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필요한 규제로 부담만 가중···서울시, 60여년만 방화지구 대폭 해제 나선다

김연하 기자 2024. 6.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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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지정돼 현재 지정 필요성 잃어
10년 전 해제 추진했으나 보류 의견에 중단
자치구·일선 소방서 등 의견도 수렴 마쳐·
서울시 방화지구 현황. 서울도시계획포털 캡쳐
[서울경제]

고도지구와 경관지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서울시가 이번에는 방화지구 전면 개편에 나선다. 화재의 위험을 막기 위해 지정된 방화지구 중 상당수가 이미 지정 목적을 달성해 효용성을 잃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방화지구를 일부 해제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마련하고 조만간 도시계획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할 방침이다.

방화지구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되는 용도지구의 하나로, 화재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지정된 지구를 뜻한다. 주로 시장이나 도로변의 건축물 밀집 지역에 지정되며, 시장·노선·집단형으로 구분된다. 화재 예방 목적이 있는 만큼 방화지구 내 건축물은 주요 구조부 및 외벽을 내화구조로 건축해야 하며, 지붕 위에 간판·광고탑 등을 설치할 때도 크기에 따라 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지붕이나 방화문 등은 ‘건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는 구조 및 재료를 이용해야 한다. ‘건축법’ 및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서 정하는 기준도 준수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 내 방화지구는 총 107개소인데, 이 중 대부분이 한국전쟁 직후인 1963년 12월에 지정됐다.

시가 방화지구 개편에 나서는 것은 60여년 전 지정된 방화지구가 현 상황에서 실익은 없는 반면 불필요한 규제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과거 시는 주로 목조 건축물로 구성돼 화재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는 지역 등을 방화지구로 지정했는데, 이 일대는 이미 개발이 진행된데다 수차례에 걸쳐 건축도 이뤄졌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소방 관련 시설은 건축법이나 소방법 등에 따라 강화돼 방화지구로 지정될 필요성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시는 2014년에도 방화지구 68개소의 폐지를 추진했다. 시장형 방화지구 63개소 중 내화구조 건축물로 전환된 26개소, 중구·종로구에 블록 단위로 지정된 집단형 방화지구 전체(11개소), 간선도로 노선 주변에 지정된 노선형 방화지구 전체(31개소)를 폐지해 39개소(0.28㎢)만 남겨두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잔여 방화지구도 건축물들이 내화구조를 갖추는 등 지정 취지를 달성했을 때에 폐지하며, 소방법에 규정된 '화재경계지구'와 중복으로 지정된 지구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정비사업 및 개별 건축물 신축 등 여건변화에 따라 지정목적을 달성하거나 지정취지를 상실한 방화지구가 발생함에 따라 불필요한 규제정비 등 범국가적 제도개선맥락과 연계되고 지정실익이 미미한 방화지구를 폐지하고자 한다”며 ‘도시관리계획(용도지구:방화지구) 변경결정(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했다. 하지만 당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안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보류 결정을 내렸고, 현재까지 전면적인 방화지구 개편은 단행하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당시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안전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등 사회적 분위기로 안전과 관련된 부분을 조금 더 확인하라는 차원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시는 2014년보다 폐지 대상 개소 수는 늘리는 반면 폐지 면적은 줄이는 방향으로 안건을 구성해 조만간 도시계획위원회에 재상정할 방침이다. 18개소(0.65㎢)만 남겨두고 89개소를 폐지하는 방향이다. 시가 해제 대상 목표로 삼은 방화지구는 ‘도시·군관리계획수립지침’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곳들이다. 도시·군관리계획수립지침은 △도시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 △화재발생시 소방에 지장이 있는 지역 △화재발생시 폭발·유독가스 등으로 주변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공장이나 시설의 주변지역 △산림청의 ‘산불관리통합규정’에 따른 산불취약지역에 인접하여 산불 확산으로 인한 화재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화재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방화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는 과거처럼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이번 개편안 마련에 앞서 자치구와 소방재난본부, 일선 소방서 등의 의견도 취합했는데, 대체로 방화지구 개편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서들은 이미 화재경계지구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가 방화지구를 유지하든 없애든 큰 상관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화지구 개편이 이뤄질 경우 건축업자나 조합원 등의 부담이 일부 완화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커튼월(유리 외벽)’ 적용이 쉬워지는 등 건물 외벽 설계의 재량권이 늘어나며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화지구에서는 커튼월 디자인을 할 때 내화유리를 써야 인허가를 받을 수 있어 자재비가 훨씬 많이 들어갔는데 방화지구에서 해제될 경우 이런 어려움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방화지구가 광화문·을지로·숭례문 인근 등 대형 오피스 건축 수요가 높은 도심부에 집중적으로 적용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 방화지구 해제가 이뤄질 시 건축비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방화지구 지정 면적(약 3.45㎢) 중 용도지역상 상업지역 비중은 약 70%(약 2.42㎢)에 달했다. 시 관계자는 “이미 도시 정비가 돼 있고 건축법상으로도 모든 방화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방화지구라는 이유로 추가적인 방화설비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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