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유사시 군사원조 등 ‘관계 격상’ 실질적 내용 담을까
전방위 협력 제도화…우크라전 이후 정치연대 과시
‘한반도 통일’ 삭제·비공식 대화서 ‘무기 논의’ 관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정상회담을 열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협정에는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북·러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러관계를 격상하면서 정치적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을 지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법률 웹사이트에 발표된 대통령령 문건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하자는 러시아 외무부의 제안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계 지정학적 상황과 러시아, 북한 양자 관계 수준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에는 북·러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과학,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기술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면, 동맹을 제외한 가장 높은 수준의 관계가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러는 2000년 2월 ‘친선·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러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법률적 기초를 세워 군사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협력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한국과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형식상 북·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보다 격이 낮다. 그러나 국가 관계를 규정하는 명칭을 동일선상에 놓고 우위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관계 명칭과 관련한 국제적 합의가 없고 국가마다 필요에 따라 특별한 수식어를 붙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러가 맺을 관계의 명칭보다는 협정에 담길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관계의 명칭과 실질적인 협력 수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북·러의 협정 내용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측의 새로운 협정에 유사시 군사원조 등 ‘자동 개입’ 내용이 담길지가 주요 관찰 포인트다. 형식상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이지만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본다.
또 협정에 ‘한반도 통일’ 관련 조항은 빠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러가 2000년 2월 맺은 조약에는 “독자성, 평화통일, 민족결속 원칙에 따른 한반도 통일”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통일’ 지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러시아도 통일 관련 항목 제외에 동의하면서 북한을 지지한다는 뜻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9일 공식 회담에 이어 비공식 대화도 진행한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에 꽤 많은 시간이 할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러 간 무기 거래 등과 관련한 얘기가 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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