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은 없고 부상만..뇌진탕 후 추락한 리조, 빛나는 시간은 이제 끝일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리조의 빛나는 시간은 이제 끝난 것일까. 반전은 쉽지 않아보인다.
뉴욕 양키스는 올시즌 가장 강력한 팀이다. 6월 18일(한국시간)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기록 중.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50승 고지를 밟았다. 이제 에이스 게릿 콜까지 복귀를 앞둔 만큼 더욱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탈한 전력도 있다. 바로 1루수 앤서니 리조. 리조는 오른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리조는 19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18일 소급적용) 최소 4-5주간 야구 활동을 하지 못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MLB.com은 리조가 2개월은 결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조는 17일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땅볼을 치고 1루로 질주하던 중 베이스커버 위해 1루에 들어온 투수 브레난 버나디노와 충돌했다. 충돌 후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과정에서 오른팔로 땅을 짚은 리조는 오른팔을 부여잡고 쓰러졌고 교체됐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리조는 오른팔 요골 경부 골절 부상을 당했다.
수술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긴 결장이 예상되는 상황. 전반기를 부상자 명단에서 마치고 후반기에야 복귀할 전망이다. 어쩌면 8월 말이 돼야 돌아올 수도 있다. 양키스는 주전 1루수 없이 약 두 달을 보내야 한다.
다만 리조의 이탈이 양키스 입장에서 아주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리조의 성적이 그만큼 아쉽기 때문이다. 리조는 올시즌 70경기에 출전해 .223/.289/.341 8홈런 28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조정득점생산력(wRC+)은 84, fWAR는 -0.4다. 생산력도 승리기여도도 모두 '평균 이하'다.
문제는 리조의 부진이 올시즌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리조는 지난해에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99경기 .244/.328/.378 12홈런 41타점. 이는 리조가 본격적인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1989년생 1루수 리조는 2007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보스턴에 지명됐다. 마이너리거 시절인 2010년 12월 아드리안 곤잘레스와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이적했고 2011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49경기 .141/.281/.242 1홈런 9타점을 기록하며 빅리그의 '맛'을 본 리조는 2012시즌에 앞서 앤드류 캐시너, 나경민과 트레이드로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다.
리조의 시간은 바로 컵스에서 시작됐다. 2012시즌에 앞서 TOP 100 유망주 평가를 받은 리조는 2012년 87경기 .285/.342/.463 15홈런 48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에 대한 평가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012년 여름부터 컵스의 주전 1루수로 자리매김한 리조는 컵스를 이끄는 선수가 된 것은 물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거듭났다. 2012-2019시즌 8년 동안 1,158경기에 출전해 .277/.376/.496 217홈런 720타점을 기록했고 해당기간 올스타 3회 선정, 골드글러브 3회, 실버슬러거 1회 수상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MVP 투표 4위에 오른 것도 두 차례였다.
2020시즌부터 조금씩 성적이 하락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리조는 강타자였다. 2021시즌 도중 양키스로 이적한 ㅣ리조는 2020-2022시즌 3년 동안 329경기에서 .234/.341/.451 65홈런 160타점을 기록했다. 30대에 접어들며 기량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을 상당히 웃도는 생산성을 기록했고 에이징커브를 완만하게 타는 듯했다.
하지만 흐름은 지난해 급격히 바뀌었다. 지난해 5월까지 53경기에서 .304/.376/.505 11홈런 32타점 맹타를 휘두른 리조는 5월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홈경기에서 1루로 달려드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머리를 부딪힌 뒤 추락이 시작됐다. 리조는 타티스와 충돌 후 46경기에서 .172/.271/.225 1홈런 9타점의 처참한 성적을 썼고 결국 8월 초 뇌진탕 후유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쓴 리조는 올시즌 건강하게 반등을 다짐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기량은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해보다도 훨씬 부진한 성적을 쓰고 있었고 또 다시 1루에서 충돌해 부상을 당했다.
올시즌 리조는 배럴타구 비율(4.1%), 평균 타구속도(86.3마일), 스윗스팟 명중율(29.4%), 기대가중출루율(0.289), 강타비율(33%), 볼넷율(6.5%) 등 거의 모든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에서 커리어 최악은 물론 리그 평균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기록을 쓰고 있다.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었던 만큼 기량이 하락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당한 뇌진탕 부상 이후 전혀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리조는 오는 8월이면 35세가 되는 노장. 반전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나이다. 서서히 하락하던 기량이 뇌진탕 부상을 기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고 밖에 보지 않는 상황이다.
2022시즌 커리어 하이 타이인 32홈런을 쏘아올린 리조는 2023시즌에 앞서 양키스와 2년 4,000만 달러 재계약을 맺었다. 1년의 옵션이 포함된 2+1년 계약이었지만 2년 동안 169경기 .236/.312/.363 20홈런 69타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양키스가 옵션을 실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때는 최고의 선수였지만 세월은 거스르지 못했다. 그리고 불의의 부상으로 기량 저하가 급격히 가속됐고 이제는 리그 평균 정도의 활약을 하는 것도 힘겨운 입장이 됐다. 과연 리조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곧 35세가 될 리조의 커리어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앤서니 리조)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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