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모심기 끝낸 논에서 돌아본 쌀 산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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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모레가 하지니 이젠 본격적인 여름이다.
국회의 양곡관리법 논의 때 쌀 생산 조정을 힘들게 하는 걸림돌을 치우는 한편 들판 단위로 경영 규모를 늘리고 전문경영으로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 그리고 6차산업화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등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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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작물 전환 구조적으로 어려워
과한 정책개입탓 시장 기능 위축
정치권은 당리당략따라 움직여
농가경제는 국가의 기본적 과제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전력 다해야
낼모레가 하지니 이젠 본격적인 여름이다. ‘하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는 말도 있듯이 이제 곧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된다. 이 시기가 되면 농사짓는 백성들부터 나랏일을 보는 임금까지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천재지변을 걱정하며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마음을 정갈하게 했다고 한다. 식량 확보를 위해 농사가 순조롭기를 간절하게 바랐기 때문이리라.
요즘 농촌은 고추·참깨 등 밭작물 김매기며 병충해 방제 등으로 바쁘다. 며칠 전 우리도 마늘을 수확하고 벼를 심었다. 대형 농기계를 구입할 만큼 영농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트랙터나 이앙기를 가진 농가에 위탁해서 작업을 하다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겨우 현상은 유지하지만 언제까지 남의 처분만 바라보는 농사를 해야 할지?
2023년 논벼농가의 10a당 평균소득은 65만원으로 타작물에 비해 높지 않다. 더구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크게 줄어 장래성이 없어 보이는 데도 타작물로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벼농사에 특화된 생산 기반, 공익직불금 등 쌀을 우대하는 산업정책, 개별 농가 입장에서 새로운 작물 재배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고 생산 기반과 시설·장비를 갖춰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 쌀 산업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 기능이 위축돼 구조적인 수급 불안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초과생산량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즉 야당은 쌀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의무수매가 필요하다는 주장인 반면 정부·여당은 그러면 시장 기능을 무력화해 수급 불안을 심화시키고 농업 재정을 낭비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곡물자급률이 20%에 불과한 나라에서 한정된 토지와 인력·예산을 가지고 남아도는 쌀 생산을 지원하다 못해 농지 전용까지 부추긴다면 장차 식량안보는 어떻게 될지? 사실 2005년 3월 수매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쌀소득직불제를 도입한 것도, 2019년 12월 쌀변동직불제를 폐지한 것도 지금의 야당이 주도한 것이다. 당시 정책을 도입할 때는 이유가 있었을 터인데 이를 번복한다면 과연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국내 소비량의 4%를 최소시장접근(MMA)으로 허용하는 조건을 내걸고 쌀 관세화를 10년간 유예했다. 일본이 조기 관세화로 의무수입량을 줄이는 동안 우리는 20년간이나 미루다 40만t이 넘는 쌀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우리쌀을 지키고 농업을 보호하는 선택이었겠지만 돌아볼수록 아쉬운 대목이다.
춘추전국시대 정(鄭)나라 대부 자산(子産)이 차가운 강물을 걸어서 건너는 백성들을 자기 수레로 건네줬더니 칭송이 자자했다. 이 말을 들은 맹자는 다리를 놓으면 될 일로 “위정자가 사람마다 기쁘게 해주려면 날마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며 문제의 근본을 다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이위천(食以爲天)이란 말처럼 식량문제, 농가경제는 국민건강 측면에서 국가의 기본적인 과제이다. 국회의 양곡관리법 논의 때 쌀 생산 조정을 힘들게 하는 걸림돌을 치우는 한편 들판 단위로 경영 규모를 늘리고 전문경영으로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 그리고 6차산업화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등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가 갈수록 개방 압력은 커질 텐데 농사지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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