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항마 될까…`경제동반자` 중국-사우디, ETF 상호 상장 추진
미국과의 패권 다툼이 한창인 중국이 중동과 손을 잡으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의 '큰 손'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양 시장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교차 상장 등 적극적인 경제 교류에 나서며 '경제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표 우방국으로 꼽히던 사우디가 친(親) 중국 노선을 택하면서 사우디의 '오일머니'가 중국 본토로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금융감독위원회(CSRC)가 사우디아라비아 ETF의 상해·심천 증시 동시 상장을 승인했다.
이 상품은 홍콩 ETF 2위 운용사인 중국남방자산운용(CSOP)이 지난해 11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ETF를 추종한다.
CSOP 사우디아라비아 ETF의 기초지수는 'FTSE Saudi Arabia Index'로, 5월 말 기준 시가총액이 3035억달러에 달한다. 사우디 아람코, 사우디 국립은행, 알 라지 뱅킹, ACWA 파워, 사우디 베이직 인더스트리 등 상위 5개 구성 종목이 지수 비중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투자하는 상품이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것은 최초다. ETF가 상해와 심천에 동시 상장하는 경우 역시 이례적이라는 중국 증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편 이와 함께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ETF가 내달 중 사우디 증시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우디 현지 자산운용사 한 곳이 ETF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우디아라비아 ETF와 마찬가지로 중국 본토의 초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홍콩의 벤치마크인 항셍지수(Hang Seng Index)를 추종하는 ETF도 개발 중이다.
양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 6월에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의 줄리아 렁 최고경영자(CEO)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시장청(CMA) 청장과 사우디 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인 사우디 타다울 그룹 고위 임원들과 회동하고 ETF 교차 상장 등을 논의했다.
반대로 말하면 공고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앞서 1974년 석유 파동이 터지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은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맺었다. 원유의 결제는 오직 달러로만 한다는 이 협력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국가 안보를 보장받았고, 미국의 경우 달러가 기축 통화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50년간 이어져온 페트로 달러 합의를 폐기, 이제 원유 결제 대금으로 달러가 아닌 다른 화폐도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미국과의 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동의 자금 유입이 중국의 증시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 중국 증시에 중동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글로벌 SWF에 따르면 중동 국부펀드는 지난해 6월 이후 중국에 7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지난 12개월 동안 투자한 금액의 5배에 달하는 액수다.
중동 국부펀드에서 중국 2대 운용사 지분을 매집한 것도 고무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투자청(QIA)은 투자회사인 프리마베라 캐피털로부터 차이나AMC의 지분 10%를 매입, 3대주주에 올라서기로 합의했다.
2005년 설립된 카타르 투자청은 자산 규모가 4500억달러(약 616조원)에 달하는 세계 9위 국부펀드다.
홍콩증권거래소 총재는 "2030년 중동 국부펀드 규모는 지난 6월 대비 150% 늘어난 10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이중 10~20% 자금 중국 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이제충 CSOP자산운용 상무는 "사우디와 중국의 우호 관계에 대해 중국은 매우 호의적이라서 투자금이 상당히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사우디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전2030, 경제 발전 상황과 관련해 여러 중국 기업들이 수주를 따낸 상황에서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중동 분쟁 등에 대한 우려로 최근 지수 성과가 좋지 않은 만큼 (매수세가) 다소 약할 수 있지만 향후 증시 상승과 함께 큰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경제 정책 무기화에 '좌절감'을 느낀 중국은 유럽,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도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인들은 안 받아요"…호텔 헬스장 차별에 `발칵`
- `하트 세이버` 5개 받은 40대 구급대원…마지막에도 5명 생명 살렸다
- 김어준, 조민 결혼 축하하자…잔뜩 경계한 조국, `뜻밖의 반응`
- "남편한테 잘 해줘 짜증 나"…간호사에 흉기 휘두른 30대 여성
- "망하게 해줄게" 공무원 4명 치킨집 갑질 논란…대구 중구청장 사과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트럼프 2기 시동]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할까…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 할 것"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AI전환과 글로벌경쟁 가속… 힘 합쳐 도약 이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