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천 초대 국가유산청장 “지방소멸 시대… 제대로 국가유산 관리·활용 대책 세울 것” [세계초대석]
안내로봇?AI스마트 장비로 인력난 돌파
역사자원 등 활용 지역 방문 유인할 계획
50년 안된 예비문화유산 발굴?등록 준비
유산 부가가치 창출 창업?우수기업 돕는
국가유산 산업화 위한 육성?지원법 추진
국적불명 한복 안돼… 올바른 문화 알려야
국외문화유산 환수 위해 더욱 노력할 것
해외 소재 유산 현지서 협력 연구도 강화
최 청장은 “국가유산청은 개청하면서 지방소멸 위기유산 대응단을 새롭게 출범시켰다”며 “지역공동체와 연계대안을 마련해 국가유산의 미래가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봇 잔디깎이, 안내로봇, 드론, 자율주행차량 등 인공지능(AI) 탑재 스마트 장비로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지역의 국가유산과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 방문을 유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청장은 또 국가유산 산업화를 위해 육성·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동안은 국가유산의 원형보존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규제를 바탕으로 보존 위주의 정책을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국가유산을 활용한 가치창출 △국민 참여 △국민의 사회경제적 활동과의 조화 △지역발전 등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한다. 당장 올해 시행 중인 국가유산 내 거주 지역의 정주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국가유산 경관개선사업’이나, 고대역사도시 경관 조성을 위한 ‘역사문화권 정비사업’, 미래에 국가유산이 될 잠재적인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예비문화유산 공모사업’ 등이 대표 사례다. 일회적인 사업이 아니라 단기간에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미래 국가유산이란 말이 생소하다. 이는 어떻게 보호하나.
“9월부터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시행한다. 만들어진 지 50년이 안 됐지만 미래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발굴해서 보존·관리한다. 50년이 안 된 유산은 멸실·훼손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생겼다. 지난달 개인이나 기업, 기관이 소장한 근현대 예비문화유산 목록을 파악하려 공모를 했다. 361건이나 접수됐다. 경북 의성 성광 성냥공업사에서 1982년 제작한 자동 성냥 제조기, 1967년부터 1974년까지 생산됐다 단종된 기아 삼륜 화물차 T-2000도 공모에 제출됐다. T-2000은 국내에 한 대 남았다.”
“국가유산 주변에 사는 주민의 정주·생활환경을 정비하는 경관개선사업을 하면 주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국가유산이 지역발전의 동력이 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성공모델을 제시하겠다. 내년에 본격 개선 사업을 시작한다. 남원읍성, 나주읍성, 완도 청해진 유적, 태안 안흥진성, 예천 회룡표를 사업지역으로 선정했다. 현재 각 유산과 지역 특성에 맞는 국가유산 경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 같은 곳에서는 국가유산이 지역개발의 발목을 잡는다며 갈등이 첨예하다.
“각 유산의 특성에 따라 꼭 보호해야 할 곳만 집중 규제하겠다.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 이미 개발된 곳들은 단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국민의 불편함을 해소하려 한다. 주거·상업·공업지역 중 기존 500m였던 규제 범위를 200m로 축소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은 개발도가 높아 그 범위를 100m로 설정하는 등 개별 도시의 특성을 반영해 국가유산을 보호하고 있다.”
