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는 트럼프가 앞서지만, 진짜 이길까? [데이터로 읽는 미국 대선]

국승민 2024. 6.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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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현재 판세를 요약하면 ‘트럼프 백중 우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승리 확률이 비슷하다고 본다. 섣불리 예측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살펴봤다.
2020년 10월22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대선 TV 토론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조 바이든 후보(오른쪽). ⓒEPA

역사상 가장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관심은 차갑다. 2024년 미국 대선이 다섯 달 남았다. 현재 판세를 요약하면 ‘트럼프의 백중 우세’.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이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앞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승리 확률이 비슷하다고 예측한다. 선거 베팅 웹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 It)에서도 트럼프와 바이든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이 ‘50센트 대 49센트’로 막상막하다. 이들이 조심스레 백중세를 말하는 이유는 ‘2016년 미국 대선 예측 실패’ 망신을 기억해서도, 트럼프 재선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여론조사 데이터 속에 유례없는 패턴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데이터는 이번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지 말라는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신호는 무엇일까?

지난 6개월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는 단 한 번도 승기를 놓친 적이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수집하는 업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트럼프가 전국 조사에서 꾸준히 0~3%포인트 정도 앞서왔다(〈그림 1〉 참조).

트럼프의 승리를 낙관하는 쪽에서는 2016년과 2020년 여론조사 추이를 언급한다. 당시 트럼프는 힐러리와 바이든에게 일관되게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2016년 트럼프가 승리했다. 2020년에는 접전 주(battleground state)에서 트럼프가 4만3000표만 더 획득하면 이길 수 있었다.

지난 대선 때 전국 조사에서 꾸준히 지는 것으로 나온 트럼프가 팽팽한 대선 결과를 보여줬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꾸준히 여론조사에서 이기고 있기에, 실제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보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승리를 아직 점치기 어렵다고 보는 쪽에서는 5개월간 선거 결과가 많이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4~2020년 여론조사를 분석한 락샤 제인과 해리슨 라벨에 따르면, 6월 여론조사 결과는 11월 실제 선거 결과와 평균 3%포인트 정도 차이 난다. 현재 트럼프의 앞서가는 폭이 0.5~1.5%포인트임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최대 4%포인트 이기는 결과도 가능하지만, 바이든이 2%포인트 정도 승리하는 결과도 예측 가능하다.

역사상 한 번도 본 적 없는 큰 변화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뽑는 미국 대선은 접전 주의 여론조사 결과가 더 중요하다. 접전 주에서도 트럼프가 꾸준히 우세를 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지난 5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개 접전 주 중 5곳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그림 2〉 참조).

바이든 캠프를 더 불편하게 한 뉴스는 유권자들이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분할 투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네바다주가 가장 극명하다. 대선후보 지지도는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12%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온 반면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2%포인트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낙관론’을 펼치는 사람들은 바이든이 미국 중서부의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주에서만 이기면 대선을 승리할 수 있다면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 차이가 이 세 개 주에서 더 작다는 점을 주목한다.

트럼프의 우세는 유색인종과 젊은 유권자의 지지 선호 변화를 바탕으로 한다. 2020년과 2024년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폭으로 변화를 보인 유권자층이 유색인종과 젊은 유권자다. 문제는 그 변화 폭이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역사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만큼 큰 변화’다.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흑인 유권자 그룹에서는 60%포인트, 라틴계 유권자 그룹에서는 11%포인트 앞서 있다. 큰 폭으로 앞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상황이 다르다. 흑인 유권자 우세 폭이 23%포인트 감소했고, 라틴계 유권자에서 13%포인트 줄었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유권자 재정렬’이라 불릴 정도다.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에 비해 흑인 유권자 그룹에서 60%포인트 우세만 보인다면, 1960년대 시민권 운동과 시민권 법 제정 이후 가장 작은 차이의 우세다.

18~29세 젊은 유권자층도 변화 폭이 유례없이 크다. 바이든이 2020년 24%포인트 앞섰는데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 우세 폭이 12%포인트로 반토막 났다. 현재 미국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유권자 재정렬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바이든의 승리는 점치기 힘들다. 반대로 그러한 역사적 사건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유색인종과 젊은 층 표심이 바이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된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층을 2020년에 투표한 사람과 안 한 사람으로 비교하면, 트럼프 지지세가 견고하지 않다는 점이 더더욱 분명해진다. 〈뉴욕타임스〉 네이트 콘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에 투표한 유권자 층에서는 바이든이 아직도 지지 우위를 점하고 있다(〈그림 3〉 참조). 이에 비해 2020년에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의 지지세 확대가 뚜렷하다. 2020년에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거의 20%포인트가 트럼프 쪽으로 이동했다.

문제는 2020년에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올해도 투표를 안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새로 획득한 지지층은 정치에 관심이 적고 투표 의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젊은 유색인종 유권자다. 이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트럼프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완화다. 그럴 경우 바이든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필자가 미국 유권자 2만5000여 명을 여론조사한 2023년 ‘합동 선거 조사(Cooperative Election Study)’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과거 바이든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의 지지 철회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 여부다.

2022년 8월15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위치한 월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AFP PHOTO

굉장히 적은 표 차이로 승패 결정 날 것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바이든에 대한 민심 이반을 설명한다. 2024년 인플레이션 완화와 그동안의 경제성장률이 올여름에도 이어진다면, 얼마든지 민심이 돌아올 수 있다. 1948년 대선에서 트루먼 대통령이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꾸준한 약세를 보였지만, 선거에서 역전승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모든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올해 대선에 대해 동의하는 점도 있다. 바로 2016년, 2020년과 똑같이 올해 선거도 굉장히 적은 표 차이로 승패가 결정 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그리고 양당의 후보가 바이든과 트럼프라는 뻔한 선택지가 되면서 정치 고관여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정한 지 오래다.

결국 선거는 스윙보터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적고 결정도 막판에 하기 때문에, 선거 직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스윙보터는 자신의 선택이 미국 그리고 한국, 더 나아가 전 세계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윙보터의 작은 신호라도 이해하기 위해, 트럼프-바이든 선거 캠프에서는 스윙보터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앞으로 5개월간 모든 이목을 이들에게 집중할 것이다.

국승민 (미시간 주립대학 정치학과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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