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러 정상회담과 한·중 안보대화, 동북아 진영화 막아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국빈방문에 들어간다. 러시아 정상으로는 2000년 이후 24년 만의 북한 방문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을 갖고 공동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국이 2000년 맺은 북·러 친선·선린 협조 조약을 대체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문서를 채택할 것이라고 러시아 대통령실이 밝혔다. 1990년대 탈냉전 이후 소원했던 두 나라가 약 30년 만에 관계를 완전히 복원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을 앞두고 18일 북한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북·러가 70년 이상 “친선·선린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의 “신식민주의 독재”에 맞서 “다극 세계질서” 수립에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방 제재를 뛰어넘는 무역·상호결제 체계, 유라시아 지역 안전보장 구조, 더 높은 수준의 쌍무적 협조 체계 등을 위해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 측은 두 정상이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려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각에선 탈냉전 이후 폐기된 1961년 북·소 동맹조약의 이른바 ‘자동군사 개입’ 조항의 사실상 부활을 우려한다. 러시아가 북한에 전략무기 능력의 핵심 기술을 전수해 주거나 북한 핵무장을 공식 인정하는 행보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기 바란다. 현재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이번 북·러 회담으로 동북아의 신냉전적 진영화가 좀 더 강화되리라는 점이다. 한·미·일 협력 강화가 북·러의 결속 명분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다시 한국을 포함한 미·일 등 서방 진영이 강하게 뭉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중은 18일 서울에서 외교안보대화를 가졌다. 양국 외교부 차관, 국방부 국장이 참여한 대화에서 한·중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중국은 북·러와 한 집단으로 묶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국이 미·일에 붙어 북·러 결속에 과잉 대응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북·러 회동 후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 원칙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악순환을 부를 과도한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북·러 결속 빌미를 준 한·미·일 협력 강화에 ‘무조건반사’식으로 동참하진 말아야 한다. 한국이라도 균형을 잡고 동북아 진영화를 막는 데 힘쓰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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