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정부 "불법 계속시 해산 가능" ··· 의정갈등 계속 악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집단휴진을 강행한데 이어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안 재논의 등 요구사항을 거부하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다. 무기한 휴진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이어 다른 ‘빅5’ 병원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반면 정부는 일방적인 진료취소에 대해 고발 조치하기로 하고 의협에 대해서는 법인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며 의정갈등은 계속해서 악화일로만 걷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오후 4시 기준 유선으로 휴진 여부를 확인했던 의료기관 3만6059곳 중 14.9%인 5379곳이 휴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의협이 4년 전인 2020년 8월 14일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등에 반발해 1차로 단행했던 집단휴진 당시 기록한 32.6%의 절반을 밑돈다. 이달 초 집단행동 찬반투표 당시 높았던 투표율과 집단행동 동참 의사가 실제 휴진으로 연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휴진한 의료기관 등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의료기관 3만6000여곳에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한 데 이어 의협의 집단휴진 당일인 18일 오전 개원의 등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일방적인 진료 취소에 대해서는 고발할 방침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협은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이고, 집단 진료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 불법적 상황을 계속해 의료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면 극단적인 경우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휴진한 의료기관을 파악하고 해당 의원에 현장점검을 하는 등 행정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전 실장은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오후에 현장 확인을 하고 채증을 통해 명령 위반으로 행정처분이 들어갈 것”이라며 “업무정지, 의사면허 자격정지도 들어가고 여러 가지 벌칙도 있다.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대로 조치하겠다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무기한 휴진’ 카드를 꺼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총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독재에 맞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대한민국 의료를 반드시 살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총궐기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빨리 의료계 범대위를 출범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기 전에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금처럼 전혀 바뀌지 않고 위협과 협박만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27일부터 휴진”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이날 ‘무기한 집단휴진’ 이틀째 상황을 이어갔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서울의대 관련 4개 병원은 이날도 일부 진료과가 '개점휴업' 상태였다. 정부는 전날 서울대병원의 외래 진료 예약자 수가 1주 전에 비해 27%, 수술은 23%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의대의 '무기한 집단휴진'이 이른바 '빅5' 병원으로 확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성모병원이 속한 가톨릭의대의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20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추가 휴진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곧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포함한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배포해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앞서 연세의대 수련병원인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현재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다음달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하기로 결의하면서 이후 휴진을 연장할지는 정부 정책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도 전문의들이 결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해 전면 휴진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대위는 “설문 응답자 110명(전체 148명) 중 49.5%가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제외한 전면휴진을 고려하는 것에 동의했다”며 “주 100시간에 육박하는 진료를 감당해 여력이 없는데도 추가적인 인력이나 예산 지원 없이 국립암센터 병상을 확대 가동하겠다는 정부 탁상행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휴진을 ‘무기한으로’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개원의들은 자영업자로서 지속적으로 병원 문을 닫기 쉽지 않은데다 여론마저 좋지 않다. 이미 휴진 병원에 대한 불매운동마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진료예약만 하루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판에 환자를 가려 받기도 진료를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병원 경영진의 허가도, 내부 직원들의 협조도 없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루 진료를 변경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주일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일주일 정도가 최선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 등 일부에서는 무기한 휴진이 의료계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의료계 전반적으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과 전공의 행정처분 등에 강력 반발하는 만큼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 대변인은 의협의 무기한 휴진이 의대 교수들과 협의된 내용이냐'는 질문에 “협의해 오늘 발표한 것”이라며 “의료현장의 붕괴를 막기 위한 선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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