이션이 가능한 테이블, 피로를 풀 수 있는 욕조 등으로 채워져 있는데, 기본 객실도 36m²(약 10.9평)으로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은은한 주황색과 황금빛으로 객실에 포인트를 준 것도 특징이다.

호텔을 최대로 활용하려면 밖에 나가지 않고, 호텔에서 끼니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도자기를 비롯해 여러 예술품으로 채워진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는 우아한 공간에 먼저 반하고, 조식 & 칵테일아워(저녁)에 또 마음이 간다. 특히, 칵테일아워는 다양한 주류는 물론 포만감이 큰 음식들로 채워진다. 반주와 식사 모두 가능한 셈이다. 오후에는 편안한 공간에서 다과를 즐길 수 있는데, 채광이 좋아 화사한 기운이 맴돈다.

근처 환경도 준수하다.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대형마트(Mi Nara)와 근사한 서점 츠타야(Tsutaya), 스타벅스가 있다. 오후 11시까지 영업하는 츠타야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호텔로 돌아와 플라잉 스택에서 칵테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된다. 참, JW 메리어트 나라는 JR 나라역, 긴테츠나라역, 호텔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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