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부터 세무회계도 척척…증권맨 대신하는 AI
미래에셋, AI 에이전트 리포트로 분석 시간 줄여
증권가, IT 기업 및 로보어드바이저와의 협업 확대
증권가 인력 줄고 신입 채용은 점점 줄어
"IT인력 채용은 적극적…DCM·IB도 AI가 장악할수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금융투자 상담서비스와 상품 추천은 기본이다. 이제 인공지능(AI)이 세무회계와 리서치 영역으로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인맥과 경험이 절대적인 요소라는 기업금융(IB)과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AI가 도입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AI가 조금씩 여의도를 장악하기 시작하며 한편에서는 금융투자업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 그래도 이미 지점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프라이빗뱅커(PB)의 일은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체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금융투자사들의 경쟁력이 AI 관련 기술력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이를 증명하듯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와 상품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부터 AI기술을 활용한 기업분석리포트를 제공에 나섰다. 증권가 에이스들만 모인다는 리서치센터의 역할을 AI에 맡긴 것이다. 아직 100% AI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스타벅스·엑손모빌 등 미국 상장 기업 분기 실적을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가 먼저 작성한 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이 감수해 발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은 5시간가량 소요됐던 기업 실적 발표 리포트 작성 시간을 5~15분으로 단축했다. 투자자들의 보다 빠른 판단을 돕고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지속적인 학습으로 품질을 개선, AI를 활용한 리포트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도 2020년 AI 리서치 ‘에어(AIR)’를 선보이면서 리서치 영역에서는 최초로 AI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AI 가상 애널리스트인 ‘한지아’를 선보여 보고서 내 주요 내용만 추려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AI 기술에 기반한 해외 기업 공시 번역·요약 서비스인 ‘GPT 뉴스레터’를 개발해 소개하기도 했고, 삼성증권은 애널리스트 생김새와 목소리 등을 본뜬 가상 애널리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증권은 기존 출시된 서비스와 AI기술의 결합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생성형 AI를 적용한 대화형 투자 정보 제공 서비스인 ‘스톡 AI’ 서비스를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마블(M-able) 미니’에 출시하면서다.
중소형사도 AI 전쟁에 뛰어들었다. SK증권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인 GPT-4, AI포트폴리오 분석을 적용한 ‘AI 올라’와 프라이빗뱅커(PB) ‘AI메이트’를 동시 출시했다. 특히 AI올라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쓰임새가 큰 골든·데드크로스 발생 여부까지 알려줘 고객 편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접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IT 전문 기업이나 로보어드바이저와 협업도 확대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해외주식 실시간 번역·요약 서비스를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콴텍과 제휴를 맺는 동시에 90억원을 지분 투자한 데 이어 콴텍과의 제휴를 통해 로봇알고리즘을 개발하기도 했다.
KB증권은 디셈버앤컴퍼니, 파운트, 쿼터백, 콴텍, 업라이즈 등 8개사와 제휴를 맺었다. 하나증권도 콴텍, 디셈버와 손을 잡았다. SK증권은 업라이즈투자자문과 제휴를 맺고 있다.
시장에서는 AI가 금융투자업계에 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의 기본 요소인 정보를 보다 많이, 보다 빠르게 분석하고 다루는데 최적화한 기술이라서다. 정부 역시 퇴직연금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AI와의 협업 확대를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AI 도입으로 인건비를 줄여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이를 활용하는데 보다 적극적이다. 다만, AI가 확산할 수록 증권가 인력 감소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2022년 말 3만9634명이었던 증권가 인력은 작년 말 3만9058명으로 줄더니 올해 1분기 말 3만8820명이 됐다. 신입사원의 업무를 AI가 대신하며 경력채용만 남았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매해 신입 공개채용을 하는 곳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정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가 집중적으로 채용하는 분야는 IT 전문가나 관련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라며 “PB나 리서치센터 등은 위축되는 분위기이고 인맥과 경험이 무기인 채권발행(DCM)이나 IB파트, 대체투자 등은 과거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5~6년 전만 해도 리서치나 자산가 PB 등은 인맥이나 신뢰가 중요해 IT가 대체를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지금 속도면 증권 어느 영역이든 가릴 것 없이 AI가 장악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두 살 子 안고 분신한 아빠...살인미수 처벌될까? [그해 오늘]
- “썩은 상처 구더기 바글바글”…대관령휴게소에 버려진 리트리버
- “인사 안했다고 내 아들 뺨을…고막 파열됐다” 부모의 울분
- 아이스크림서 나온 1.5cm ‘손가락’…“초콜렛인 줄” 인도 발칵
- 노골적 ‘성적 요구’…3주 만에 살해하고는 “조현병” 주장
- 부친 고소한 박세리의 눈물 “아버지 채무 더이상 책임지지 않을 것”
- “우리 아기 살려주세요” 엄마 절규에 달려간 시민 영웅들(영상)
- "월 3000만원 vs 매출 약속 없어"…상장 앞둔 백종원의 더본코리아 '내홍'
- “내 남편한테 왜 친절해?”…간호사 찌른 30대女, 결국
- 상가 '텅텅'.. “코로나 때 보다 더 해” 문 닫는 사장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