“국가유산 산업분야에 개별 법령이 없어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 국가유산 산업화를 위한 ‘국가유산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 국가유산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국가유산을 연계한 창업과 우수업체에 대한 성장 등을 지원하려 한다. 국가유산청 출범에 맞춰 국가유산 디지털 데이터 약 48만건을 개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도 디지털 관련 산업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방 소멸이 화두다. 국가유산 중 상당수가 지방에 산재해 있는데, 국가유산 활용·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지방 소멸로 지방에 산재한 국가유산 활용과 관리도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강원도 한 지자체가 국가유산 관리인력 6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2명뿐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방 소멸로 머지않아 국가유산 관리와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유산청은 개청하면서 지방 소멸 위기유산 대응단을 새로 출범시켰다. 앞으로 로봇 잔디깎이, 안내로봇, 드론, 자율주행차량 등 AI 탑재 스마트 장비로 국가유산 관리인력 부족을 해결하려 한다. 지역의 국가유산과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방문을 유인할 수 있는 지역특화 사업과 일자리 사업도 지속해서 발굴하겠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평균 연령이 75.4세다. 2021년에는 73.9세였는데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보유자가 없거나 1명인 종목도 69개에 달한다. 보유자의 고령화와 기량 쇠퇴로 무형유산 전수교육에 우려가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갓일, 망건장처럼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전승취약종목이나 전승단절 위험 종목에도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매년 고령의 보유자 종목을 우선 충원하고 있다. 전수교육권한이 부여된 전승교육사 인정조사를 확대하고 대학에서의 전수교육제도도 늘리려 한다. 전승취약종목은 매달 지원하는 정액 지원금 외에도 연말에 추가금을 지원하고 전수장학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기후위기도 국가유산 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 같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유산에 발생한 화재가 20건, 풍수해 피해가 306건, 흰개미 등 해충 피해가 45건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20개 핵심과제를 추진하려 한다. ‘국가유산 재난관리 중장기 계획’ ‘국가유산 유형별 풍수해 예방전략’ ‘목조문화유산 흰개미 피해방제 종합대책’도 수립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231억원을 들여 생물 피해종 회피기술 등 ‘기후변화 대응 국가유산 피해회복 및 적응관리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한복문화 개선의 화두를 던진 것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외국 관광객 등이 한복을 새롭게 해석하고 체험하는 지금의 궁궐 관람 문화를 규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복은 시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해 왔다. 다만 ‘한복생활’이 국가무형유산인 만큼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올바른 한복문화도 알려져야 한다는 취지다. 국가유산청은 한복의 형태 제시가 아니라 한복의 다양한 복식 체험 확산을 통해 한복문화가 우리나라 대표 문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국외소재문화유산 활용을 위해 ‘K공유유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자세히 설명해 달라.
“국외소재문화유산 관련 정책의 대원칙은 ‘불법·부당하게 반출된 것은 환수하고, 적법·정당하게 반출된 것은 활용한다’이다. K공유유산 사업은 유산이 있는 현지에서의 활용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다. 올해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고(古) 지도류 등이 사업 대상이다. 9월부터 관련 전문가가 프랑스 현지에 파견돼 도서관과 협력 조사·연구를 진행한다. 내년에는 한국 문화유산을 다수 소장한 독일로 이 사업을 확대한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시절의 경험을 살려 재임 기간 동안 국외문화유산의 환수를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외문화유산 환수는 마치 사자가 사냥을 하듯 오랜 시간 물밑에서 조용히 공을 들여야 하는 정책이다. 제가 청장으로 있는 동안 독서당계회도(보물), 대동여지도,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등 주요 한국 문화유산을 환수했다. 앞으로도 국외문화유산의 환수를 위해 노력하겠다. 해외에 소재한 우리 유산의 현지 활용도 중요하다. ‘K공유유산’ 개념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현지인들의 관심 속에서 적극 활용되길 바란다. 세계 한국 문화유산의 약 20%, 4만9000여점이 있는 유럽 지역에 조사·연구, 보존·활용 및 환수 협력 등을 위한 현지 거점을 구축하려 한다.”
●1959년 출생 ●동국대 미술학 학사·일본 규슈대 인문학 박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춘천박물관장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2008∼2022년) ●문화재청 무형·동산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2009∼2018년) ●한국미술사교육학회 회장(2019∼2022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2019∼2022년) ●문화재청장(2022∼2024년) ●국가유산청장(2024년 5월 17일∼)
대담=송용준 문화체육부장, 정리=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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