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회사가 AI 익스프레스 타고 빅테크 포식자로 등극 [뉴욕마감]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세를 기록한 가운데 나스닥과 S&P 500 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비디아가 3% 이상의 주가상승으로 하루만에 전세계 시가총액 순위에서 1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동시에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6.76(0.15%) 상승한 38,834.86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13.8포인트(0.25%) 오른 5,487.03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5.21포인트(0.03%) 상승해 지수는 17,862.23에 마감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장중 내내 3% 이상 상승하다가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51% 상승해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이 됐다. 이달 초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하더니 보름여 만에 전세계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마호니 자산운용의 켄 마호니는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끄는 종목들에 가능한 오랫동안 타고 있으려 한다"며 "이제는 관련업계의 2등급 주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자금은 이번 분기에 선두 주자들 사이에서 바꿔타기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장중 전거래일 대비 3.51% 상승해 시가총액이 3조3410억 달러를 넘어서며 MS의 전고점을 넘어섰다. MS는 전일 기록한 3조3320억 달러를 이후로 이날 0.45% 하락하면서 시총이 3조3170억원대로 미끄러졌다. 2위를 달리던 애플은 이날 1% 이상 주가가 떨어지면서 3조2860억 달러대로 밀려났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현재까지 170% 이상 상승했다. 지난달 1분기 실적을 보고한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2022년 말 이후 주가는 9배 이상 올랐는데, 이는 AI(인공지능) 시대가 개막한 영향이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AI 반도체 칩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오픈AI와 MS, 알파벳(구글), 아마존(AWS), 애플, 메타 등 세계 유수의 빅테크간 경쟁 심화로 인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빅테크가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영업이익을 사실상 엔비디아가 가치사슬 상위에서 포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성형 AI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점점 더 큰 데이터처리 수행기능을 실행하는 고성능 반도체 칩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현재 이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외에 AMD 등이 도전하고 있지만 성능 경쟁력 측면에서 초격차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1분기에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전년비 427% 증가한 2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그래픽 카드 정도를 만들던 회사였지만 AI 시장이 만개하면서 전체 매출의 약 86%가 이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세계 시총 1위를 달리던 애플은 최근 국내외 삼중고를 겪으면서 올해 1분기 내내 주가가 정체 혹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쟁 빅테크들이 AI 사업에 몰두하던 수년간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노리고 이종사업에 매진하면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에서 반독점 및 부당 공정거래행위 관련 문제가 터지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에서 보이지 않는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1991년 설립돼 주로 게이머들을 위한 3D 타이틀을 실행하는 그래픽 카드칩 제조사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창궐하면서 이 화폐를 채굴하는데 도움이 되는 칩과 클라우드 게임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최근 2년 전부터는 AI 시장이 빅뱅 양상을 보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포브스(Forbes) 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젠슨 황(Jensen Huang)의 순자산은 약 1,170억 달러로 증가했다. 세계에서 11번째로 부유한 사람이 된 것이다.
MS는 최근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49% 대주주로 각광받으며 올해 주가가 약 20%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MS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위해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하고 있다. MS는 최근 AI 모델을 실행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노트북인 코파일럿 플러스(Copilot+)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 4월의 결과는 전월과 동일한 것이었지만, 이번 발표에서 4월 수치는 전월비 0.2%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따라서 5월 수치는 4월과 비슷한 수준에서 근소하게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다우존스 추정치가 0.2% 성장을 예상했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에 점포를 둔 소매판매는 전월비 0.2% 증가했고, 전년비로는 2.0% 올랐다. 하지만 무점포 소매업체 판매는 전년보다 6.8%나 늘어서 온라인 거래의 확장을 증명했다. 같은 기간에 음식서비스와 주점의 판매는 전년비 3.8% 늘었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지난해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복소비에 나섰던 미국인들은 올해 들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예상했던 경기침체가 오지 않았고 오히려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중앙은행이 기대했던 금리인하를 미루고 있어서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65.6으로 집계대 전월비 3.5p 하락하면서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신용카드 부채는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지난 1분기 신용카드 부채의 연체 비율은 8.9%로 13년 만에 가장 높게 집계됐다. 1분기 가계부채 잔액은 약 17조 6900억 달러로 전분기 보다 1,840억 달러(1.1%) 증가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과 대비해서는 3조 5000억 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가계 저축도 감소하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은 미국의 4월 저축률이 3.6%로 12개월 평균(5.2%)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소비진작은 지금와서 보면 미국 정부가 뿌린 각종 보조금으로 쌓았던 가계 저축을 소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빚내서 한 소비의 영향으로 올해부터는 차상위층의 소비력이 바닥을 기고 있는 셈이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7년간의 업력 동안 디자인과 설계를 주로하고 제조는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생산시설 없이도 자동차 산업에 더 저렴하고 빠르게 진입할 방법을 모색했지만 결국 회사는 경쟁력을 갖기 전에 몰락한 것으로 보인다.
피스커는 지난 여름 최초의 전기차 모델인 오션(Ocean) SUV를 출시했다. 회사는 테슬라의 성공을 모방하려는 듯 했지만 끝은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피스커는 지난 3월까지만해도 잠재 투자자 유치와 공동 제조 계약을 놓고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협상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이 났다.
피스커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지만 보유 현금을 모두 소진했고 주요 투자자와의 부채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새롭게 내놓은 차량들은 판매가 원활하지 못했고, 수천 대의 재고만 남겼다.
피스커의 오션 SUV는 한 번의 배터리 충전으로 360마일을 주행할 수 있고 대당 4만 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나 이 차량은 소프트웨어 관련 문제로 인해 많은 리뷰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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