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잊은 심판'에 모두가 속았다... 어째 이런 일이 '이번엔 NC가 당했다'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2024. 6.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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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왼쪽)이 18일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서 7회초 비디오판독 결과가 뒤집어지자 심판진에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곱씹어 볼수록 황당하다. 야구의 기본 중에 기본을 잊었고 경기가 한참이나 지연됐다. 공평하다고 해야할까. 이번엔 NC 다이노스가 억울한 희생양이 됐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9차전이 열린 18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이 6-1로 앞선 7회초 문제의 장면이 발생했다.

손쉽게 두산의 승리로 끝날 것 같던 상황에서 NC가 한 점을 추격한 뒤 무사 1루에서 김형준의 2루수 방면 땅볼 타구가 나왔고 두산의 야수 선택으로 무사 1,2루가 됐다.

두산 2루수 강승호가 1,2루 사이에서 2루로 뛰는 주자 김휘집을 태그하려고 했는데 실패했고 결국 1루로 공을 뿌렸다. 그 사이 타자주자 김형준이 1루에서 살았다. 두산 1루수 양석환이 뒤늦게 2루로 공을 뿌렸고 유격수 박준영과 김휘집이 찰나의 승부를 벌였다.

충분히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2루심은 세이프를 외쳤고 두산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느린 화면 확인 결과 김휘집이 절묘하게 박준영의 태그를 피하는 기술로 2루를 먼저 찍은 게 확인됐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루에서 박준영(왼쪽)의 태그를 피해 슬라이딩을 하고 있는 김휘집(오른쪽). 다만 이 상황은 포스 아웃 상황이었고 박준영이 2루 베이스를 밟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지만 2루심은 태그 장면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자 두산 벤치에서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이승엽 감독이었다. 이미 비디오판독 결과가 나왔음에도 항의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지난 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두 팀의 맞대결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한 차례 이미 떠들썩한 장면이 있었다. 당시엔 이유찬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세이프 판정을 받았는데 NC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면서 아웃으로 번복되면서 시작됐다.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유격수 김주원의 왼발에 막혀 이유찬의 베이스 터치가 이뤄지지 않아 아웃을 선언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이승엽 감독이 극렬히 항의를 했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항의였다. 김주원이 이유찬의 주로를 막아섰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심판진은 이 감독의 입장을 헤아리기보다는 규정상 금지돼 있는 비디오판독 결과에 대한 항의를 한 이 감독을 퇴장 조치했다.

이후 이 장면이 야구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 17일 KBO가 결국 움직였다. 당초 KBO리그 규정 제 28조 비디오 판독 3항엔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만 적혀 있었는데 여기에 '야수의 베이스를 막는 행위로 인한 주루방해 여부 포함'이라는 내용이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더불어 주루방해 판정 관련 결정사항에 대해 각 구단에 안내를 마치고 선수 보호와 판정의 일관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규정 보완 등의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왼쪽에서 4번째)가 경기장으로 뛰어 나와 심판진에 어필을 하고 있다.
이승엽 감독(왼쪽에서 2번째)가 한참동안 심판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아픔이 있었던 이 감독이었기에 판독 결과에 항의를 할 이유는 없었다. 심판진도 차분히 이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고 다시 모여들었다. 결국 한참 동안 상의를 하던 심판진은 구장 내 마이크를 잡아들었다.

김병주 주심은 "수비수가 1루에 공을 던져 세이프 판정을 받았고 2루에선 포스 플레이 상황이기 때문에 태그 플레이와 상관없이 아웃으로 판정을 번복한다"고 말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애초부터 심판진의 오심이었다. 이는 야구의 기본적인 룰을 망각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KBO가 배포한 2024 공식야구규칙 '5.09 아웃 - (b) 주자아웃' 6항을 보면 '타자가 주자가 됨에 따라 진루할 의무가 생긴 주자가 다음 베이스에 닿기 전에 야수가 그 주자나 베이스에 태그하였을 경우(이것은 포스 아웃이다)'에 해당하는 장면이었다.

이 과정에서 타자주자가 먼저 아웃이 됐을 경우엔 선행주자의 선택권이 생기지만 김형준이 1루에서 세이프 선언이 된 상황이었기에 치열한 태그 전쟁을 벌인 2루의 상황은 '포스 아웃' 상황이었다.

두산 구단 측에 따르면 이승엽 감독은 포스 아웃 상황임을 이미 인지한 뒤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다만 특정 상황에 대한 판독을 요청할 수 없었기에 심판진의 결과를 기다렸는데 엉뚱하게 태그의 여부에만 초점을 두고 판정을 한 것이다.

포스 아웃 상황에 대해 어필하고 있는 이승엽 두산 감독(왼쪽). /사진=뉴시스
당시 상황이 다소 혼란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강승호가 타자주자를 먼저 태그하려는 과정이 있었고 두산 박준영도, NC 김휘집도 태그 여부에만 집중했기에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다만 누구보다 경기 상황에 집중하고 혼란을 방지해야 할 심판진이 아웃 상황을 착각했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태그를 떠나 비디오판독을 통해 먼저 확인했어야 하는 장면은 박준영이 2루 베이스를 밟고 있었느냐였다. 이 부분만 확인이 됐다면 손쉽게 아웃으로 끝날 장면이었다.

비디오판독 결과가 이미 나온 뒤 이어진 이승엽 감독의 어필로 판정이 뒤바뀌자 이번엔 강인권 NC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NC 구단에 따르면 강 감독은 이미 내려진 비디오판독의 결과를 다시 뒤집을 수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심판진에선 비디오판독 결과를 따르는 게 원칙적으로 맞지만 너무도 명확한 상황이었기에 번복을 하게 됐다는 설명을 했다는 것이다.

상황은 명백한 아웃이었다. 다만 이미 비디오판독을 거친 결과를 뒤집는 일은 흔치 않았다. NC로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인권 감독이 억울함을 억누른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고 김휘집도 결국 아웃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 장면에서 NC가 다음 타자를 경기장에 내보내지 않았고 심판진이 NC 더그아웃으로 향해 다시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경기가 속개됐다. 최초 비디오판독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된 뒤 13분이 지나고 나서야 경기가 이어졌다.

경기 후 취재진은 심판진의 설명을 들으려 했지만 "상황에 대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즉답을 회피했고 결국 제대로 된 상황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물론 무엇이 됐든 변명에 지나지 않을 설명이다. 너무도 명백한 야구의 기본적인 룰을 놓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오심을 정정했기에 최악은 면했으나 쓸데없이 10분 이상을 허비한 꼴이 됐고 NC로서 억울한 감정을 느끼게끔 원인을 제공한 꼴이 돼 씁쓸한 장면이었다.

비디오판독 결과가 뒤집히자 항의하는 강인권 NC 감독(오른쪽).
강인권 NC 감독(가운데)이 비디오판독 결과가 뒤집히자 황당해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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