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 한동훈 등판 전부터 친윤 십자포화...나경원이 대항마?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약 일주일 앞두고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 중심으로 견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친윤계의 대항마로 나경원 의원 등이 거론된다. 선두 주자인 한 전 위원장이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결선에서 친윤계의 결집으로 이변이 발생할지 주목된다.
18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내달 23일로 확정된 가운데 친윤계 의원들이 뒤늦게 한 전 위원장 대세론에 우려 메시지를 내고 있다.
4·10 총선 참패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으로 전선이 약화되고 분열 조짐을 보인 친윤계는 지난해 김기현 대표를 선출했던 전당대회와 달리 이번 전당대회 관련해선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한 전 위원장 외에 후보군이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기류는 지난주 후반쯤부터 서서히 바뀌었다. 5선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당을 살리고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이조심판'으로 패배했음에도 또다시 '이조심판'이라는 논쟁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며 '한동훈 불가론'을 띄웠다.
'찐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공개적으로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은 하나의 프레임이자 당원 모욕"이라며 "검찰 중간 간부에 불과하던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총선백서를 놓고 친한(친한동훈)계와 대립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한동훈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여론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 (어대한 기류를) 최소한 원내에서는 느끼기가 어렵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친윤계는 이처럼 '한동훈 대세론'에 점차 균열을 만들면서, 한 전 위원장을 이길 수 있을 만한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에 복수의 친윤계를 투입해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쥘 경우 견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친윤계 인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전당대회 때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고 각개전투로 본인들의 판단에 따라서 분화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 친윤계가 지원할 후보론 나경원 의원이 유력하다. 나 의원은 아직 전대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출마를 결심하고 준비 중인 동향이 포착된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힘을 실어줄 경우 승산이 없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선호도를 물은 결과 한 전 위원장 59%, 원 전 장관 11%, 나 의원 10%, 안 의원 7%, 유승민 전 의원 6%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30대 신예 김재섭 의원의 경우 친윤계 당권주자가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 스스로 선을 그은 상태다. 다만 친윤계 입장에서 '반(反) 한동훈'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김 의원과 같은 비윤 성향의 후보를 측면 지원해 힘을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여러 가설이 있지만 현재 확실히 형성된 전선은 한 전 위원장과 나 의원"이라며 "결선투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전 위원장이 1차 투표에서 50%를 넘지 못해 결선투표로 넘어가면 여러 경우의 수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용산의 움직임도 변수로 지목된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김기현 대표가 당선된 3·8 전당대회 때와는 달리 당권 문제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어대한'이 지난주까진 확고했는데 묘하게 변수가 생기는 느낌"이라며 "용산에서 한 전 위원장을 지원하는 의원들이 누군지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의원들도 용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대한'이란 대세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많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용산으로선 한동훈을 저지할 수 있을지를 따져볼 텐데 마땅히 대항마가 없고 저지하기 어렵단 계산이 나올 경우 무리수를 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 당권주자 지지율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가 멀수록 높게 나온다. 한동훈 대세론에 이변이 생기기 어렵다"며 "친윤계는 최고위원을 많이 확보해서 이준석 전 대표 때와 같이 문제가 생기면 축출하는 방안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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