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해산' 언급한 복지부, 실현 가능성은?…"곧바로 할 수 있어"
전문가 "장관의 재량, 곧바로 취소 가능해"
"국민 안전 저버려…단호하게 대처할 필요"
일각선 "단결력 높이는 역효과만 낳을수도"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에 대해 임원 변경 및 해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실제로 이 같은 조치가 가능한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협은 법률에 따라 임원 변경이나 해산 등의 조치는 가능하지만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등기부등본에 등록된 사단법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목적을 보면 '협회는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향상 및 사회복지에 기여하기 위하여 의도를 드높이고 의학·의술의 발전 보급, 의권 및 회원권익 옹호와 회원 상호간의 친목'이라고 명기돼있다. 또 임현택 회장 외에는 대표권이 없는 대표권 제한 규정도 있다.
복지부는 의협이 집단휴진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장기화로 국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고, 환자분들께서 집단휴진을 멈출 것을 눈물로 호소하고 계시는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의사들이 집단 진료 거부를 강행하고 전공의, 의대 교수, 개원의 등 전체 의사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의협 집행부를 대상으로 집단행동 및 교사금지 명령서를 송부했고 지난 17일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불법 집단진료 거부를 종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도 수사 의뢰를 할 예정이다.
의협은 의료법에 따라 지정된 '법정 단체'다. 의료법 제28조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는 각각 전국적 조직을 두는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조산사회 및 간호사회(중앙회)를 설립해야 한다.
다만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가 지속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법정 단체에 대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 실장은 "위반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여러 조치를 할 수 있다. 시정 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그렇더라도 따르지 않는 경우는 임원 변경을 할 수도 있고 또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이 정부 정책과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임현택 회장 등 임원을 변경하고 해산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런 불법적인 상황이 계속, 그리고 또 확산돼 의료 이용에 큰 불편을 초래하게 되면 의사협회에 대한 조치를 당연히 임원 변경까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법 제30조에서 중앙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의료와 국민보건 향상에 관한 협조 요청을 받으면 협조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또 의료법 제32조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앙회나 그 지부가 정관으로 정한 사업 외의 사업을 하거나 국민보건 향상에 장애가 되는 행위를 한 때 또는 제30조 제1항에 따른 요청을 받고 협조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정관을 변경하거나 임원을 새로 뽑을 것을 명할 수 있다.
아울러 민법 제38초에 따르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법에 따라 의협의 법정 단체 지정 취소나 해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신현호 법무법인 해울 변호사는 "정부가 법에 따라 의협을 승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절차를 취소해버리면 된다"며 "장관의 재량이기 때문에 장관이 곧바로 취소해도 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같은 심의 기구를 거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산을 시키지 않고 대표만 승인 취소해도 승인 취소된 대표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단휴진을 부추기는 행태를 고려하면 해산과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국민과 환자 생명은 생각도 안 하고 불안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 안전을 저버리는 행위에 대해 정부가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산이나 임원 변경으로 인해 얻게 되는 실익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정 단체로 지정됨에 따라 의협은 정부로부터 위탁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데,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의협에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위탁사업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해산이나 임원 변경이 가능하지만, 해산을 한다고 해서 의사들이 모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단결력만 높이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현 집행부가 과격한 행동을 통해 집결력을 보이려고 하는데 오래 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회원들도 불안해 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굳이 정부가 (해산이나 임원 변경 조치를)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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