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동맹조약 체결? '핵무장, 자충수, 중국'에 가로막힌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과 러시아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1990년대 이래 미국에 대한 불만과 배신감이 쌓이면서 최근에는 '반미'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를 가장 강하게 받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세 가지 공통점은 가장 중요한 공동의 전략적 목표로 수렴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도의 단극체제를 '다극화된 세계질서'로 재편하겠다는 야심이 바로 그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할 것으로 알려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동시에 북·러 밀착을 좁은 시야에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외부에선 양측의 밀월을 주로 군사안보 문제에 국한해서 바라봐왔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선의 대 러시아 재래식 무기 제공과 러시아의 대북 첨단무기 기술 제공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하나는 양국이 '유사시 자동개입'이나 러시아의 대북 안전보장이 포함된 군사동맹을 체결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전자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후자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조선의 핵무장이다. 이를 통해 조선은 "자위적인 전쟁 억제력"을 확보했다고 과시하고 있고, 러시아도 이를 인정하면서 '러시아가 조선에 핵우산을 제공할 필요도, 조선이 이를 요청하지도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대칭적인 군사동맹이 품고 있는 '안보와 자율성의 교환'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상대적인 약자가 동맹국인 강자에 안보를 의존하면 자율성이 저해된다는 뜻인데, 이렇게 되면 동맹관계가 종속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선의 핵무장이 '게임 체인저'의 측면을 품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이 핵무장으로 자주국방을 달성함으로써 대등한 관계 수립이 가능해졌다고 북·러의 인식이 수렴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의 6월 18일자 <로동신문> 기고문을 보더라도 과거에는 러시아가 경제적·안보적 지원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평등"과 "동등"을 강조한 것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둘째는 러시아에도 외교적인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러시아는 조선과의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사도 밝히고 있다. 한국과의 완전한 관계 단절이 자신에게도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조선과 동맹조약을 체결하면 한·러 관계 개선의 여지를 스스로 크게 좁히게 된다. 즉, 북·러 조약은 러시아의 자율성도 저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는 중국 변수이다. 조선과 러시아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도 이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좋던 싫던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는 미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비동맹주의 및 배타적 진영화와 신냉전 반대를 외교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러가 동맹조약을 체결하면 중국으로서도 이들 나라와의 협력 강화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푸틴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부의 시선이 군사협력에 쏠려 있는 반면에 북·러가 경제 분야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는 푸틴의 <로동신문> 기고문에도 잘 나타나 있다. 미국 등 서방 주도의 경제제재를 무력화하고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전개는 지정학적인 변동이 기존의 핵비확산과 이와 연동된 제재 체제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거꾸로 전쟁과 군비경쟁, 그리고 진영화로 점철되고 있는 지정학의 퇴행 추세를 꺾지 않으면, 북·러 밀착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말해준다. 2000년 푸틴의 방북 때와는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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