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문도-강화에서 15㎞, 그 섬에 남기고 온 추억[정태겸의 풍경](68)
우연히 몇 년 전의 사진을 마주했다. 한창 캠핑하러 다니던 시절, 강화도에서 배 타고 들어간 섬에서 며칠 캠핑을 즐기던 순간의 기록이다. 그때만 해도 강화도에 딸린 섬을 잘 몰랐다. 주문도라는 이름은 더욱더 낯설었다. 한강이 임진강을 만나고 북에서 흘러나온 예성강과 합쳐져 흘러 들어가는 강화만은 북녘을 지척에 두고 있다. 강화만 가장 북쪽을 큼지막한 교동도가 막아섰고, 그 뒤 몇 개의 섬 중 하나가 주문도다. 강화도에서 서쪽으로 직선거리 15㎞.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그런 곳.
주문도는 내세울 유적이나 명승지가 별반 없다. 서해에 별처럼 뜬 섬이 대체로 그렇다. 더구나 걸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한 바퀴를 돌 법한 이 작은 섬에서야 대단한 게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그 섬에서의 기억이 무척 좋았다. 대빈창이라 부르는 해변 곁 솔숲에 텐트를 치고 끼니마다 밥을 지어 먹으며 틈나는 대로 해변을 거닐던 시간은 평화로웠다. 문득 열어젖힌 사진첩에 남은 몇 장의 사진은 그 평화로움을 떠올리게 했다. 잔잔한 바다와 푸르러서 고마웠던 해송 숲과 모래사장에 반쯤 파묻힌 성경이 의아했던 순간과 순간이 사진 속에서 되살아났다. 시간의 강을 따라 몇 년을 흘러오는 동안 잊고 지냈던 추억이 그 섬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주섬주섬 다시 배낭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자는 때때로 이렇게 오랜 보물처럼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추억을 찾으러 길을 나선다.
정태겸 /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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