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않고 1200명 지킨 분만병원 “산모·아기 건강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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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기다려주지 않잖아요. 분만은 산모가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분만장을 닫을 수 있나요."
신 병원장은 "산모의 진통 등 증상이 언제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날 분만하는 산모뿐 아니라 분만 예정일이 가까운 산모 모두 불안해진다"며 "실제로 의협 휴진 발표 이후 분만병원들에 휴진하냐는 문의가 많았다. 산모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분만병의원협회가) 불참을 공식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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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병원 휴진하면 이들 생명 장담 못 해”
“아기가 기다려주지 않잖아요. 분만은 산모가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분만장을 닫을 수 있나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 진료거부에 나선 18일, 많은 의료진은 환자 곁을 지켰다. 서울 동대문구 린여성병원의 박세현 원장도 그중 한명이다.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에게 문을 활짝 연 이 병원의 분만센터는 오전부터 분주했다. 박 원장 말대로 분만 예정일이 아닌 날인데 병원을 찾은 산모도 있었다.
분만실에서 일하는 김인숙 수간호사는 전화를 받고 난 뒤 “22일이 분만 예정일이었던 산모님, 지금 오신다고 합니다”라고 주변 의료진에게 전했다. 각 분만실엔 산모 네명이 본격적인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산모에게 무통주사를 놓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산모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폈다. 한 산모의 상태를 살펴보고 나온 박세현 원장은 “분만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6∼8시간 안에 분만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봉식 린여성병원 병원장(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은 “산모와 아기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3일 전국 150여개 분만병원이 속한 대한분만병의원협회는 의협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병원장은 “하루 평균 신생아 약 600명이 태어난다. 산모와 신생아를 합하면 하루에만 환자가 1200명인데, 분만병원이 하루 휴진에 참여하면 이들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의대 증원 반대와 산모·아기의 건강을 비교해보면, 당연히 이들의 건강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그는 강조했다.
의협의 집단 진료거부 결정 뒤 분만병의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산모들의 높아가는 불안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신 병원장은 “산모의 진통 등 증상이 언제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날 분만하는 산모뿐 아니라 분만 예정일이 가까운 산모 모두 불안해진다”며 “실제로 의협 휴진 발표 이후 분만병원들에 휴진하냐는 문의가 많았다. 산모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분만병의원협회가) 불참을 공식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만난 산모들은 집단 진료거부 소식에 걱정이 컸는데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출산 전 마지막 검사를 하러 온 산모 김혜림(41)씨는 “27일이 분만 예정일인데, 대학병원에 갈 뻔한 상황이 몇번 있었다. 대학병원 휴진 소식 때문에 계속 불안했다”며 “이 병원은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해 안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한분만병의원협회에 속한 다른 병원들과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소속 의료진 등도 휴진에 동참하지 않았다. 오상윤 경기 시흥 예진산부인과의원 원장은 “외래 진료와 수술을 평소처럼 했다”고 말했다.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은 “협의체 소속 신경과 교수들은 휴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정상 진료를 한 의료진 중엔 의협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의사도 있었다.
서울의 한 2차 병원 원장 ㄱ씨는 “의대 증원에 관한 의협의 주장이나 집단 휴진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 진료했다”며 “파업(집단 진료거부)은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하는 것인데,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내세우면서 환자들을 두고 파업하는 것은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갑상선암·위암 수술 등을 하는데 이런 중증 환자들과 약속을 어겨서는 안 된다. 2차 병원까지 대거 휴진에 들어가면 의료가 마비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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